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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Aug 11. 2023

왜 마쓰야마인가?

6월, 시코쿠 여행기(1)

 필자는 굉장한 계획형 인간이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는 것은 필수적이고, 그 계획과 예상된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틀 외적인 것이 생기면 스스로 혼란에 빠지고 스트레스를 받게된다.

 

 이런 성격을 가진 나에게는, 여행 계획은 신중하게 다뤄야하는 것 그 자체였다. 안에서의 내부 일정이야 그 곳에서 구성하지만, 여행지까지 도달하는 교통편, 준비해야하는 것들(보험이나, 로밍같은)은 철저하게 준비되어있어야 했다. 그리고 내 일정들이 그 여행을 방해하는 것 또한 용납이 어렵다. 신나게 계획을 다 짜놨더니, 갑자기 계획을 수행하지 못한다? 이해는 하겠지만 속에서 불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실제로 기차표를 예매하거나, 버스표를 예매할 때 내 일정을 보고,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일들의 확률을 계산하고, 그 확률이 낮은 경우에만 티켓을 구매하고 계획을 시작한다. 육로이동인 기차와 버스도 이정도로 고민을 많이 하는데, 비행기는 더 심했다. 작년 7월엔가 제주도를 가겠다고 5월부터 계획을 준비했는데, 결제까지 약 5번은 사이트를 오가며 고민했으니 말이다. 그때 결국 티켓을 예매하고, 탑승객 정보를 넣은 뒤 나에게는 큰 기쁨이 있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나 해냈다는 느낌. 이제 나 혼자서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성취감 비슷한 것이 크게 몰려왔고, 그 성취감에서 흥분감도 동반되어 나타났다.  

   

 그때 성공적인 혼자여행을 마치고, 시야가 점점 넓어졌다. 국내에서 5-6일 정도 체류했으니, 해외에서도 뭐 큰 차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해외는 국내와 다르게 준비해야할 것이 많았다. 여권이 있어야했고, 넉넉한 시간과 보다 복잡해진 출국/입국과정이 들어갔다. 무엇보다 말이 안통하니까, 그 대안을 찾아야했다. 이런 문제들을 포함한 해외여행에 대한 로망을 머리 한 켠에 미뤄두었다. 그리고 우선 현실을 살았다.     


 그러던 중 틈틈이 눈으로 보던 ‘오사카 홀릭’이라는 카페에서 특가 정보를 얻었다. 제주항공의 찜 특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성공한 사람들은 매우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얻어 자신들의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들을 부러워하다가 내 머릿 속에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휴학해서 할 일도 없고, 시간은 남고, 지금은 가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는 제주항공 홈페이지에 들어가 몇몇 항공권을 찾아보았다. 오사카, 도쿄, 삿포로 등 여러 도시들이 있었지만, 적당한 가격을 가진 도시는 오사카, 후쿠오카 정도였다. 그런데 오사카는 16년도에 한번 다녀왔었고 후쿠오카는 가보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후기가 그저 그랬다. 무엇보다 나는 한국인들이 없는 도시로 가보고 싶었다. 뭔가 조용하고, ‘일본’스러운 도시를 가보고 싶었다. 제주항공의 취항지 목록을 보다가 이내 ‘마쓰야마’라는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배경사진에 오래 된 증기기관차가 있었고, 취항지 소개에서도 ‘고즈넉한 소도시’라고 표현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번 마음을 뺏겼는데, 가격도 나름 착한 편이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해서일까, 왕복 18만원에 항공권을 결제할 수 있었다. 가격도 괜찮고, 도시도 마음에 들 것 같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시코쿠의 작은 도시, 마쓰야마행 티켓을 구매했다.     


 티켓을 구매한 뒤, 여권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는 더 큰 희열이 느껴졌다. 뭔가 확실히 어른이 된 느낌. 내가 번 돈으로 여행을 가는 행위도 멋진데, 그걸 부모님한테 말하지 않은 채로 예매한다는 쾌감도 제법이었다. 여권정보까지 넣어서 발권을 마무리한 후 부모님께 여행을 통보했다. “6월에 일본갑니다.”    

 

 정리하면, 해외를 가고 싶었던 나의 눈에 제주항공 특가가 들어왔고, 마침 취항지에 마쓰야마라는 소도시가 있었으며, 항공권 가격도 저렴해서 얼레벌레 마쓰야마로의 여행이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 선택은 굉장히 훌륭한 선택이었다.

저질렀던 날에 찍은 e-ti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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