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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압정

by 은조

언제쯤 운동가는 게 힘들지 않고 귀찮지 않고 일어나 즐거움으로 기꺼이 나갈 수 있을까?


어제저녁엔 뭔가 술빨이 더 잘 받았고 그건 취한 현상이라는 걸 잘 아는 남편은 한잔 더? 외치는 나에게 단호히 술자리를 치웠다. 그 순간은 조금 얄밉고 그랬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더 안 먹길 잘했고 그 순간 말려줘서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내뱉진 않았지만-


요즘 항상 운동 같이했던 남편도 금요일이라 긴장의 끈을 풀은 건지 기운을 쏟아내지 못했고 침대에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이들과 나, 셋이 다녀온 금요일의 운동-


가면서도 원래 하는 패턴대로 끝까지는 못할 거 같다는

마음을 가득 품은 채 한걸음, 한걸음 내디뎠지만 막상 줄넘기 한번, 한번 뛰면 뛸수록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피어올랐고 오늘도 그렇게 나를 위한 운동을 끝낼 수 있었다.


나도 나도지만 정작 아빠가 없으니 운동을 대충대충 하려고만 하는 아이들과 입시름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더니 눈을 뜨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우리를 맞이했다.


스스로도 멋쩍은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먼저 누워있으면서도 몸이 번쩍번쩍 일어나야 하나 반응했다는 둥 그래서 꾸준함이 중요한 거라는 둥 그럴듯한 말과 그렇지 않은

모습을 같이 보이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들었지만 밥 언제 먹을 거냐는 나의 말에 숨겨진 뜻을 잘 파악한 남편은 오늘은 나가서 먹자며 이야기를 했고, 그 순간 바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온대 간대 사라졌다.

나도 참 단순한 인간이라고 느끼면서도 좋은 건 숨길 수 없었다.


어제 이어 오늘은 아이들끼리 학원에 보냈다.

시간이 애매했고 남은 집안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선택했던 것인데 오히려 나와 같이 갈 때보다 둘이 갈 때를 좋아하는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느낌만은 아닌 건가?

물론 이천 원 만을 줄 때까지 외쳐대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 잔소리하는 엄마랑 가는 편의점과 둘이 가는 편의점은 다른 세계겠지-


아이들이 나가고 남편의 알람이 요란스럽게 울려대 남편은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마치고 우리 부부가 좋아라 하는

메밀집으로 향했고 딱 점심시간이라 조금 기다림이 벌어지고 있던 그 순간 남편의 뜬금포 한마디.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없지?


갑자기? 맛있는 점심 먹으러 와서? 그리고 내가 있는데?

처음에 당황한 나머지 애써 웃음을 지으며 왜? 왜? 하고 물어보니 뭐 재밌고 그런 것도 없고 돈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라며 말끝을 흐리던 남편 모습에 인생이 어떻게 재미만 있겠어라고 말하며 위로 섞인 단어를 선택해 이야기하다가 버럭애교 섞인 분노를 터트렸다


내가 있는데 재미없다고? 이게 내 앞에서 할 말이야? 싶었던 것이다. 나의 분노에 아니 그건 아니고 라며 다시 한번 말끝을 흐리던 남편.

그 후로 음식이 나왔고 우린 한마디 말없이 먹어댔다.


그렇게 남편은 남편 갈길, 나는 나의 갈길을 나섰는데,

순간순간 떠오르는 남편의 말,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없지..


내가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이니, 그런 이야기를 한건 그냥 넘길 수만은

없는 마음에 찝찝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녁, 티브이를 보려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유퀴즈 재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채널고정하게 되었다.

심리학자 행복을 전하는 교수님이 나오신 것이다.

처음부터 보진 못해서 내용을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시며 이야기를 하셨다.

내향인의 행복, 외향인의 행복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다시 생각해 본 사는 동안 재미란 무엇일까?

어떨 때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행복과 재미는 다른 결인가?


떠오르는 여러 의문들에 답을 찾고자 생각해 보니,

나는 그동안 행복하고자 만 노력했고 나의 행복에 대해서만

찾고자, 느끼고자 노력하며 살아왔다는 게 느껴졌다.

정작 나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었구나, 내가 돌아보지 못했구나 싶어 미안해졌다.


생각하고 느끼고 떠올려는 봤지만 솔직히 그럼에도 답은

찾지 못했고 아직도 모르겠다, 재미의 답이라는 게 있나 싶기도 했지만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행복도, 재미도, 본인이 생각하고 다루기 나름이라는 건 사실이라는 것만 알 거 같다.


행복 압정을 깔아놓으라고 하셨는데 그걸 보고 들으며 내 뜻대로 나에게 흡수한 부분은 살아가는데 소소하고도 사소한 일상을 즐기는 게 정답이라는 것.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소소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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