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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May 19. 2024

회사에 강남 산다고 말했을 때 얻는 이득은?

요즘 주말마다 남편과 임장을 다니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우리가 '갈아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넘사벽 아파트 단지에 다녀왔다. 강남에서도 대장아파트로 손꼽히는 곳인데, 얼마나 좋은지 직접 가서 보고 싶은 마음에 나들이 삼아 다녀온 것이다.




강남에서도 한강변이다. 초역세권, 초학세권 입지에, 고급스러운 아파트 외관과 내부 조경까지...신축이 좋긴 좋구나 생각이 들었다.


(남편) 단지 밖은 북적거리는데 안은 한적하고 좋네.

(나) 커뮤니티도 한번 가보고 싶다...좋다던데.


둘이 대화하며 가는데, 앞에 웬 츄리닝 차림의 젊은 남자가 슬리퍼를 끌고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를 본 남편이 어쩔줄 몰라했다.


(남자) 어, 팀장님, 여기 웬일이세요?

(남편) 아, 여기서 만나네?

(남자) 저 여기 살잖아요. 101동

(남편) 어...나는 잠깐 친구좀 만나러왔어.


당황해하는 남편의 모습에, 나는 최대한 멀찌감치 떨어져 남자에게 목례를 하는둥마는둥 딴 데를 보고 서있었다. 그와 인사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말했다.


(남편) 아...ㅇ팔려. 임장왔다가 회사 직원을 만났네?

(나) 뭐 어때? 집보러 왔다고 하지. 근데…여기 살아? 젊은 나이에...대단하다.

(남편) 강남 산다고 하더니 여기서 만나네. 바로 저 직원이야. 내가 맨날 말하던...

(나) 아, 그?? 허걱....


평소 너무 제멋대로여서 남편이 골치 아파하던 직원이었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나) 회사에 강남 사는거 알려서 얻는 이득은 뭘까?

(남편) 이득 있지… 아무래도 함부로 못굴리지. 이 사람한테는 회사가 전부다~ 절대 그만두지 못한다~ 생각할 때 막 굴리거든.

(나) 헐...개이득. 나도 강남 살고 싶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사내 인트라넷에서 개인정보를 검색할 때 '주소'란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필수항목이 아니어서 보통 공란으로 비워두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써놓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강남 사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 전에는 이유없이 모든 이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직원이 있어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보려고 개인정보란을 검색해보았더니, 다른 정보는 없이 이렇게만 써있었다.


거주지 주소 :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오 짧지만 임팩트 있네. 뭘 믿고 저렇게 행동하나 했더니....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이유를 찾아 내고 마는 게 인간의 본능인것 같다.


그나저나, 강남 이팩트 누리려면 2주택자보다는, 무리를 해서라도 갈아타기를 해야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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