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지 이십삼세 Aug 24. 2023

나만의 조식뷔페

6월 시코쿠 여행기(14)

 마쓰야마를 준비하며 호텔을 예약하는데, 나는 돈을 아끼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적당한 시설에 청소 같은건 필요 없었고, 그저 방만 있으면 됐다. 다른 사람들은 호텔의 조식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예전에 한 두 번 먹어본 조식이 모두 별로였기에, 조식 옵션을 제외한 채로 호텔 예약을 했다. 체크인을 할 때 프론트의 직원이 조식을 추가할 수도 있다고 말해줬지만, 나는 크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먹거나 하면 더 저렴하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 여행을 가면 아침은 근처 식당에서 먹는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이 국밥종륜데, 24시간이나 아침에 영업하는 곳이 거의 국밥집이다, 간간히 빵도 먹고 다닌다. 다만 걸어다니는게 많은 날에는 무조건 아침은 든든하게 먹고 출발한다. 일본에서도 뭔가 든든한 것을 고민하던 찰나, <요시노야>와 <스키야>라는 간판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이 두 가게는 모두 불고기 덮밥 체인점이다. 우리나라로 예를 들어보면 김밥천국과 비슷한 포지션이다. 저렴한 가격에 불고기 덮밥을 판매하고, 그 외의 메뉴도 많다. 아침 시간에는 조식 할인까지 해준다. 일본의 직장인들도 이 곳에서 아침을 먹고 출근하기도 하고, 간간히 가족끼리도, 방과후에 친구들끼리도 가서 먹는다고 한다.      


 저렴한 가격에 로컬들의 식당. 물론 김밥천국을 외국인들이 간다고 하면 약간은 “왜 가지?” 싶겠지만 왜인지 나에게 요시노야는 그런 포지션이 아니었다. 좀 더 고급진 이미지였고, 일본의 불고기 덮밥과 돈지루는 꼭 먹어봐야할 먹킷리스트에 들어가 있었다. 먹킷리스트의 달성을 바로 시작했다.      


 가게에 들어가면 일본답게 다찌형으로 되어있다.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밝고, 아침에 직장인들이 제법 있다. 메뉴판을 쭉 읽는다. 영어는 없지만 맥락 상으로, 사진을 보고 어떤게 덮밥이고, 어떤게 다른건지, 세트는 어떻게 된건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먹킷리스트의 메뉴인 규동과 돈지루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면 뜨끈한 밥과 국이 나온다. 이제 일본인들처럼 먹는 차례만 남았다. 젓가락을 이용해서 밥과 고기를 떠먹고, 그릇을 들고 먹고, 간간히 돈지루로 입을 헹궈주며 음식을 맛본다. 달콤한 불고기(약간은 짜지만)에 쌀밥은 국내에서도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게다가 돼지고기가 떠있는 돈지루는 그 자체로 속을 데우며 배를 불린다. 덮밥을 어느 정도 먹고 나면 별도로 주문한 날계란을 하나 까서 넣고, 휘휘저어 들고 입에 붓는 것이다. 그러면 매우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마무리 된다.      


 이렇게 밥을 먹고 그날의 여행을 위해 길을 나서면 아무런 방해가 없다. 배는 부르고, 여유롭게 다닐 수 있고, 그 자체로 행복이다. 호텔의 조식이 주는 포만감도 이에 못지않았겠지만 현지의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나 이전에도 수 많은 여행자들이 갔던 곳이라, 나만의 꿀팁은 아니지만, 호텔 조식을 중시하는 여행자들이라면 한번쯤은 요시노야나 스키야에서 일탈을 즐겨보기를 바란다. 제법 한국의 것과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으니...     


<필자의 개인적인 추천 메뉴는> 규동(소)+돈지루+날계란 이다.  

훌륭한 아침 부페. 왠만한 호텔 뺨친다.


이전 11화 일본이나, 한국이나 할머니 손맛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