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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일간(만)의 비행

두 날개를 다 펼칠 방법

by Isol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정말 당연한 걸까.
더 많이, 더 오래 비행하고 싶어서 이곳에 들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더 긴 시간 비행하지 못하는 날들을 견뎌야 했다.

비나 눈이 오는 날 비행을 못하면 그 이유 하나만으로 무기력이 나를 삼키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75일을 버텼다. 기적이라기보다, 그냥 버티고 또 버틴 시간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나만큼 비행에 마음을 쏟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그곳에 들어가기 마지막 날까지도 비행을 했으니, 그 열정만큼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고 믿었다.

내게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 하나, 열정이다.
하지만 그 하나로도 충분히 다를 수 있다고 나는 안다.
딱 3개월만 지켜보면 알게 될 거라고, 나는 조용히 다짐했다.
3개월 안에 모든 걸 걸고 이곳을 살려보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75일 만에 다시 찾은 비행장.
나는 더 좋은 비행을 위해 이곳을 떠났던 사람이었지만, 그곳은 여전히 나를 환대하듯 맞아주었다.

그곳은 치열한 곳이었다. 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올라야 했고, 그래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실이 늘 내 버팀목이 됐다.

75일 만에 본 하늘은 분명 달랐다.
내가 없는 사이 3개월을 지나 결국 비행기 조종사가 된 나이키 사장님과 함께 비행할 기회도 생겼고, 나는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내 실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이곳의 비행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전히 이곳에 마음이 남아 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건 알지만, 포기한 곳에 이렇게 다시 서 있는 나를 보며 스스로도 혼란스러워진다.

두 개를 모두 가질 수는 없는 걸까.
6년 전, 두 개를 모두 잡으려다가 결국 두 개 다 놓쳤던 경험이 있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놓쳐가며 비행만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여전히 놓지 못하고, 포기하지 않는다.

비행은 내 삶의 방향이고,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같아서다.
그렇다면 다시 묻는다.
정말로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나는 아직, 두 날개를 다 펼칠 방법을 찾는 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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