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나이키 모자 밑으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땀에 절어 미역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유 사장님, 비행 잘하셨어요?”
“아고, 김 대위... 이번엔 늘은 게 없이 돌아가네.”
그는 힘없이 웃었다.
“너희 사장한테 엄청 혼나버렸어.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밥은 못 사주겠네. 미안해.”
“괜찮아요. 다음엔 30분 정도 일찍 오셔요. 그때 제가 알려드릴게요.”
“그려. 다음 주는 날씨가 안 좋으니까 수요일쯤에 오겠네.”
“조심히 가세요, 사장님.”
“그려...”
그는 항상 함께하던 점심을 팽개치듯 차에 올라 떠났다.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작은 경차를 몰고 멀어지는 뒷모습에, 어쩐지 말 못 할 씁쓸함이 묻어났다.
잠시 후, 격납고 안으로 진 대표가 들어왔다.
“아고, 못 해 먹겠다.”
비행을 마친 뒤 정리를 끝내고 돌아온 그였다.
“대표님, 오늘 어떠셨어요? 유 사장님이요.”
“내가 혼내보렸다. 나이가 많아도 그렇게 준비가 안 되면 안 되지.”
그의 말에 묘한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나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늘 넘치던 열정,
날고 싶다는 의지,
비행을 마치고도 항상 활짝 웃던 그 사람의 뒷모습은 유난히 조용했다.
그 열정마저 바람에 실려 사라질까 봐,
왠지 오늘은
그 바람의 무게가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매일 밤 울리던 벨소리와 함께 휴대폰에 뜨던 유 사장의 전화번호는, 결국 며칠 동안이나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