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오기 전에 담가야 하는 여름 막김치..
김장 김치도 벌써 동이 나고 버티고 버티다 더는 안 될 것 같아 체감온도 46도나 되는 불볕더위 속에 막김치를 담갔다. 김치 없으면 절대 안 되는 텍사스 부뚜막 식구들이라서 텍사스 스케일대로 배추+무 25kg을 샀다.
계산을 하려고 서 있는데 카트에 담겨져 있는 배추를 본 미국아저씨가
"A kiddy pool to put that in?"
아이들용 수영장에서 김치 담가야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미국에서 20년 살다 보니 마트에서 처음 만난 낯선 사람들과도 아무렇지 않게 실없는 농담을 하며 웃는다.미국영화에서 봐 왔던 한 장면처럼..
'한국에 살았어도 이렇게 자주,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갔을까?'
혼자 퍼지르고 앉아 배추를 자르고, 무를 나박나박 하게 썰며 부엌일을 하시던 엄마 모습을 떠올렸다. 옆에서 그저 말동무만 해 드렸어도 엄마는 행복했을 텐데..내 논에 물 들어가는 거 하고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젤 좋다던 울 엄마..'엄마 미안..'
뒷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니 새벽 1시..즐겁게, 신나게, 재미있게 담그려 했는데 괜스레 울컥해진다. 밝은 척, 괜찮은 척 웃고 있지만 아무리 오래 살아도 문득문득,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곳, 텍사스..'살면 고향이 된다'는 말이 오늘은 무색하게 느껴진다.
삼시세끼 솥밥 하며 하루종일 부뚜막에서 종종거리다 보면 짓누르고 있던 삶의 무게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한 칸 두 칸 올라오는 압력솥의 게이지처럼..
'괜찮겠지...'
불안하지만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무시하고 불을 끄지 않고 두면 갑자기 '펑'하고 터져 천장으로 튀어 오를 것 같은, 그런 날이다. 오늘은..
부뚜막 일은 그저 당연한 엄마의 몫이 되어버린 반복적인 일상...
"힘들었겠다"
"수고했어"
"피곤하지?"
때론, 이런 위로의 말이 듣고 싶다. 나는...'짱가'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니 설거지를 하다 눈물이 쏟아졌다
오늘은 강한 엄마이기보다는 행복한 엄마이고 싶다
'갱년기인가..'
대충 설렁설렁 담근 여름막김치에 울컥 "너무 열심히 살 필요 있을까?"/김치25kg에 담긴 엄마의 속마음
https://youtu.be/SwlMBNxly_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