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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01

by Isol

밤마다 전화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유일성.

별명은 나이키. 나의 낡은 나이키 바람막이를 보고 자신이 입고 있던 검은색 나이키를 벗어주었다.

"이거, 자네 입어"
"사장님, 이거를 왜..?"
"나는 딸이 선물해 준 거 많아"
"그래도, 받아도 되는 겁니까?"
"진사장 위해서라도 옷은 좋은 거 입어야 해. 소매가 다 헤져브렸어. 그냥 받아"
"감... 감사합니다."

나이키. 약 20만 원 상당의 고가의 운동 브랜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격언을 나는 그 당시 알면서도 나이키 바람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야구선수 유망주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 190cm의 거구와 골리앗 같은 두툼한 주먹 앞에서 나는 그의 구수한 사투리가 담긴 따뜻한 챙김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 옷에는 유사장님의 향긋한 채취가 남아있었고, 나는 그 향을 느꼈지만 이미 나의 몸과 하나가 된 이후였다

"아따, 저녁은 먹었는가?'
퇴근 후, 첫 번째 벨소리를 맛있게 먹었는데, 2번째는 그럴 수 없었다.
"사장님, 오늘도 전화하셨네요?"
"그래, 김대위 오늘 영 찝찝해서 잠을 못 자것어"
"비행이 잘 안 되셨죠?"
그는 그날 그 사람 답지 않게 어깨를 축 꺼진 채로 집으로 돌아갔었다.
"아니, 진 사장 느그 대빵이 제대로 안 알려준다"
전라도 사투리. 싫지는 않다. 그의 말투는 은근히 겉으로는 톡톡 쏘지만, 잘 들어보면 친근하고 다정하다.
"아니 연못 저수지에서 고도가 몇 피트이고 속도는 얼마인가?"
"사장님, 그거는 정해진 게 아니라서요."
"그래도 알려줘라. 너도 나랑 똑같은 훈련생이니께 오늘부터 너한테 배우기로 했다. 느그 진사장은 안알려줘부러"
"안 알려주시는 게 아니라, 정해진 게 아니라서 명쾌하게 답을..."
"그냥 대충이라도 알려주소."

그와 한번 전화통화를 하면 기본이 1시간이다. 빨간 나이키 모자와 나이키 후드티를 입고 매일 새벽부터 비행을 하러 오는 시간부자 유사장님.

그는 어쩌면 나보다 더 절실한 사람일 수도 있다.

"김대위. 내 전화받고 전화 오면 나 없다해라이"
"비행 가셨다고 하겠습니다."
"안돼. 교육듣는다고 해야혀. 아내가 알면 난 죽어"
"네, 사장님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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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prompt

In the flight briefing room, a 50-year-old man in a red Nike hat and a red Nike hoodie, and a 190-cm-tall Korean man with his hair falling below his ears sit and study flying, animation style, cimena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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