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의 기상. 참으로 오랜만에 이른 기상이었다.
출근할 때도 이렇게 빨리 일어나진 않았는데 그놈의 오픈런이 뭐라고 이런 마지못한 부지런함을 내어주었는가
아니면 그 지옥철이 무서워서였을까? 적어서 남편에겐 그랬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에겐 오롯이 단 한 가지의 목표뿐, 오픈런! 첫 번째 번호표!
아들이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키자니아라는 곳을 다녀왔었다
( 이곳은 여러 가지 직업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그때 아들 컨디션이 안 좋은 주라 갈 수 있을까 막 전전긍긍 했었는데 겨우겨우 갈 수 있었고 그래서 얼마나 기뻐하며 떠났던 현장학습이었는데 기쁜 얼굴로 떠났던 것과는 달리 돌아온 아들의 얼굴은 그렇지 못했다.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이지 않는 아들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안 좋은 일 있었냐고 그러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억울함을 속상함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이유인즉, 그곳에서 네 명이 한 조가 되어 같이 다녔는데
원래 자기 자신의 마음도 다루기 힘든 거 늘 그 마음이 네 명이 모였으니 사단이 안 날 리가 없었을 터. 그리고 꼭 그중 한 명씩 더 강하게 자기 의사만을 표시를 하는 친구가 있는 법.
그런 친구가 역시나 우리 아들 조에도 있었고 거기서 우리
아들은 조장이었을 뿐이고 그러니 본인이 끌고 나가야 하는데 나름 책임강이 강한 아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결국 눈물을 쏟고 왔다는 것이다.
거기다 너무 억울한 건 아무리 적어도 체험을 두 개씩은 한다는데 본인 조는 1개밖에 못하고 왔다며 그 부분이 너무 억울한 것이라며 또다시 눈물이 글썽이는 것이다.
아이고 속상해라-
힘들었겠다고 속상하겠다고 달래주다가 그러면 안 되지만 은근슬쩍 상대방이 너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니 힘들지? 그게 엄마 마음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흠,, 그러다가 다시 정신 차리고 달래주었다.
이 소식을 들은 아들바보 남편은 너무 속상해하고 억울해하는 마음을 너무 안타깝게 생각해 아들에게 전화해 바로 약속을 잡았다. 평일! 다시 가자고 말이다. (주말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체험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오픈런 성공!
처음부터 바로 아들이 해보고 싶었다는 걸로 시작해
정말 나올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 이어서 해댔다
틈 없이 꽉꽉 채워서 알차게 돈도 시간도 아깝지 않게-
너무 즐기고 재밌어하며 배움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사진 찍는 우리도 기다리는 우리도 지치지 않고
기쁨으로 맞이해 줄 수 있었다.
정말 생각처럼 빠르게 준비하고 나갔는데 꽉 찬 지하철에
한번 깜짝 놀랐고 올 때도 한낮 시간임에도 더 꽉 찬 지하철에 또 한 번 놀라고 정말 바쁘게 다니는 사람들이 많구나 새삼 느낀 하루였다.
이날 저녁 아이들은 침대에 눕자마자 큰 움직임 없이 빠르게
깊고 달콤한 잠에 빠진 듯한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려왔고
우리 부부는 강한 피곤이 온몸을 두들겨 때려왔지만 기분만큼은 그렇게 가볍고 산뜻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