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놈의 입병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더니만 하늘이 들은 건지 땅이 들었나 오늘은 조금 덜 아프게 시작한 아침 (그래서 점심에 냉면을 아주 맛있게 먹어댔다)
그러니 조금 컨디션이 낫긴 했지만 새벽녘 딸아이가 몸이 간지럽다며 중간에 깨어났는데 그렇게 깨고 나서 다시 조금 더 자려고 하니 울리는 오전 7시의 알람.
전날 남편과의 맥주타임으로 좀 늦게 잔 것도 당연히 영향이 있었으니 내가 좋다고 논 것이니 피곤해도 어째도 잔말 않고 일어나야 했다.
그리고 오늘은 아침 일찍 기관에 다녀와야 하는 날이었기에 평소와 같이 아이들 아침 차려주고 중간중간 집 정리하고 먹은 거 치우고 씻고 준비하니 출근할 때에 느낌이 새록새록 느껴졌다.
앞으로 이런 나날들이 곧 머지않아 오겠거니 싶으니 차라리
오늘의 아침처럼만 돌아가면 좋겠다는 작지만 큰 소망이
생겨나기도 했고 이렇게 가기 위해선 출근 시간이 맞는 곳은 잘 찾아야겠다는 원하는 조건도 생겨나기도 했다.
나와 아들, 딸 셋이 준비를 마치고 다 같이 나온 아침.
함께하는 등굣길 정말 오랜만이었다.
선선해진 날씨 덕에 차가운 공기가 코에 스며들어오니
이런 신선한 아침을 느껴본 게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싶고,
이 공기가 반갑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걸 보니 이제
밖으로 다시 나갈 때에 되었구나 싶었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도 엄마랑 같이 나오니 좋다고
하는데 귀에 크게 다가와 울렸다
등교하는 모습을 보고 버스에 올라탔다.
시간이 출근시간인터라 직장인들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니
그 아침에 갈 곳이 가야 할 곳이 있음이 부러웠고 나도 언젠가 느껴봤던 감정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어우, 그래도 차가 상당히 막히는 상황을 보니 집 근처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으로 필히 다녀야 할 거 같다는 걱정이..
생기기도...
기관에서의 일은 금방 끝이 났고 신선한 공기를 조금 더 느끼고자 가깝지는 않은 거리지만 집까지 걷기 시작했는데
얼마 걷지 않아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마침 걸으며 적적했던 나는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남편과 조금 오랜 시간 통화를 하게
되면 연애 때의 시절이 스믈스물 떠오른다
남편은 예나 지금이나 전화를 할 때면 나에게만 집중해 주었고 전혀 끊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해 주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순간이고 모습이란 걸 알까?
전화를 받은 남편과 만나서 해도 될 이야기를 굳이 굳이 이어가며 통화를 지속하던 중 남편은 내가 나가서 집이 너무 조용해서 좋았다고 몇 시간 잔 거 같은데 1시간밖에 안 지났다고
조용해서 좋다며 다시 한번 강조하는 말을 하는데.. 끊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었지만 전혀 기분 나쁘다고
느끼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때가 됐다는 걸 정확히 알려주고 느끼게 해 주었으니 말이다
일을 그만두면서부터 매일 하던 기도가 있는데 바로, 때에
맞게 취직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식의 기도였다.
그렇게 기도하면서도 언제가 때일까? 때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오늘 내가 느낀 신선하게 다가오는 공기 속에서도, 남편의 심플한 말속에서도 지금이 때구나 하는
느낌을 확 받을 수 있었던 것.
이렇게 되니 다시 내가 일할 곳이 있을까, 내가 잘 적응하며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걱정이 함께 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거 같은 용기도 함께 온다.
쉬는 동안 나 많이 발전했나? 아무것도 안 한 거 같은데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많은 것을 느꼈고 배워왔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결정했으니 피곤하지만 뿌듯한 그런 나쁘지 않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