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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Aug 18. 2023

신나게 달리자, 섬 한바퀴

6월 시코쿠 여행기(8)

 구루시마 해협대교를 따라 쭉 달리다 보면 섬이 하나 나오고 자전거 길도 그 섬으로 안내를 한다. 그 섬의 이름은 ‘오시마’다. 아까 올라온 것 같은 길을 이제는 내려가면 섬의 도로와 만난다. 평일이라 사람은 거의 없다. 신나게 노래하고 경적을 울리며 점심식사를 위해 오시마의 사이클 휴게소로 간다.

    

 사이클 휴게소에 들어가면 항구 앞에 있는 매점 같은 곳이다. 매점 치고는 무언가를 많이 팔고 있다. 그 곳에서 구워주는 해산물, 음식이 있다고 했는데 일본어도 모르고 출발 전에 사온 빵이랑 오니기리를 먹어야 했기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한 일본인 가족이 놀러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잠시 쉬며 헬멧을 벗고 간식을 먹은 뒤 지도를 보며 이후 동선을 설정했다. 체력을 보아하니 여기서 섬 하나를 더 갔다가는 제정신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바로 돌아가기에는 뭔가 많이 아쉬워서 고민을 했다. 지도를 찬찬히 다시 보다 보니 섬의 테두리를 따라 점선으로 길을 표시해놨길래 섬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가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날의 점심밥. 일본의 메론빵은 가히 예술적이다.

 휴게소를 나와 한적하기 그지없는 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는다. 우도같은 느낌인가? 하고 잠시 생각해보니 그보다 열 배는 더 조용하다. 우도가 비할 수 없는 고요함이다. 달리다가 문득 스즈메의 모습이 떠올라(아무래도 자전거가 스즈메 자전거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스즈메의 노래를 부르며 바다를 보고, 달렸다.      


 라이딩을 시작하기 전, 사이클링 가이드북에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사이클링 중 섬 주민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보자, 그들도 화답해줄 것이다.’ 처음에 이 내용을 읽고서, 괜히 나만 인사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현대사회가 그러하듯 모르는 사람의 인사에 적극적으로 반가움을 표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전 문단에서처럼 스즈메 노래를 부르다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주민이 보여, “곤니찌와-” 하고 인사를 건네보았더니, 반갑게 화답해주셨다. 그 인사. 외지인을 친절하게 맞아주는 그 인사. 그 한마디가 굉장히 큰 비타민이었다. 웃음이 새어나오고 하는 신나는 경험이었다. 그 이후로 자전거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곤니찌와~”하며 달려나갔다.     


 그렇게 섬의 테두리를 따라 달리다가 바다가 익숙해질 때 쯤, 첫 번째 경유지인 장미공원이 나왔다. 이름은 장미 공원이고, 실제로도 꽃들이 제법 있었지만 벌도 제법 있었다. 벌들이 무서워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앞에서 물을 마시고 잠시 둘러보다가 나왔다. 다시 지도를 따라, 도로를 따라 달렸다. 가다가 두 갈래 갈림길에 마주쳤다.     

장미 공원에 있던 풍차. 바람이 많이 불지는 않아 돌지는 않았다.

 두 갈래 갈림길에서 제법 갈등을 했다. 한 쪽 길은 해변이었고 한 쪽 길은 산이었다. 체력이 적당히 떨어져가는 시점이라, 빠르게 다음 경유지로 가고자 했다. 그래서 산을 가로지르자는 희대의 실수를 하게 된다. 얇고 길게 가느냐, 굵고 짧게 가느냐 하는 싸움에서 나는 후자를 고른 것이다. 산으로 가자마자 끊임없는 오르막, 게다가 경사도 가파른 오르막이 나를 반겼다. 도저히 자전거로 가지 못할 것 같아서 내려서 끌었다. 날은 덥고 땀은 나고 자전거를 끌고 걷는 것은 힘들었다. 그 오르막을 오르며 수 많은 노래를 불렀다. 하나의 노동요였다 그것은.


  자전거 동호인들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업힐은 개처럼, 다운힐은 정승처럼”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르면 내리막길은 편하게 조심해서 내려가라는 말인데, 내가 그 말을 뼈저리게 체감할 수 있었다. 개처럼 헥헥대며 오른 오르막길, 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내려온 내리막길. 그때의 나는 개이고 정승이었다. 그렇게 정승을 지나, 두 번째 경유지인 사이클링 휴게소(아까의 것과 다른)에 도착했다. 아직도 남은 km를 보니 온 만큼 더 달려야 한 바퀴 일주가 가능할 듯 싶었다. 체력 때문에 그건 도저히 못하겠어서, 결국 중간에 최단루트로 달리겠다는 계획을 다시 세운 뒤 출발했다.     

정승이 되었던 순간. 저 길을 내려갈 때의 쾌감은 말로 못한다.

 최단경로는 늘 그렇듯, 중심을 지나는 것이다. 섬을 가로질러 가다 보니 아까의 그 ic가 나왔다. 다시 대교에 올라 아까 지난 길을 다시 리마인드 하며 천천히 굴렀다. 돌아가는 길에는 특별하게 경유지 한 곳을 추가했는데 <선라이즈 이토야마>라는 곳이다. 시마나미카이도를 들르는 사람들에게 랜드마크로 통하는 곳이다. 잠시 그 곳에 들러 기념품을 구경하다가, 혹시라도 자전거 반납 후 샤워가 가능할 것을 생각해 기념 티셔츠 1개와, 에히메현의 마스코트 미컁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키링을 구매했다. 그리고는 자판기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뽑아 먹었는데 맛이 예술이었다. 고생 뒤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역시나다.     


 오시마섬을 돌며 느꼈던 그 한적함과 여유로움을 찾아 나는 마쓰야마에 왔다. 물론 그걸 찾는 도중에 ‘살아서 반납해야한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잠시 템포를 놓치기도 하였으나, 그 안에서 있던 여유로움과 마주치는 사람들과 했던 인사들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좋은 기억을 안긴 채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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