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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희 Feb 17. 2024

대형견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왕 크니까 왕 귀엽다

대형견을 키우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멋지다’도 아니고 ‘사랑스럽다’도 아니고 ‘쯧쯧… 저렇게 큰 걸 왜 키워?’라는 말이다. 거기에 더해 짖지도 뛰지도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그저 좋아하는 풀 냄새를 맡으며 뚜벅뚜벅 걷기만 했을 뿐인데도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고 ‘저리 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나 역시 처음부터 대형견을 좋아해서 키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덩치가 좀 크다는 이유로 그런 취급을 받기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그들의 매력을 하나씩 소개해 보려 한다.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왕 크니까 왕 귀여운 대형견의 매력 포인트.


1. 크고 폭신한 발 paw paw!

아침에 산 장난감을 저녁이면 고물로 만들어 버리는 대형견의 매력

고양이나 강아지의 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소한 냄새가 나는 그들의 폭신폭신하고 귀여운 발에는 분명 한 번 느껴 본 사람이라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오죽하면 젤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을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대형견에게는 대형 젤리가 있다. 어울리지 않게 의외로 다소곳하고 가지런하며 부드럽고 몽땅한 그들의 발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특히 그 발로 먹을 것을 잡고 오도독오도독 씹어 먹는 장면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2. 먹성

대형견들은 정말 잘 먹는다. 특히나 내가 키우는 골든 리트리버는 식탐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종이다. 그런 특성 때문에 생기는 불편한 점도 너무 많지만 먹을 것을 잡고 야무지게 잘 먹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유튜브 먹방을 보는 듯한 쾌감과 재미가 있다. 없던 식욕도 돌아오게 하는 그들의 먹방은 때로 너무 유명해서 유튜브의 밀리언 뷰 소재로 올라올 정도이다.

2주치 간식 :D


3. 의외의 든든함

여자 혼자서 대형견과 함께 산책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문제는 개가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에 있다. 남편과 함께 할 때면 ‘개가 참 멋지네요. 든든하네요.’하며 때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곤 하는 중년의 남성들이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을 내뱉으며 지나가기도 하고 심지어 침을 뱉는 일까지도 있다. 대형견과 함께 있어 듣든하리라는 편견과는 반대로 그들과 함께 하는 일이 오히려 위협과 혐오를 당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서 때로 든든함을 느낄 때가 있다. 힘든 시간 내 옆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그들의 존재감 덕분이다. 강아지들은 주인의 미묘한 기분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슬프거나 화가 났을 때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뿜어 내는 냄새를 후각이 발달되어 있는 강아지들이 깨닫고 조용히 위로해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때로 얼굴을 할짝이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때도 있지만 나는 그가 가만히 내 곁에 와 앉아 있는 시간이 좋다. 앉은키가 비슷한 강아지를 끌어안고 폭신한 털에 기대어 마음을 정돈하는 동안 나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만히 그 등을 내어주는 그가 든든하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토닥여 주는 듯한 그의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나는 때로 슬픔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      

리트리버는 물에 빠진 척하는 아이를 구해주기도 합니다.


4. 초대형 식빵

우리 집에도 유령 고양이가 살고 있다. 10년을 넘게 고양이를 키워온 나는 실로 고양이 식빵 중독자다. 유연한 고양이가 야무치게 몸을 웅크리고 이건 어쩔 수 없다는 듯 앞 발을 툭 내민 그 자세에는 말로 못할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 그런데 대형견에게도 다소 엉성한 초대형 식빵이 있다. 큰 발은 다소곳하게 모으고 될 대로 대라는 듯 엉덩이와 뒷발을 땅에 퍼질러 놓은 그 자세는 또 그만의 매력이 있다. 살찐 엉덩이를 토닥여주며 큰 식빵 한 덩어리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5. 보호본능

골든리트리버는 크기 때문에 용감하고 겁이 없을 것 같은 오해를 많이 받지만 사실은 그와 반대이다. 유순한 그들은 겁이 많다. 시골집에 내려가면 분명 집을 지켜야 할 것 같은 듬직한 아이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부터는 땅에 못 박힌 듯 서서 낑낑 거리며 울기 시작한다. 무섭다는 것이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순둥이 강아지를 집에 들여오면 사람 곁에 붙어 앉아 무서웠노라고 온기를 나누고 안아 달라고 조르는 모습은 허를 찌르는 보호본능을 일으킨다. 덩치는 크지만 한없이 순한 남자를 보는 것 같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엄마 이제 집에 가자!

산책 길에 길 고양이에게 냥냥 펀치를 얻어맞는 것은 기본이고 달려드는 소형견들에게 코를 물려와 서러운 마음에 엄마를 찾는 일도 다반사인 이 아이들을 보면 그 누구라도 챙겨주고 싶은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6. 올리브를 닮은 코

숨바꼭질

대형견에게는 올리브를 닮은 크고 까맣고 동그란 코가 있다. 풀 냄새 맡는 것을 좋아하는 그가 땅에 코를 묻고 노즈워킹을 하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덩치로는 1등이지만 채식만 하는 코끼리처럼 따뜻하고 순한 느낌이다. 특히나 우리 집 강아지는 잘못한 일이 있으면 식탁 밑에 들어가 숨는 것이 버릇인데 그때마다 그의 코는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눈만 가리면 자신이 보이지 않는 줄 아는 아기들처럼 코가 밖으로 나와 있는 줄도 모르고 혼자서 꼭꼭 숨어라 완벽한 숨바꼭질에 빙의한다.




대형견은 큰 덩치에 강한 힘으로 공격력이 강해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아이들도 다른 강아지들처럼 겁 많고 사랑받기 좋아하는 누군가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를 바란다. 원컨대 줄곧 손가락질 당하는 이 아이들을 조금 더 측은한 마음으로 멀리서 응원해 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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