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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Aug 13. 2023

막상, 겁이 좀 납디다.

6월 시코쿠 여행기(3)

 공항을 나와, 시내까지 연결해주는 셔틀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가 위치한 곳은 오카이도라고 불리는 마쓰야마의 중심지였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걸어가면서 거리를 훑을 때도 수 많은 식당들과 카페가 보였기 때문에,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카이도 앞을 지나는 트램. 마쓰야마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호텔체크인을 하고, 방에 좀 있다가 배가 고파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결심했다. 저녁을 먹을만한 식당을 찾아야했는데, 긴장을 계속 하고 있어서 그런가, 막 열성적으로 당기는 메뉴가 없었다. 그래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처음에 일본 여행을 생각하면서 제일 하고싶었던 것은 ‘고로’처럼 먹는 것이다. 고로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인데 멋진 샐러리맨이다. 일본 전역으로 출장을 다니며, 여행지를 돌아다니다가 맛있는 식당을 발견해서 밥을 먹는데, 그 장면이 너무 멋져보였다. 먼저 찾지 않고 우연히 걸린 맛집. 걷다가 이끌려 들어간 식당에서 제공하는 최고의 식사까지. 나도 가면 먼저 찾아보지 않고, 걷다가 간판보고 느낌가는대로 가봐야지~ 했었다.     

이 드라마처럼 먹고 싶었다.

 막상 일본에 와보니 그렇게 하기는 겁이 났다. 대부분의 간판은 필기체로 쓰여 있어서 번역기가 읽지 못하고, 가타카나는 내가 아예 읽을 줄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번화가의 식당들로 나서자니, 총을 들지 않고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이랑 비슷하다고 느꼈다. 어쩔 수 없이 몇 개의 선별해놓은 식당들 중에서,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츠케멘’집으로 향했다.     


 구글지도가 있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실시간으로 내가 가는 길과 위치를 다 표시해주니, 그저 정신만 차리고 가면 되는 것이다. 호텔에서 걸어서 한 5분 거리에 있는 이 집은 <슈헤이>라고 한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아노...스미마셍...”하니 다찌에 있던 사장님이 반겨주셨다.     


 자리에 앉아 물티슈와 메뉴를 받아 들고, 천천히 탐독하기 시작하는데, 가타카나를 모르니 읽을 수 있을리 없다. 번역기로 돌려봐도 뭔 이상만 글만 되풀이다. 막막하던 찰나에, 사장님이 눈치를 채셨는지, 영어 메뉴판을 가져다 주셨다. 얼추 이해가 되길래, 주문은 일본어로 했다.     

첫 식사. 츠케멘

 주문만 하면 그 이후는 대한민국과 다를게 없다. 음식을 기다리면 되고, 중간에 말을 걸면 대화를 나누면 된다. 그렇게 츠케멘을 먹고, 값을 치룬뒤 다시 거리로 나섰다. 한끼를 내 힘으로 해결한 후에 찾아오는 안도감은 컸다. 이제 나는 다시 고로가 될 수 있었다. 결국 식당의 구조는 대한민국과 다를게 없고(세세한 매너는 좀 다르겠지만) 말을 건네오면 적당히 대화를 나누면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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