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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Aug 14. 2023

언어의 장벽을 마주쳐버렸다.

6월 시코쿠 여행기(4)

 츠케멘을 먹고, 지도에 의존해 길을 나섰다. 아는 간판 하나 없고 아는 사람 하나 없지만 목적지 하나 설정해놓고 걸었다. 목적지는 마쓰야마 역이었다. 다음날부터 3일간 사용해야하는 열차 실물패스를 교환하기 위함이었다.     


 길을 걷다가 좌측보행인 것을 헷갈리기도 하고, 뜬금없이 있는 공원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가게들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구경하기도 하면서 걷기를 한 15분 정도, 역에 도착한다. 역은 그렇게 크지 않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서울역급은 확실히 아니고, 지방에 있는 소도시의 기차역을 닮았다. 뭐 마쓰야마가 시코쿠 지방에서는 대도시지만, 실제로는 소도시가 맞으니 퍽 어울리는 크기이다.     

걸으면서 처음으로 사먹은 칼피스 워터. 밀키스의 맛이 난다.

 역에 도착해서 바로 여행자센터로 향했다. 그 곳 위에 ‘Tourist information center’ 라는 글씨와 함께 JR패스 교환처 라고 적혀있었기에 찾아가기 쉬웠다. 들어가서 한 차례 순서를 기다리니 고등학생이나 되었을까, 싶은 남자직원이 나를 불렀다.     


 늘 그랬듯이 “곤니찌와~” 한 번 해주고, 패스 교환을 요청했다. 패스 교환은 일본어로 “패스-코칸 오네가이시마스”라고 번역기가 알려줬는데, 그 직원이 이해를 못했다. 아마 내 부족한 발음 때문이려나, 실물 바우처를 들이미니 그제서야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 뒤에서 필요한 서류들을 챙겨왔다. 이름과 여권을 제시하고, 복사하고, 서류를 작성한 뒤 그에게 물어봐야만 하는 것들이 있었다.      

교환한 레일패스

 패스의 적용 범위는 열차의 비지정석이다. 그리고 열차에는 지정석과 비지정석이 있다. 이때, 이 둘을 구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국에서 패스 구매시에도 여러 가지를 찾아보았으나, 그 정보는 없고 죄다 ‘비지정석’만 이용 가능합니다. 라는 문구뿐이었다. 혹시라도 지정석에 잘못 올랐다가 요금 폭탄을 맞을게 두려워 그 부분을 확실히 하고자 했다.      


 지정석과 비지정석을 어떻게 구분합니까? 라는 질문을 번역기에 돌려 그 직원에게 보여줬다. 그 직원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쏟아지는 일어 질문... 그 질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한 것인지, 직원은 패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비 지정석만 이용가능합니다.” 아니, 그 원칙은 나도 확실하게 알고 있는데, 뭘 계속 반복하는지, 다시 한번 번역기를 돌려 보여줬지만 둘의 이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고 나니, 그냥 내가 구글로 찾아볼까.... 여행기나 후기 좀 더 뒤지면 뭐든 나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직원에게 감사인사를 하려는 순간, 그가 아이패드를 가져왔다. 아이패드에는 일본 관광청에서 배포한 동시통역기가 있었고, 영어밖에 지원을 하지는 않았지만, 영어로 그 정보인식을 다시한번 시도했다. “How to deserve reserved-seat and non reserved seat?” 이렇게 번역해서 보냈는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렇게 두어번 오가고 나니, 그 직원이 갑자기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따라오라고 했다.      


 그렇게 직원의 뒤를 따라 플랫폼으로 향하니 왠 커다란 스크린이 하나가 있었다. 그 스크린에는 열차정보로 보이는 것이 있었고, 약간의 영어가 있었다. 대략적으로 이해해보니, 열차의 호실별로 특징을 알려주는 듯 했다. 그리고 읽을 수 있는 한자도 몇 개 있었는데, 내가 내일 가야하는 ‘다카마쓰(高山)’, ‘자유석(自由席)’ 이었다. 그렇게 보면, 그 스크린은 매 열차의 자유석과 지정석이 몇호차인지 알려주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직원도 똑같이 설명하는 듯 했고, 차량배차도까지 챙겨와 내일 아침 다카마쓰를 가는 열차의 자유석은 어디라는 이야

기도 해주며 진심을 담아서 설명해줬다.      


 그렇게 궁금증을 해결하고, 그와 인사를 하며 역을 나왔다. 그의 친절에 난 감동했다. 번역기가 온전하게 작동하거나, 번역하지 않더라도 결국 그와 나는 마음으로 통한 것이었다. 나는 알고싶었고, 그는 정성껏 안내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나눈 로컬과의 대화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이렇게 마쓰야마에서의 첫날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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