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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Aug 23. 2023

일본이나, 한국이나 할머니 손맛은

6월 시코쿠 여행기(13)

 ‘마쓰야마’ 하면 떠오르는 관광지와 특산품을 저번부터 계속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귤이 유명하고 도미가 유명하다. 관광지로는 일본 내에서 유서가 깊은 <도고온천>이 유명하다. 약 1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과거 쇼토쿠 태자가 이 온천의 물을 즐겨마셨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이런 역사적 이야기 외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영화의 배경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마쓰야마를 방문한 여행객으로서, 이 곳을 가보지 않을 수 없어, 한 손에 무료티켓(제주항공에서 준)을 들고 쫄래쫄래 온천으로 걸어갔다.     


 가면 완전한 온천 타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문경....정도의 느낌이다. 수안보 근처를 가면 온천이 있고, 그 주위로 여러 숙박업소, 식당, 기념품점이 가득하다. 이 곳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만 온천이 하나로만 정리되어있다는 점이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도고 온천은 본관(과거 건물)과 신관으로 이루어져있다. 무료티켓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신관이기에, 신관으로 향했다. 입구 리셉션에서 “스미마셍~”하며 티켓을 내밀자 그 안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친절하게 “안녕하세요” 해주셨다. 모처럼 듣는 한국어여서 더 반갑고 고마웠다. 티켓을 받고, 온천 안으로 들어갔다.      


 신관은 확실히 새 건물이라는 표가 난다. 내부는 필자가 생각하기에 어디 리조트 같은-아 정확하게는 캐리비안베이같은 워터파크로 지칭하겠다.- 느낌이다. 깔끔하고 환한 조명이 그런 느낌을 준다. 신발을 벗고 남탕으로 들어가면 그 뒤는 사우나와 똑같다. 옷을 벗고, 락커를 잠근 뒤 샤워를 하고 탕에 들어가면 된다. 우리처럼 이벤트탕, 온탕, 열탕 이렇게 종류가 많지는 않고 고온/저온 두 개의 탕만 제공된다. 다만 특별하게 노천탕이 있다. 들어가서 몸을 푹 지지고 사람들을 구경하고 몸을 헹군 뒤 나왔더니 어느 새 해가 어둑어둑 지고 있었다. 그것은 곧 내가 밥을 먹어야 함을 의미했다. 점심으로 먹은 가츠동은 어느덧 소화가 다 되었고, 배가 살살 고팠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생체시계를 맞춘 것처럼 대부분의 식당에는 웨이팅이 있었다. 막 기다리고 싶지는 않았어서 혼자 식당을 찾아 돌아다녔다.     


 대부분이 가격대가 있는 식당들(정식, 생선회)이어서, 고민을 하다가 구글맵에서 제법 괜찮은 리뷰를 하나 보게 되었다. ‘일본 집밥’ 한국어로 적혀있었는데, 그 단어에 큰 충격을 받았다. ‘집밥’이라는 단어. 여행지에서 생각했던 단어. 로컬의 밥상을 먹어볼 수 있는 기회? 이 알고리즘을 타고 그 식당으로 마음이 거의 향했고, 5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알게 된 뒤 마음은 더 그 식당으로 향했다. 지도를 켜고 좁은 골목길 사이에 있는 <봇쨩>이라는 식당에 도착했다.      


 보면 어둑어둑한 내부 모습이다. 조명도 어둡고, 다만 주방에 어느 정도의 불이 있을 뿐이다. 들어가면 담배냄새가 코에 닿는다. 다찌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일본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갑자기 고개를 들이민 한국인이 신기한 듯이 모두가 나를 쳐다본다. “히토리 데스”하고 자리에 앉았다. 흔히 앉는 다찌여서 편안했고, 주인 할머니의 모습도 푸근했다. 메뉴를 읽는건 어차피 어려우니까 늘 했던 “오스스메 구다사이”라고 추천메뉴를 주문한 뒤, 맥주를 먹겠냐고 물어보시길래 그냥 우롱차를 달라고 했다. 주문하면 그때 좁은 주방을 좌우로 옮기시며 찬을 챙기시는데 이때도 가게 안의 여유로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게 안을 조금 둘러보다가, 처음으로 받은 반찬은 두부였다. 우리가 집에서도 흔히 먹는 생 두부. 두부 위에 간장을 얹고 가다랑어포를 그 위에 얹은 반찬이었다. 뒤 이어 건더기 잔뜩 들어간 미소시루와 생선조림이 나왔다. 바로 밥까지 주셨는데, 그 양이 고봉이었다. 다 받고 나니 뭔가 단촐한 듯 하지만 단촐한 느낌은 아니었다. 물론 그때 현지식당이라는 것에 매료되어 눈에 콩깍지를 몇 겹으로 둘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500엔짜리 저녁밥. 훌륭한 한끼 식사다.

 맛은 훌륭했다. 막 호텔급의 맛은 아니지만 잘 만든 백반 느낌?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밥을 이렇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반찬들과 밥을 먹고 미소시루를 마시고 있으니 할머니께서 밥 먹는 모습이 너무 뻑뻑해보였는지, 다꽝도 좀 주시고 했다. 다꽝이 뭔지 처음에 모르다가, 예전에 본 <할렐루야>라는 작품 덕분에 기억을 해냈다. 다 먹고 일어나려는 찰나, 붙잡고 아이스 코-히 하시길래, 얌전히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얼음 컵에 담긴 커피가 나왔다. 아무것도 타지 않은 순도 100%의 블랙커피였고, 그걸로 입을 헹궜다. 그리고 이제 진짜 잘 먹었다는 인사를 남긴 뒤 가게를 나섰다.     


 유난히 배가 부르고, 날이 시원한 밤이었다. 뒤로 있는 온천가의 전등을 뒤로 하고, 바닥의 철로를 따라 걸음을 시작했다. 걸어서 2-30분 정도! 마쓰야마의 마지막 밤을 더 즐기자! 하는 생각으로...

아름다웠던 밤 시간의 도고온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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