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부터 들여다보자
(전지적 대치동엄마 시점)
아이가 유치원을 다녀온 어느 날, 케빈의 집으로 불쾌한 전화 한 통이 날아들었다.
“저 찰스 엄마예요. 다름이 아니라 케빈이 여자애들을 시켜서 찰스를 때리고 갔다지 뭐예요. 사과해 주세요.”
황당한 전화를 받은 케빈 엄마는 당장 케빈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난 그런 적이 없어. 여자애들이 찰스를 때리고 가면서, 내가 시켰다고 거짓말을 한 거야”
결국, 아이들을 불러서 삼자대면을 했고, 결국 찰스 엄마의 판단 미스로 엄청난 실수를 하게 됐다.
찰스 엄마는 아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다짜고짜 따지고 들었던 것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 편을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칫, 상대방에게 엄청난 실수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도 있다.
이게 만약, 찰스의 허언증이나 판단 미스에 의한 사건이었다면, 그녀는 케빈 엄마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실언을 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특히 자신이 생각한 대로 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초지종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냥 친구가 미워서 혹은 시샘이 나서 덤터기를 씌우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찰스 엄마는 케빈 엄마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찰스는 케빈을 싫어한다. 동시에 둘이 스피킹 대회를 나갔다가 찰스가 떨어진 뒤로는 케빈의 모든 것들이 싫었다.
발표하기를 좋아하는 케빈은 늘 본인이 먼저 대답을 했고, 찰스는 자신의 기회를 빼앗긴다는 생각에 시샘이 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여자친구들도 케빈 주위에만 몰려있는 것 같고, 자신은 늘 외톨이다. 그때부터 점점 케빈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턴가, 쳐다보고 있으면 분노가 치밀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들이 자신을 툭 치고 가면서 케빈이 시켰다고 거짓말을 했다. 찰스 역시 케빈이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자신이 싫어하던 케빈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누명을 씌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자고 결심하고 엄마에게 투덜거렸던 것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먼저 믿을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런 엄마이기 때문에 찰스 엄마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전에 일단, 케빈이라는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 사전 조사 정도는 했어야 마땅하다. 한 다리만 걸쳐도 다 알아볼 수 있었는데, 차마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 과정을 빠뜨렸던 것이 그녀의 최대 실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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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에 나오는 이름들은 가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