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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음과 검음 사이

외로움 속에서 만난 진짜 어른

by Isol

하늘은 붉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세상이 온통 그림자처럼 번져, 마치 거대한 화폭 위에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했다. 그날 그는 비행기를 이륙시켰다. 곧 비행기는 우주선이 되어 붉은 하늘을 넘어섰다.

붉음이 사라지자, 깊고 검은 우주가 펼쳐졌다. 그는 이제 막 우주 세계에 정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고요하면서도, 가장 검은 지점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이 흘러나왔다.

그때 지구에서 온 작은 생명체가 그의 곁에 있었다. 그것은 나무 열매 같은 모습이었지만, 때로는 아이 같기도 하고, 때로는 어른 같기도 했다. 그는 물었다.
“너 이걸 좋아하니?”
작은 열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좋아하지 않아.”

그는 다시 물었다.
“정말 안 좋아해?”
이번에도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열매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렇게 말했다.
“안 좋아하지만… 그냥 가져와. 내가 먹을게.”

그러나 결국 열매는 먹지 않았고, 대신 그가 다 먹어버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것은 열매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였다는 것을.

작은 열매는 이미 그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열매의 세상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우주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된 탓이었을까. 그는 자기 세계로 불러들이는 것에만 몰두했고, 열매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는 방법은 몰랐다.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진짜 어른은 열매였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자신은 여전히 길을 찾는 어린아이일지도 모른다고.

빨간 빛을 지나 검은 우주 속에서 그는 깨달았다. 사랑은 상대를 내 우주로 끌어오는 게 아니라, 그 존재가 있는 별과 세계로 함께 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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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