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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Aug 15. 2023

우동의 도시, 다카마쓰

6월 시코쿠 여행기(5)

 다카마쓰(高山)라는 도시는 처음에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지도상으로 옆이기는 했으나, 거리가 좀 있었고 여행 가이드북을 봐도 딱히 뭐가 없어 보였다. 유명하다는 리쓰린 공원과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늙은 호박>이 전시되어있는 나오시마를 제외하면 다들 고만고만한 장소였다. 갈 곳은 많이 없었지만 그 근처에 있는 사누끼라는 지명이 잠시 눈을 멈추게 했다. 사누끼 하면 떠오르는 것이 우동 아닌가. 서울에서도 많이 팔고 있는 ‘사누끼 우동’. 여행을 가면 먹는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동을 먹으러는 한번 가보고 싶었다. 가이드북에서도 그 지역의 우동 투어 같은 것들을 열렬히 홍보했다.    

 

  마쓰야마에서 다카마쓰까지는 특급열차를 타고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서울에서 군산 정도의 거리라고 보면 되는데, 막상 체감은 그렇게 멀지 않다. 아침에 마쓰야마역에서 어제 교환한 패스를 개시하고, 역무원이 친절하게 알려 준 자유석 열차 앞에서 기다렸다. 그 후 기차는 점점 마쓰야마를 떠나 동쪽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다카마쓰행 열차에서

 열차는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한적했다. 내가 있는 량 안에 해봐야 5명 정도가 앉아있어서 편하게 옆자리까지 점유하면서 여행을 시작했다. 중간에 아침 대용으로 편의점에서 사온 삼각김밥과 빵을 먹고, 음악을 들으며 창 밖으로 흘러가는 일본의 시골을 감상했다. 일본의 도시를 보면, 우리의 도시와 다른 점이 좀 있다. 전체적인 건물의 느낌이나, 사람들의 행동같은. 다만 시골은 다른 점이 거의 전무하다. 논이있고, 최근에 모내기를 한 듯 모들이 다 심어져있다. 비가 애매하게 오는 날이라 사람들은 하나, 둘 정도만 밭에 나와 일을 하고 있었다. 집의 생김새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5월에 다녀온 군산 농촌이 떠올랐다.     


 일본 기차는 특이하게 열차 검표를 진행한다. 우리나라는 역무원의 동선에 따라 지나가며 새롭게 탄 인원이 있거나 한 경우에만 검표를 진행하지만, 일본은 역무원이 매번 객차 앞까지 온 뒤, 승객들에게 검표하겠다고 인사를 한 후 모든 사람들에 대해 검표를 진행한다. 물론 그 모든 과정은 일본어로 이루어진다. 이번에도 역시나 검표하겠다는 말을 못 알아 들었지만, 맥락 상 검표겠거니 해서, ‘티켓-또’ 라고 물어보고, 패스를 보여주고, 목적지를 말해준 뒤 가볍게 통과했다.      


 창 옆으로 지나가는 바다와, 시골 풍경을 보며 점점 배가 고파졌다. 아침도 부실하게 먹은 터라, 점심은 다카마쓰의 우동으로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때까지도 아직 일본에 적응을 완전히 못했고, 가타카나는 못 읽고 그래서 구글 맵으로 미리 여러 우동집을 찾아보았다. 우동의 도시답게 다카마쓰 역전에는 수 많은 우동집이 있었다. 그 중 한국인의 리뷰가 좀 있는 곳과 상대적으로 깨끗한 곳으로 목표를 정했다.

    

 다카마쓰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시코쿠 지방에서 특산물로 크게 3가지를 꼽는다. 마쓰야마의 귤, 다카마쓰의 우동, 고치의 호빵맨. 마쓰야마가 속한 에히메현은 일본 최대 감귤 산지로서, 에히메현에서는 수도꼭지를 돌리면 감귤주스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다카마쓰가 속한 카가와현도 비슷하다. 다카마쓰는 우동이 유명하니까, 수도꼭지를 돌리면 우동 육수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정도로 다카마쓰는 우동에 진심인 도시다.     


 다카마쓰역에 내려서 약간의 비를 맞으며 찾아놓은 우동집으로 향했다. 일본 본토의 자루우동(메밀국수처럼 면을 육수에 찍어먹는 형태의 우동)을 먹어버리고야 말겠다는 큰 다짐을 품고 걸음을 옮겨 우동집 앞에 도착했다. 예상회로 한적한 외관에 한편으로는 안도하며 들어서려는 순간 문 앞에 있는 공지사항이 보였다. 뭔가 느낌상 적힌 날짜에는 문을 닫는다는 말 같았고, 가게 내부도 공사 인부들로 가득했다. 번역기를 써보니 내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이렇게 하나의 계획이 무산되고, 배는 고프고, 반 강제적으로 나는 고로가 되었다. 거리를 걷다가,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뭐가 없고 다 사무단지였다. 이대로는 밥을 못먹겠다 싶어서 다시 역전으로 나와보는데, 좀 더 구석으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을 따라간 곳에는 우동집이 있었다.      


 그 우동집의 이름은 읽을 수 없지만, 사람들은 많았다. 복장으로 미루어보아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방문하는 듯 했다. 가게 내부는 오래된 건물 느낌에, 우동을 받은 후 빈 자리에 착석해서 먹는 시스템이었고, 나이 많으신 노인 세 분 께서 운영하고 계셨다. 그 지역의 맛집은 그 지역의 직원들이 제일 잘 알 것이라는 생각을 기저에 놓고, 그들 사이에 줄을 섰다.      


 줄을 서서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는 메뉴가 비슷했다. 거의 다 가케우동을 시키고 있었고 각자 취향에 맞게 튀김을 더했다. 나는 자루가 먹고싶었지만, 그 가게의 메뉴판을 읽지 못하고, 사람들도 모두 가케를 먹으니, 아.... 이건 가케를 먹어야겠다. 싶었다. 가케를 시키고, 어묵처럼 생긴 튀김 하나를 집어 계산했다. 가격은 440엔으로 아침에 내가 산 삼각김밥에 빵보다 저렴했다. 근처 자리에 앉아 먹기 시작하는데, 면은 좀 특별했다. 예상보다 탱탱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 있었고, 그 외의 육수 맛은 그저 그랬다. 튀김은 첫 입 맛있고, 뒤로 갈수록 약간은 느끼함이 몰려오는 듯 했다. 그래도 저 가격에, 일본의 맛을 느끼는 것이면 충분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만하면 충분한 우동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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