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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와의 전쟁

by 은조

와따마.

요즘 선선해진 날씨로 주말 내내 그동안 열지 못했던 창문들을 활짝 활짝 열어두고 있었다. 숨통이 탁-

베란다 큰 창은 물론 복도식 아파트라 아이들 방에 있는

창문까지 열었다. 맞바람이 불면 그렇게 시원할 수 없으니

오랜 시간 열어두었던 것인데..

단지 그뿐이었는데.. 그날밤부터 지옥이 시작되었다.


그 지옥을 말할 거 같으면 작지만 윙윙 소리가 상당히 거슬리고 두려움까지 몰고 오는 모기지옥이었으니-

아니, 한 여름에도 집에서는 모기에 물리는 일이 드물었던

여름을 보냈는데 이제 와서 난리가 난리인 것이다


먼저 아이들이 잠들고 그 뒤 내가 잠에 들었고 남편이 잠들려는 직전 딸아이가 먼저 모기 있다며 일어났고 다음 아들 그다음이 나였다. 자다 깬 우리는 정말 인정사정없이 아주 볼만하게 모기에게 뜯겨 있었다.


자칭 우리 집의 모기 잡기 선수인 남편 덕분에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든 모기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잡을 수 있었다.

더 남았는지 모르겠으나 8마리까지 잡고 나서야 우리는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그 후에도 계속해서 귓속에선 윙윙-


시원하라고 열어둔 베란다 문도 더 이상 열 수 없어 닫았더니 덥고 에어컨 킬 느낌은 아니고 아놔, 더움과 모기의 두려움과 간지러움 속에서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고 거의 날 샘 샌 그날


다음날 일어난 우리의 모습은 진짜 가관이었다

모두가 10방씩은 기본으로 물렸고 자동적으로 양손이

온몸을 벅벅 긁어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긁어도 간지럽고 안 긁어도 간지럽고 긁다 긁다 피가 나고

버물리도 소용없고 멘붕-


그렇게 잡아댔으니 다음날은 괜찮겠지 했지만 전날보다는 아니지만 우린 또 모기의 밥이 되었고 그날도 더위와 모기의 윙윙 공포로 인해 잔 듯 안 잔 듯 상당히 피곤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그리고 오늘 이젠 진짜 전쟁이다 선포하며!! 오전시간 내내

토끼눈을 뜬 채 집안 곧 곧을 둘러보았는데 당연히 보이지 않았고? 찾기란 무리다 싶어 포기하고 집안일을 하는데 자기를 찾아보라는 듯 나를 농락하듯 밥통 검은 손잡이에 앉아있는 것-


얼른 남편을 불러 일명 따닥이 전기채를 가져오라며 불렀고 남편이 타이밍 좋게 다가와 살짝 튀기려는데 그래, 그렇게 쉽게 죽을 네가, 너희가 아니겠지 바로 날아가 버렸다.


막상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라 더욱 불안하고

찝찝해진 상황.


그렇게 잠시 잊고 다시 집안일을 하는데? 정수기 위쪽에

그 작디작은 날개가 삐져나온 것이다.

이 위치는 따닥이가 오기 어려워 누구보다 빠른 나의 손을

휙! 가져다 됐는데 역시나 누구보다 빠른 그놈의 모기가

먼저 달아난 것이다. 이쯤 되면 나를 정말 농락하는 게 맞다

싶었으니 기필코 잡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짐은 좋지만 역시나 모기 놈들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반 포기 상태로 운동을 하고 와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고

양치질을 하며 멍하니 욕조 위 타일을 쳐다보는데..?

뭔가 검은색의 작디작은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모기인가? 싶다 가다도 크기는 꼭 초파리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일단 모기든 초파리든 뭔들 일단 잡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이번엔 정말 눈에 보이지 않을 빠른 속도로 나의 크고 묵직한 손바닥을 휙 가져댔더니 딱! 눌리는 느낌-


잡혔나? 하며 조심스럽게 손바닥을 살살 떼어보니 모기가

맞았던 것. 심지어 휭하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통통해 보였는데 그 느낌도 맞았다. 피가 피가 세상에나 그렇게 나왔으니-


내가 모기를 잡았다는 소식에 정말 온 가족들이 경품에 당첨된 듯 덩실덩실 신나 했고 피까지 나왔다고 말하니 진짜냐며 달려와 피가 묻은 내 손바닥을 보면서 세상 그렇게 신나 하는 것이다. 와, 모기 잡기란 짜릿한 거구나? 새롭게 느낀 순간


다시 밤이 되었고 잠들어야 하는 시간 속 모기가 어딘가에

더 있을 거라는 마음과 이쯤 되면 없는 게 맞지 않나 싶은

50대 50의 마음이 마음을 푹 놓을 수 없게 하며 약간 살 떨리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하나만 물려도 기분 나쁘고 간지럽고 난리 난리인데

이렇게나 온몸 얼굴이며 발바닥 겨드랑이 안쪽까지 물리다니 억울하고 열받고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


그러니 그냥 내가 먼저 말해야겠다.

모기야 내가 항복할게

살려줘. 편안하게 잘 수 있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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