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반래퍼로 이사가. 아이 학교 때문에.
그녀가 말했다.
(나) 오, 진짜? 갈아타기 하는거야? 대단하다.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강남 신축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녀는 그동안 맞벌이 연봉을 알뜰하게 모아 갈아타기를 여러 번 해왔는데, 역시나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똑소리나고 대범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녀) 아니, 전세야. 갈아타기도 생각해봤는데 금액이 크다보니 세금이 너무 많이 나가서...
그냥 전세 놓고 전세 가기로 했어.
의외였다. 마침 반래퍼 가격이 떨어져 그녀의 신축아파트와 별로 가격 차도 나지 않는 것 같던데...갈아탈 적기인데 웬일이지?
강북 우리집은 여전히 가격 차가 너무 많이 나서 갈아타기를 하고 싶어도 그림의 떡이었기에, 내가 만약 그녀였더라면...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다.
초대를 받아 간 그녀의 반래퍼 아파트는 정말 이쁘게 꾸며져 있었다. 원래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는 집인데다가, 이번에 이사하면서 가구를 싹 바꾼 것이다. 고급진 북유럽풍 가구로...
하긴...아이가 친구들을 집에 데려올 수도 있고...
아리팍, 원베일리 사이에서 살려면 이 정도는 꾸며놓아야겠다.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그녀) 그런데 집주인이 지방 거주 갭투자자야.
전세 사기 이런건 아니겠지?
조금은 걱정하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1년도 안 지났는데 33-35억이던 반래퍼 아파트가 41-45억이 되었다.
언론에서는 연일 반포 아파트 신고가를 보도하기에 바쁘고, 인터넷에서는 '영원한 파라다이스 반래퍼' 찬양 시가 쓰여있는 기념비가 돌아다닌다.
영원한 파라다이스 래미안 퍼스티지
서울은 나라 얼굴 반포는 그 눈동자
우면산 정기받고 한강의 서기 어려
장엄한 우리의 궁궐 퍼스티지 솟았다.
(중략…)
하긴 올해초 반포로 임장갔을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않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매물 있다고 해서 문의하면 집주인이 바로 거두어 버리고, 그나마 몇 팀과 함께 보러간 집은 당일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이 되었다.
특이한 점은, 같이 집보러 갔던 팀이 다 어린 애 딸린 젊은 부부들이었다는 점이다.
와...저렇게 젊은 나이에 반포아파트를 사다니..
의사인걸까, 증여인걸까?
반포 아파트 가격은 왜 급등한 걸까?
반포에 신축아파트와 인프라 자원이 몰렸기 때문이다.
요즘 한강변에서 열리는 행사는 죄다 반포 한강공원에서 개최한다. 그리하여 매 주말마다 엄청난 인파가 반포에 몰린다. 반포가 좋아서, 자연스럽게 몰리는 걸까?
정책 효과가 상당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반포 신축아파트를 배경으로 한국판 마리나베이라도 만들려는 건 아닌지, 싱가포르 여행갔을 때 생각했다.
또 한가지 드는 생각은 타지역 토허제 지정에 따른 풍선 효과이다. 현재 압구정, 청담, 잠실, 대치, 목동 등 주요 핵심 지역은 모두 토지거래허가제로 지정되어 있기에, 강남에서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지역은 반포, 송파, 개포 정도 뿐이다.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의 생각은 늘 아래 결론으로 귀결된다.
에잇, 열받는데 영끌 갭투로 반포갈까?
...그나저나 반포로 이사간 그녀는 잘 지내고 있을까?
다행히 전세가는 1-2억 오르는데 그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