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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있을까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어요.

by Isol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이를 악물고 열심히 했다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다 보니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이 있었다. 알게 모르게.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사장님이 아닌데, “사장님 맞냐”며 오늘 당장 예약을 하겠다는 전화였다. 떠나려는 내 마음을 붙잡듯, 그 순간은 잊고 있던 내 존재의 불씨를 다시 되살려 주었다.

결국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어김없이 오늘도 나는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나는 어떻게 그가 나를 찾았는지 묻지 않았다. 대신, 활주로를 벗어나 하늘 위 구름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이곳에 오시게 되었나요?”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죽었어요. 그 순간 생각나더라고요. 버킷리스트. 가장 해보고 싶은 걸 해봐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그냥 전화를 걸었어요.”

그는 비행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에게 배울 수 있나요?”

나는 “안 된다”라고 답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굳이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첫 손님을 보내자, 이내 다음 손님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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