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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Apr 07. 2024

40대 후반에 두번째 임장


임장을 다녀본 것은 2013년 봄~여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때는 서울의 집값이 다 고만고만했는데, 투자겸 실거주 용으로 집을 여러 군데 보러다녔다. 당시 우리 손에는, 올수리한 첫 번째 집을 판 돈 ㅇ억이 들려 있었다.


강남 : 반포, 잠원

강북 : 옥수, 이촌, 행당, 왕십리, DMC

강서 : 목동 내 여러 단지


위 동네의 집들이 단지 1-2억 차이였다는 게 믿어지는가? 그 때는 그랬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이 남편과 시어머님/또는 친정엄마 뒤를 쫄래쫄래 따라 집을 보러 다녔다. 마치 내 집이 아니라, 남의 집을 보러다니는 사람처럼...친정엄마는 친정, 시어머님은 시댁, 각자의 근처에 자리잡기를 바라셨으나, 우리집은 결국 그 중간 위치로 낙점되었다.


2013년, 가을의 일이었다.


그 때 부동산 공부도 하고 주도적으로 임장을 다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가시지 않았다.




지금 우리 가족은 학군지에서 세를 살고 있다.


이 곳 작은 평수를 실거주용으로 사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마음 속에서 왠지 "안~돼~"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1. 여기는 아이들 교육시킬 때 들어와서  교육 마치면 뜨려고 마음먹은 곳이다 .

2. 여기서도 아이가 좀 잘한다 싶으면 다들 강남으로 이사간다.


위 두가지 이유로, 이 곳 학군지는 임장 제일 후순위로 밀어놓기로 했다.


두번째 집만큼은, 내가 아니라 남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을 사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번엔, 무조건 남쪽으로 가는거다.




손에 목돈 쥔것도 아닌데 임장을 간다고?


남편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는 남편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집을 몇 군데 보여달라고 예약을 해두었다.



첫번째 임장지는 송파의 한 신축단지였다. 전세끼고 사놓을 집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날씨가 화창한 토요일, 임장을 가는 마음이 설레었다. 사장님은 20-30평대 집 4군데를 보여주셨다. 그 뿐 아니라 흡사 거대한 도시와도 같은 아파트 단지를 구석구석 데리고 다니시며 브리핑을 해주셨다.


(부동산 사장님)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공원은 사실 지상 2층이에요. 아래 1층에는 주차장 연결 도로와 커뮤니티 시설이 있지요. 동서 1km에 달해 여기만 걸어도 상당한 운동이 됩니다.

부대시설로는 6레인 수영장과 7개의 국공립 어린이집, 6개의 도서관, 13개의 놀이터, 골프연습장, GX룸, 피트니스, 사우나, 탁구장 등등이 있구요,

올해 부터 연회장 근처에서 중식, 석식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에요.

또 나중 일이긴 하지만, 위례신사선이 연결되면 강남 삼성까지가 금방이에요.


(나)

위례신사선이요? 그게 뭐예요?


임장을 통해 나는 신축아파트의 어마어마한 커뮤니티 시설을 둘러볼 수 있었고, 이 곳에 교통 호재가 더해져 어떻게 편리해질지 상상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여태까지 살고 있던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 기분이었다.


임장 후 산책





두번째 임장은 강남의 신축단지였다. 이 곳은 강북의 우리집을 팔고 갈아타기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번에는 미리 부동산을 예약하지 않고 우리끼리 산책겸 임장을 가기로 했다. 강남 신축인만큼 아파트 외관이나 조경, 커뮤니티 시설이 좀더 고급져보였다. 재건축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마치 서울 구경을 나온 시골쥐가 된 기분이었다.


와, 이런 세계가 있구나.


돌아다니다보니 단지가 많아서 그런지 여기가 저기같고, 저기가 여기같고...혼란스러웠다. 아무데고 문을 연 부동산에 찾아 들어갔다.


(나)

사장님, 단지별 주요 특징과 차이가 뭐예요?


(부동산 사장님)

여기는 대치동 신축이 너무 비싸서, 또 구축은 너무 낡아서 이사온 분들이 많아요.

A아파트는 초등이 빌라촌과 섞이면서 아무래도 선호도가 조금 떨어져요. 대치동도 라이드가 필요하구요.

B, C 아파트는 버스타고 대치동이 한번이에요. 상가 등 편의시설도 가깝구요.


요컨대 '대치동 학원가와의 거리'가 아파트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들의 비슷한 듯 서로 다른 특성이 내 머리 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




이제 두 군데 돌아다녔을 뿐이지만, 임장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나) 완전 내 체질인걸?


놀라운 것은, 그토록 임장을 꺼리던 남편의 반응이었다.


(남편) 와보길 잘한것 같아...


아직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임장이지만, 적어도 한가지는 분명하다.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무조건 낫다는 점.

또 어떤 기회가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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