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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Aug 19. 2023

도전하는자, 성공을 얻을수있다!

6월 시코쿠 여행기(9)

 <빠바밤~ 빠-바-밤 빠라라라 밤밤> 이 음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제법 알 것 같기도 한데,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배경음악이다. <고독한 미식가>란 프리랜서 세일즈맨 이노가시라 고로가 여러 식당들을 찾아다니는 내용의 드라마다. 매 화 일을 하고->배가 고프고->즉석에서 식당을 찾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이게 고로의 정해진 루틴이다. 매번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렇게 ‘현지 식당’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의 음식이 맛있다는건 얼마나 재밌는 일일까 하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었다.     

정말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이번 여행에서는 나도 고로가 되어보고자 했다. 어차피 일본어는 못읽으니까 거리를 우왕좌왕 걷다가 느낌오는대로 들어가서 추천메뉴를 시키고, 추천메뉴를 맛보고자 했다. 그래서 추천메뉴의 일본어인 ‘오스스메’라는 발음은 확실하게 준비했다.


 막상 마쓰야마에 도착한 첫째, 둘째 날에는 타 문화에 대한 겁이 나서 기존에 한국인들이 남긴 후기가 있는 곳에서만 밥을 먹었다. 그런 곳은 대부분 번화가에 있었고 영어메뉴판 정도까지 준비가 되어있는 상점이었다. 그리고 셋째 날, 오즈시와 우치코 마을을 둘러보려고 떠났던 날에 처음으로 나의 고독한 미식가는 데뷔를 했다.      

역도 그렇게 크지 않고, 우리나라의 여느 교외역과 다르지 않다.

 우치코 마을은 마쓰야마 관광코스에 꼭 들어가는 곳들 중 한 곳이다. 마쓰야마역에서 쾌속열차를 타고 20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에, 예전 일본의 모습을 남겨놓은 하나의 테마파크 느낌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우치코를 찾았다. 우치코역 관광안내소에서 팜플렛을 챙기고, 대략의 지도를 본 뒤 거리를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먼저 생업박물관을 가서 과거 일본인들의 삶의 모습을 구경하고, 삶의 모습이래야 다다미방에 모여서 밥먹는 정도지만, 우치코자(가부키 극장)로 향했다. 우치코자는 행사 관계로 문을 닫았어서 그냥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모처럼 생업을 보고 문화에 대한 고민을 해서일까, 배가 고팠다.      


 우치코는 결코 큰 도시가 아니다. 편의점은 역에서 민가 쪽으로 나가야 있고 우리가 흔히 아는 프랜차이즈들도 없다. 식당들은 거리 곳곳에 숨어있는데 대부분 일본어 간판으로만 되어있다. 그것도 한자와 가타카나가 섞인. 이 상황은 곧 나에게 진정한 의미로 무한선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있던 한 곳을 지나고, 뒤로 더 가다가, 아무래도 식당이 없어보이는 거리였다. 오르막길에 사람들도 없었기에, 다시 돌아서 내려왔다. 고민고민을 하던 중 창 앞에 사진으로 입간판을 해 둔 가게가 있길래 그 곳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나중에 한국에서 검색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곳은 <요네야>라는 식당으로, 우치코 내에서도 노포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스미마셍~” 하니 아무도 안나온다. 일본은 대부분 안에서도 알아보고 “이럇샤이마셍~” 해주던데 아무도 없어서 당황했다. 분명히 불이 켜져있고 안에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나오지 않는다니. 이내 고민하다가 주방 쪽으로 더 들어가 기웃기웃거렸다. 그제서야 사장님의 “이럇샤이마셍~”을 들을 수 있었다. 자리를 안내받고 메뉴판을 받았다. 메뉴판에서 입구에 있던 사진을 고르고,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놀랐다. 사시미 정식이 1,300엔인가 했으니 말이다. 사시미 정식과 우롱차(우롱차는 고로의 시그니처다.)를 주문한 후 잠시 손을 닦고, 차를 마시며 창 밖 풍경을 보고 있었다.      


 나온 메뉴는 예술적이었다. 기다란 타원형의 접시에 갖은 회들이 썰려있었고, 생선이 들어간 국에 반찬들, 간단한 후식까지 준비되어있었다. 하나의 쟁반에 다 담겨 나온 모습이 무엇인가 일본스러움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고로처럼 밥그릇을 손에 들고 먹고, 사시미를 하나씩 먹고, 간장에 담궜다가, 국물을 마셨다가 하며 굉장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다만 고등어로 보이는 생선이 약간 비렸다는 것만 빼면 완벽한 식사였다. 식사를 마친 후 두 손 모아 ‘고치소-사마데시타’(잘 먹었습니다)하고 계산한 뒤 가게를 나왔다.      

그날의 사시미 정식

우연히 찾아 들어간 노포 맛집에서 밥을 먹은 후, 만족스럽게 배를 두들기며 내 여정을 이어나갔다. 조용한 우치코 거리를 걸어, 평일이라 그런지 가게들도 많이 문을 닫아 더 조용했는데, 마을 끝자락에 있는 절을 들렀다가, 다시 돌아 내려오던 찰나에 날은 덥고 목은 말랐다. 근처에 편의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동네 마트로 보이는 것들이 있었으나, 아직 그런 곳들은 무서웠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다시 고로처럼 변했다. <목이....마르다...>     


 우선 걸어가면서 카페같이 생긴 곳들이 있는지 천천히 둘러보았다. 카페는 식당과 달리 사진 있는 입간판을 내세운 곳이 없었다. 한 거리를 두 번인가 오가고 갈증이 극에 달할 때 즈음에 결국 구글맵을 이용하기로 했다. 구글맵을 켜고, 내 위치에서 카페를 검색하니 바로 옆에 있는 입구가 카페 입구였다. 별점도 높고, 사진들을 보니 제법 맛있어보이는 것들이 많아서 일단 들어갔다.     


 카페 안은 적당히 어두운 우드 톤의 분위기였다. 면적은 제법 넓었는데 안쪽에는 좌식 테이블이 있고 창가 쪽에는 입식테이블과 다찌가 존재했다. 하필 내가 들어갈 때 다른 손님들이 계산하는 타이밍이라 크게 안내를 받지는 못했기에 그냥 한국식으로 빈 자리에 앉았다. 이내 메뉴판을 받아들고 메뉴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제법 고풍스러웠던 카페 내부

 일본의 카페에 왔으니 뭔가 일본스러운걸 먹어야겠는데, 흠 카페인은 안 먹을거고, 흠 단거.... 하면서 넘기다 보니 ‘크림소다’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한국에도 많이 들어오고있는 크림소다는 탄산 에이드 위에 아이스크림을 한 덩이 얹은 모양이다. 시원하고 달달하니 맛이 좋을 것 같아서 그걸 하나 시키고, 디저트 쪽은 보다가 푸딩이 있길래 푸딩을 같이 시켰다.     

미컁 크림소다와 커스타드 푸딩

 푸딩은 우리가 흔히 아는 컵에 담긴 모양이 아닌, 케이크를 잘라놓은 듯한 모양이었다. 그 위를 쌉싸름한 소스가 덮고 있었고 크림소다는 생각한 모양 그대로였다. 컵에 동그란 아이스크림이 마치 무인도처럼 떠 있었다. 두 가지 모두 맛이 좋았다. 특히 크림소다는 천재적인 발상이었다. 밀크쉐이크는 자주 먹으면 약간 부담스럽고, 그냥 에이드는 뭔가 심심한 느낌인데, 크림소다는 딱 이 둘의 좋은 점을 합쳐놓은 맛이었다.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맛을 가져다주었다.       


 두 가지를 먹으며 일본의 첫 카페가 성공적임을 자축하고, 뒤에 갈 곳들을 생각해보고, 친구들에게 이런 것도 먹고다닌다며 자랑을 하며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점점 열차시간이 가까워져, 카페에서 계산을 하고, 길을 나섰다. 이번에도 고로처럼, 뻗은 인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걸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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