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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을 다시 하게 된 이유

사랑과 비행 사이에서 내가 놓친 것들

by Isol

당신을 한 번 더 사랑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비행보다 당신을 더 소중히 여길 것입니다.

그렇다고 비행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지금도 여전히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다만, 비행을 하면서 당신에게 향하는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 후회로 남았습니다.

비행이 없다면, 제 자신이 없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언젠가 헤어질 인연들을 미리 두려워하며
영원히 떠나지 않을 비행기만 붙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저를 겁쟁이라 했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떠날까 두려워
표현하지 못하던 저를 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땐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목숨을 걸고 비행이 하고 싶어 하늘에 다시 오른 제게
그 한마디가 얼마나 깊은 뜻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제가 다시 비행을 시작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다시 꿈을 꿨지만,
지금 하늘 위에서 비행기와 함께 있는 이 순간,
당신은 제 옆에 없습니다.

비행기와 당신,
두 존재가 함께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비행이 많아질수록
당신과의 추억은 만들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비행기와 당신 사이에서
비행기를 선택했습니다.
비행이 없었다면,
당신을 영원히 곁에 둘 자신이 없었습니다.

비행기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당신을 더 많이 사랑했습니다.
당신을 외롭게 두어 미안합니다.

비행기가 없던 시절부터
늘 제 곁에 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그토록 원하던 비행기를 몰고
당신 곁으로 갈 수는 없지만,

오늘도 당신을 향해 비행합니다.
당신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
오늘의 비행이 무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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