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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Mar 24. 2024

아파트 두 채를 일시불로 긁었다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고층 아파트였다.


와우...한강뷰도 아니고 바다뷰라고?


'앞동뷰'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 흥분할만한 일이긴 했다. 그래서였을까? 조금 더 찬찬히 둘러보고 결정해도 되었을 것을,앉은 자리에서 두 채를 계약한 것이다. 그것도 카드 일시불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너무 무리했나? 대출이자 한달에 얼마씩 내야 하지?

취득세가 8%면 얼마야?

3주택자 되었으니 재산세는 얼마나 늘까?

그런데 여기가 무슨 아파트였지? 아파트 브랜드도 듣보잡인데?

아...너무 성급했나?


솔직히 물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방금 계약한 집을 물릴 수 있을까?

요즘 매수세도 없는 것 같은데...

왜 덜컥 계약서에 도장부터 찍었지?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안돼...이건 악몽이야...




일어나보니, 진짜 꿈이었다. 하지만 너무 생생해서, 한동안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집이 그렇게 사고 싶었나? 어떻게 이런 꿈을 꾸지? ㅜ


요즘 나는 남편에게 명품백 대신 '집'이 갖고 싶다고, 같이 임장을 다니자고 졸라대고 있던 중이었다. 종자돈 모일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미리미리 봐둬야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작년 월세집을 구할 때에도 혼자 퇴근 후 미리미리 집을 보러 다닌 덕분에, 마음에 드는 집을 전월세 하락기에 저렴하게 계약할 수 있었는데, 그 성공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https://brunch.co.kr/@allthatmoney/13



무엇보다도 "임장"이라는 것을 좀 다녀보고 싶었다. 인터넷/신문에서만 접하던 아파트를 직접 가서 돌아다니며 입지와 실거주 편의성을 파악하고, 새 아파트의 잘빠진 구조와 멋진 인테리어를 보는 일...생각만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결혼 후 줄곧 몇몇 익숙한 동네의 구축/재건축 아파트에서 20여년을 살아온 것이다. 이제는 좀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꿈에서처럼 아무 아파트나 계약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동산 보는 눈을 키워야 했다.


곧 닥칠(?) 경제위기와 집값 하락을 굳게 믿고 있는 남편도 "미리 준비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나의 말을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그래서 날이 곧 따뜻해지면 우리 부부는 "임장"을 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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