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회사에 희망퇴직이 떴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하더니 진짜 어려운가보다. 올해는 그냥 지나가나보다 했는데 갑자기 공고가 떴다고 한다.
머리 속이 분주해졌다. 그동안 희망퇴직 뜨면 바로 그만두기로 나와 이야기해온 남편이었다. 결혼 후 맞벌이하며 모은 돈이 겨우 4-5억 남짓인데(휴직을 많이 했다...), 명퇴하면 단박에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으니 이런 귀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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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남편한테 명퇴 신청하라고 말하려니 마음이 약해진다.
일 밖에 모르는 남편인데 일을 빼앗으면 어떻게 될까? 마치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풀려난 사람처럼, 뭘 해야할지 모르는 채 삶의 목표를 상실할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도 몸도 약한 내가 혼자 벌어서 우리 가정을 먹여살릴 수 있을까, 심리적 압박감이 밀려왔다. 아직 아이들한테 들어갈 돈도 많고 노후 준비도 하나도 안했는데...요즘 살인적인 물가에, 내 실질월급은 줄어가는데...정말 괜찮을까?
결국, 남편한테 다음번 명퇴 뜰 때까지 좀더 버티라고 말했다. 아직 퇴직할 준비가 안되어있는 데다가, 요즘과 같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는 그래도 '회사'라는 울타리가 안전하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초 임장을 다니며 관심있게 보던 핵심지 아파트 가격이 두어달 사이 10% 오르는 것을 보고 매수를 보류했는데, 그 이후 가격은 더욱 치솟아 결국 40%가 올랐다. ㅜ 정말 상상도 못한 가격으로 오르는 것을 보며 그냥 10% 올랐을 때 영끌해서 살껄, 아쉬움이 들었다.
요즘 소폭 떨어진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35% 오른 가격이다. (0.5% 떨어졌다. ㅠ)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이제 금리 내리고 가계대출 늘리고 토허제까지 풀면 서울 핵심지 집값은 더 오른다고 난리다. 뉴스 기사를 볼 때면 지금 당장이라도 서울 핵심지 어딘가에 영끌 갭투라도 해놓아야 하지 않을까 심장이 벌렁거린다.
그렇지만 나는 이쯤에서 포기하고 당분간 관망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일단 너무 비싸다. 서울 핵심지 아파트는 안전자산일테지만, 너무 많이 오른 상태에서는 위험자산일 수도 있다. (적어도 영끌하려는 나한테는…) 여기서 계속 더 오른다면 눈물 머금고 포기하는 수밖에.
2. 저성장, 노령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국내 정치까지...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3. 이런 커다란 리스크 속에서, 대출없는 1주택자로서 급할 이유가 없다. 남의 집은 오르고 우리집만 안올라 벼락거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외에는...ㅜㅜ
4. 지금 손에 쥔 종자돈이 너무 적다.
주담대 영끌해 매수했는데 남편이 명퇴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순간 오싹했다. 희망퇴직이 눈 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되자, 영끌에 대한 생각도 조금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노후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평생 대출 갚다가 끝날 뻔했네.
당분간 네이버 부동산 매물 알림과 경제 뉴스를 끄고, 운동이나 하면서 종자돈이나 모으려고 한다. 적어도 최악은 피해야 할테니 말이다.
2025년도 부동산 시장은 과연 어떻게 될까?
최악의 경우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져서
자산 가격이 치솟아 올랐을 때
위험자산을 샀다가
인플레이션 지표가 악화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장이 패닉에 빠져
자산 가격이 폭락할 때
파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