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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만 봐도

by 은조

10년을 넘게 같이 살아가고 있으니 당연하기도? 하겠지만

정말 서로의 행동, 눈빛만 봐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정확히 맞추는 우리 부부, 가끔은 소름 돋고 대부분은 웃으며 서로의 생각을 맞추고 묘한 만족감을 느낀다.


그중 내가 남편에게 제일 신기해하는 부분은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정확히 맞출 뿐만 아니라

그냥 지금 먹고 싶은지 조금 나중에 먹고 싶은지부터 시작해서 날씨와 분위기까지 감안한 채 마음속 생각하고 잇는 그대로 말하는 남편의 모습이다.


아, 오늘은 뭔가 매콤한 게 먹고 싶은데.. 생각하고 있는 내 속 마음이 혹시 들리는 건가?


반면에 나는 그렇게까지는 알지 못한다.

대부분 남편이 본인의 의사를 꺼내지 않고 내 마음을 읽은 뒤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에 그렇기도 하고 일단 남편은 나처럼 먹고 싶은 게 많지는 않다는 게 가장 큰 것이라면 큰 거다


근데 어떻게 보면 내가 더 능통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야 눈빛이 흔들리고 남편이 그렇게 말하면 웃으며 표현하고 티를 내는데 남편은 절대 그런 것이 없으니 말이다.


예를 들면 고기를 구워주고 더 먹고 싶으면 말하라고 매번

말하지만 남편은 단 한 번도 더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안 먹고 싶은 거 아니냐고? 전혀-

남편은 먹고 싶은데 말을 하진 않고 나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더 먹으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응 먹을게 라는 한마디를 하지 않은 채 더 먹는

남편


대답도 표현도 어느 것도 하지 않는 남편이지만

나는 그걸 다 알아맞히고 챙겨주고 위해주니 내가 더 능통한 능력을 가진 것이 맞지 않나?


최근엔 더 웃겼다,

저녁, 김치찌개와 몇 가지를 더해서 즐기던 맥주타임

먹던 안주들이 끝나갈 때쯤 남편이 물었다.

소시지 가져올까?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있었을 뿐-


아~ 김치찌개 한 번 더 가져오라고?

정확히 내 속마음을 읽은 남편과 나는 정말 빵 터져 눈물을 찔끔 흘릴 정도로 웃어댔다. 지금 이렇게 적어보면 그게 뭐라고 싶지만 말이다.


아, 그러니 더욱 들던 생각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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