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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천사J Jun 01. 2024

내 아이부터 들여다보자

(전지적 대치동엄마 시점)

아이가 유치원을 다녀온 어느 날, 케빈의 집으로 불쾌한 전화 한 통이 날아들었다.

“저 찰스 엄마예요. 다름이 아니라 케빈이 여자애들을 시켜서 찰스를 때리고 갔다지 뭐예요. 사과해 주세요.”

황당한 전화를 받은 케빈 엄마는 당장 케빈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난 그런 적이 없어. 여자애들이 찰스를 때리고 가면서, 내가 시켰다고 거짓말을 한 거야”

결국, 아이들을 불러서 삼자대면을 했고, 결국 찰스 엄마의 판단 미스로 엄청난 실수를 하게 됐다. 


 찰스 엄마는 아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다짜고짜 따지고 들었던 것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 편을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칫, 상대방에게 엄청난 실수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도 있다.


이게 만약, 찰스의 허언증이나 판단 미스에 의한 사건이었다면, 그녀는 케빈 엄마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실언을 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특히 자신이 생각한 대로 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초지종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냥 친구가 미워서 혹은 시샘이 나서 덤터기를 씌우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찰스 엄마는 케빈 엄마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찰스는 케빈을 싫어한다. 동시에 둘이 스피킹 대회를 나갔다가 찰스가 떨어진 뒤로는 케빈의 모든 것들이 싫었다. 

발표하기를 좋아하는 케빈은 늘 본인이 먼저 대답을 했고, 찰스는 자신의 기회를 빼앗긴다는 생각에 시샘이 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여자친구들도 케빈 주위에만 몰려있는 것 같고, 자신은 늘 외톨이다. 그때부터 점점 케빈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턴가, 쳐다보고 있으면 분노가 치밀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들이 자신을 툭 치고 가면서 케빈이 시켰다고 거짓말을 했다. 찰스 역시 케빈이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자신이 싫어하던 케빈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누명을 씌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자고 결심하고 엄마에게 투덜거렸던 것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먼저 믿을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런 엄마이기 때문에 찰스 엄마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전에 일단, 케빈이라는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 사전 조사 정도는 했어야 마땅하다. 한 다리만 걸쳐도 다 알아볼 수 있었는데, 차마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 과정을 빠뜨렸던 것이 그녀의 최대 실수였다. 


 케빈은 매우 모범적이고 이성적인 아이이기 때문에 여태까지 한 번도 사건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그런 짓을 했을 리는 만무하다.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 그녀다. 결국, 그렇게 경솔한 행동을 해놓고 후회하는 건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에, 찰스엄마는 그 사건 이후로 내 아이부터 점검해 보는 습관을 가졌다고 한다. 

아이가 유치원 시절에는 이러한 사건들이 정말 많이 난무한다. 아이들의 의사소통이 채 발달되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에 내 아이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방 엄마에게 따지기 이전에 내가 이 사건을 들춰냄으로써 추후에 일어날 일들까지 과감하게 책임질 수 있는지를 고려해 봐야 한다. 

즉, 만약에 우리 아이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 아이가 오해하는 거라면?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지? 여기까지 충분히 고민을 해봐도 절대 급하지 않다. 모든 정황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분석해 봐도 너무나 억울한 사건이라면 그때 상대방 엄마에게 넌지시 얘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옛말에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했다. 감정선을 이기지 못해서 파르르 분노에 치민 마음으로는 절대 상대방에게 좋은 소리가 나갈 수 없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건 결국 상대방의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아닌가. 제아무리 가해자의 엄마라 해도 날 선 상대방을 곱게 볼 엄마는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반감만 심해지고 결국 싸움만 부추기는 꼴이 된다. 그렇게 결국 학폭위 까지 열려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들. 이런 사건들은 아이들과 엄마들 사이에서 전국적으로 무수히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학폭위 담당 경찰관들은 하루에도 수십 건씩 들어오는 사건들로 인하여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아이들의 사소한 일도 본인들의 감정싸움으로 인해 더욱 커다란 일로 만들어 내는 게 엄마들의 재주 같다는 말과 더불어.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내가 미워했던 그 사람을 계속 만나게 되는 상황들이 생긴다. 


S는 아이가 어린 시절 사이가 안 좋았던 그 엄마와 입시가 끝나는 그날까지 계속 만나게 되더라며 한탄을 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그때 참 별일 아니었는데 조금만 참고 넘어갈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부디, 사소한 사건들로 인하여 굳이 애써서 주위에 적을 많이 만드는 지혜롭지 못한 엄마가 되지 않기를. 



저작권 등록. 초고 수정중.


(제 글에 나오는 이름들은 가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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