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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Apr 14. 2024

주말, 임장으로 16,111보 걸었다

4월 들어 주말마다 임장을 다니고 있다. 처음엔 우리끼리 그냥 가서 둘러보고, 다음 번엔 부동산을 예약해서 매물을 돌아보고. 주변 공원을 산책하고, 맛집도 찾아가고...그 지역을 우리 동네처럼 익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집도 그렇게 구했다.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 처음 놀라가본 동네의 한적한 분위기가 좋아 주말마다 찾아다닌지 3년 만에 산 집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때는 그냥 놀러다닌 거였지만, 지금은 임장을 간 김에 놀고 있다. 또, 그 때는 그저 동네 분위기가 좋다는 이유로 집을 샀지만, 지금은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


ㅇ 지금까지 가격 변동 추이가 어땠는지?

ㅇ 지하철역이 가까운지, 강남 접근성은 어떤지

ㅇ 학군지, 숲세권, 평지, 트인 조망 여부

ㅇ 유동인구가 많은지, 배후지역은 넓은지

ㅇ 향후 가치 증대가 기대되는지?

ㅇ 동네 브랜드는 어떤지



임장 갈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


5천세대 넘는 대형단지에서 왜 하필 그 몇몇 개 동이 로얄동인지, 실제 가서 보면 납득이 된다.


신문기사로만 접하던 그 지역의 호재가 실제로 어떤 파급력을 갖게 될지, 직접 가서 돌아다니다보면 좀더 생생하게 실감하게 된다.




그간 집값 폭락을 확신하며 임장을 내켜하지 않는 남편이었지만, 이제 주말이면 으레 묻는다.


"오늘은 어디로 갈꺼야?"


임장가서도, 부동산 실장님과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는 나를 한참 뒤에서 어슬렁 어슬렁 따라오곤 하지만, 나름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와, 여기는 진짜 사람 사는 동네 같다. 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 다 어디서 오는거야?"

"그 아파트는 안되겠더라. 주변에 상가 하나도 없고, 지하철 역도 멀고..."

"아까 부동산 실장님이 말한 내용, 관련 기사 링크 찾아서 보냈어. 읽어봐."



임장을 마치고 나면 우리는 간단히 요기를 하며 열띤 토론을 한다.


여전히 많은 견해차가 존재한다.



남편은 시드를 더 모아 '갈아타기'를 희망한다.

나는 현 가용자금으로 작은 집을 하나 더 사서 '2주택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갈아타기 관련해서도, 남편은 유사 급지 내 '재건축 아파트'로 갈아타자고 한다.

나는 갈아타기를 하려면 무조건 상급지로 급지를 높여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지금 우리 집처럼, 한적하고 배타적인 입지를 선호한다.

나는 이제, 기가 좀 빨리더라도, 중심지 북적거리는 곳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갈아타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비싼 집일수록 더 많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미 집값 양극화로 가격 차가 벌어질대로 벌어진 상황에서 남편은 거품이 빠져 가격차가 좁혀질 때까지 지켜보며 기다리자는 입장이다.


내가 작은 집을 하나 더 사려는 이유는, (1) 작은 집에 살면서 실거주 비용을 최소화해 노후 대비를 하고, (2) 이후에는 아이들이 커서 독립하거나 결혼을 하게 되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그 집에 살게 하려는 것이다. 아무래도 현 가용자금으로는, 지금 집보다 더 안좋은 지역의 작은 집을 사야 하기에 남편은 영 내켜하지 않는다.


집 매매 시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는데, 나는 실거주 목적이기에 지금 사도 문제 없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은 지금 집을 사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집이 언제까지 오를 것 같아?

경기 안좋다고 다들 난린데...집값만 계속 오른다고?




그리하여 남편과의 토론은, 늘 도토리표를 그린다. 주말이 끝나가는 지금, 마음이 복잡해진 이유이다.


남편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것이 큰 숙제이지만, 해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돌아다녀볼 생각이다.


2024년 봄~여름, 우리는 어떤 결과를 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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