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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Aug 27. 2023

언어를 모르더라도 문제가 안된다.

6월 시코쿠 여행기(15)

 혼자 떠난 첫 해외여행. 제법 안전하게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스스로 든다. 시간에 맞춰 수속도 잘 밟았고, 이미그레이션 무사 통과하고, 숙소에 체크인하고,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사람들과 말하며 밥먹고 술마시고 쇼핑하고 구경하고 왠만한건 다 했다. 일본어라고는 인사와 주문밖에 모르는 내가 일본 여행을 혼자 다녀왔다는 점이 굉장히 뿌듯하다.


 이번 여행에서 배웠던 것은 “맥락”의 중요성이다. 말을 하지 못해도 좋다. 단어만 알아도 좋다. 현지인들은 우리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 유창한 회화를 원하지 않는다(특히 공항에서) 그럴 땐 상황을 상상해보자. 입국심사중이라면 어떤걸 물어볼 것 같은지, 세관이라면 어떤걸 물어볼 것 같은지, 지레짐작으로 때려맞추면 된다. 대화의 순서에 맞지 않더라도 단어를 하나 말하면 현지인이 눈치껏 잘 받아주니 겁먹을 필요 없다. 모든 곳이 사람 사는 곳이고, 그 지역의 문화(버스 타는 문/계산 문화 등)만 미리 알고 가면 배척받거나 하지 않는다. 모든 곳이 자신의 국가와 크게 다름없다.


 하나 의견을 더하자면 여행을 가기 전에 그 지역에 대한 공부를 약간은 해가는걸 추천한다. 전문적인 역사는 아니어도 좋다. 우리가 여행을 간다고 해서 그 성의 천수각 기둥 개수를 알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다만 기본적인 정도, 팜플렛에서 나올 정도의 정보를 알고 가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깊게 그 지역을 볼 수 있다. 미리 그 지역이 나오는 소설을 읽고 가도 큰 도움이 된다. 마쓰야마는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이 유명한 것처럼. 그것을 읽고 가면 도고온천 역 앞에 있는 시계탑이 남다르게 보인다.


 또 한가지. 여행에서는 시간의 아까움이 없다. 자고 싶으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면 된다. 그때마다 하고픈 대로 하면 된다. 당장 필자만 보더라도 소금빵을 사겠다고 한 시간 정도를 더 가고, 자전거를 타겠다고 다른 지역으로 나다니지 않았는가.


 물론 이렇게 여행에 대해 자신 넘치는 태도는 이번 여행에서 좋은 사람들만 만났기 때문이다. 혐한이니 하는 것을 당한 적도 없고, 시비가 걸린 적도 없다. 다들 느린 일본어를 잘 받아주었고, 가능하면 한국어도 해주며 여행객을 반겨주었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과 일본에 대한 좋은 감정만 생기게 되었다. 앞으로 나의 삶에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지금, 여행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개인의 생업상황을 보고 여유롭다면 한번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언어는 몰라도 되고, 두 다리와 여권, 의지만 있으면 돌아다니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한 손에 보딩패스를 들고 떠나는 공항을 상상하면 그 자체로 큰 원동력이나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여행에서 시간의 유한성에 대한 아쉬움은 있을 수 있지만, 아까움은 없다.
그때 하고 싶은 것을 즐겨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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