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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Aug 17. 2023

사이클, 자전거, 지텐샤!

6월 시코쿠 여행기(7)

 이번 마쓰야마 여행을 준비하며, 생각보다 좁은 도시에 놀랐다. 대부분의 관광지들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였고 우치코 마을이나, 오즈시를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3일 정도면 대부분의 관광스팟은 둘러보기가 가능했다. 나는 6일 일정의 여행이었고, 그 외 날짜에 뭘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제까지 내 여행경험으로 봤을 때, 완전한 여유(관광지도 다 봤고, 크게 갈 곳이 없는 무지의 상태)를 받으면 오히려 더 당황하게 된다. 여유를 즐기면 되는데, 성격이 그러지를 못한다. 무언가를 꼭 해야하고 그 무언가는 미리 준비를 했어야 한다.     


 이번에는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미리 관광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많은 정보를 찾았다. 근교여도 좋으니 뭔가 할만한 게 있을까 찾았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제목이 하나 있었다. <시마나미카이도 사이클링>. 제목 그대로 그 지역의 사이클링 코스를 설명해 놓은 글이었다. 설명에 따르면 경관이 매우 아름답고, 일본 내에서도 유명한 사이클 마니아들의 스팟이고, 국제적으로도 유명해 사이클을 가지고 그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시마나미카이도>는 에히메현의 이마바리시와 히로시마 사이에 있는 세토내해 위에 세운 고속도로 겸 자전거도로 겸 도보다. 중간중간에 있는 섬들을 모두 다리로 이어버렸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섬의 고도에서 이은 것이 아니라, 섬 위로 다리가 길게 지나간다. 그런 다리 한켠에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놔서 그 절경이 일품이다.     


 나름의 자전거 동호인으로서, 여행 중에 하루 종일 하나를 집중해서 해보고 싶었던 사람으로서 시마나미카이도는 놓칠 수 없는 장소였다.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본 사진은 예뻤고, 무조건 가고 싶었다. 그렇게 일정에 넣기는 했으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문제였다. 비가 주륵주륵 오면 사이클링은 자연스럽게 취소가 될 테니.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행히도 사이클링날은 비가 안왔다. 아침에 조금 내리다가 낮이 되니 햇볕이 사악 비췄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마바리역으로 가서 자전거를 빌렸다. 빌리는 과정에서 그 분은 일본어를 했고 나는 일본어 약간과 영어를 섞어서 했는데 어찌어찌 원활하게 소통이 이루어졌다. 서류를 작성하고, 간단하게 설명을 들은 후 일본의 자전거(우리나라말로 아줌마 자전거)를 빌려 사이클링에 나섰다.     

빌렸던 붕붕이. 앞 주머니에 있는 메론빵이 삐져나와있다.

 자전거를 끌고 일본의 도로로 처음 나섰을 때, 고민한 것이 하나 있었다. 대한민국 도로교통법상으로는 자전거도 차도로 주행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게 하면 차들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왕왕있어 주로 인도로 다닌다. 과연 일본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맞을 것인가? 차도로 가야하는가, 인도로 가야하는가. 혼자 고민해봐야 답이 없을 것 같아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행동하고자 했다. 한 멋진 자전거가 차도로 내 옆을 지나갔고, 나도 그 뒤를 따랐다.      


 차도로 가며 일본인들의 배려운전에 큰 감동을 받았다. 자전거가 아무리 길 끝에 붙어가더라도 차량의 통행에는 지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들은 속도를 늦춰 함께 이동하거나, 잠시 기다리다가 반대편 차선으로 차가 안오면 빠르게 추월해갔다. 그런 운전자들의 자세 덕분에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대여소에서 10분 정도 페달을 밟으면 점차 교외가 나오기 시작한다. 여느 나라가 다 그렇듯 도로가 넓어지고 상점은 줄어들고 대신 차량 정비소, 주유소 등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교외를 지나 잠시 후 나오는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면, 그곳이 구루시마 해협대교로 들어가는 진입로다. 자전거들도 다른 자동차들처럼(실제 진입로는 구분되어있지만)빙글빙글 돌아가는 오르막길을 지나 ic를 통해 그 다리에 오를 수 있다. 다리에 진입하면 그 순간부터 진정한 ‘시마나미카이도’ 사이클링 루트다.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다리로 진입한다.

 올라가는 길을 제법 멀고 가파르다. 하지만 다리에 들어가면 그 정도 고생을 시킬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높은 위치에서 보는 바다와 섬들의 풍경은 예술적이다. 눈 앞으로 쭉 뻗은 시마나미카이도의 다리들은 끝이 보이지 않아 모험심을 더욱 자극한다. 바로 옆에는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그 옆에서 느린 속도로 가고 있다는 것이 재밌다. 그런 스릴과 재미를 느끼며 자전거를 천천히 밟아나갔고, 목적지로는 시마나미카이도의 첫 번째 섬, 오시마를 골랐다.

오시마로 가는 첫 관문. 다리를 따라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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