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결혼식에 다녀왔다.
중학교 동창의 결혼식이라 모든 동창 친구들을 다 만날 수 있었는데, 평소 몇몇 친구들은 자주 만나곤 했던 모양이지만 나는 상황이 다른 관계로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역시 어색함은 잠시, 원래 관계의 느낌으로 금세 돌아갔다. 신기하게도
근데 그것이 좋은 걸까? 하는 생각을 하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언제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언제 만나도 같은 느낌의 사이가 좋은 것이라고만 느꼈는데 세월이 흘렀고 상황이 변했고 생각이 변해가는데도 늘 같은 방식의 관계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일까?!
결혼식인 만큼 평소엔 거추장스러워 풀지 않는 머리를 풀었고 평소엔 엄두도 못 내는 조금 높은 구두를 신었다.
거기다 나름 상황에 맞춘 무릎까지 오는 검은 미니 원피스까지 차려입고 친구들을 만났다.
내 추억들이 묻어있는 친구들. 그냥 언제나 반가운 친구들
조금 선을 지키는 사이라면 대놓고 위아래로 훑거나 말하진 않겠지만 우리는 그런 거 따위 지키지 않는다. 그냥 바로 보이는 대로 냅다 꽂아 버리는데 그중 한 친구가 나에게 냅다 3단 콤보를 날려버렸다.
야, 너 왜 이렇게 키가 작아. 머리가 왜 이렇게 부스스해.
그리고 머리 색 안 어울려 너무 밝아!!
예상치 못하게 한 번에 따다닥 -
나랑 굉장히 친한 친구고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기분이 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진 않았다. 실제로 원래 학창 시절에도 내 키가 가장 작았고 특히 그날은 아무리 구두를 신었다 해도 모든 친구들이 다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기에 더욱 따라갈 수 없는 키차이였다.
거기다 원래 나의 머리는 반곱슬의 부스스.
그래서 머릿결이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이 콤플렉스인터라
진지하게 결혼식 전 볼륨매직을 할까 고민을 했는데 그냥
그대로로 나쁘지 않은 듯해 자신 있게 머리를 풀고 만난 거였는데 타인의 눈에 그렇게 비쳤다니 조금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머리 색.
나는 좀 밝은 염색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름 친구들 만나다고 시기 맞춰 뿌리염색을 딱 예쁘게 하고 나온 거였는데 얼굴이 밝아서 이런 색 하면 누렇게 보인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그때 3단 콤보를 맞고는 조금은 헤롱 거렸지만 그 뒤에는 너 때문에 기분 더러웠다고 화살을 쐈지만 집에 와서도 내내 그 말들이 찝찝하게 계속 마음에 걸려 있었다.
키 문제야 이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니 그냥 그려려니 하는데 머리색과 부스스함은 미용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래서 나는 미용 도움을 받기로 결심했다. 나를 위해서, 내 찝찝함을 해결하기 위해!
비록 뿌리염색을 받은 지 1주도 채 되지 않아 좀 시기가 애매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 말을 들으니 정말 이 머리 색이 나에게 좀 애매한 거 같기도 한 거 같기도 하고? 갑자기 막
사람들의 머리 색만 보이고? 암튼 생각이 온통 머리색으로만 쏠려 안 되겠어서 염색 예약을 했다
그렇게 단골 미용실로 갔고 염색을 끝냈다.
검은색으로 머리가 된 나의 모습. 음 나쁘지 않은데?
인상이, 얼굴이 뭔가 더 사는 거 같기도 하고? 하며 나름 만족하며 미용실에서 나오며 부디 남편이 예쁘다고 해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사진을 찰칵, 찰칵 찍어서 남편에게 보냈며-
가장 정답인 예쁘다가 날아오길 바랐건만 뭐라고?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겼냐고? 땡이다, 땡!
그러나 생각지 못한 곳에 정답이 날아왔다.
하굣길에 만난 아들이 단번에 나를 보며 말한다.
엄마 머리 검은색 됐네? 예쁘다!! 엄마 검은색이 정말 잘 어울린다- 원래 내가 머리에 파마를 하던 뭘 하던 잘 알아보지 못하는 아들인데 이렇게 단번에 알아보다니 그것도 정답을 말하다니-
그 후로도 학원에서 끝나고 만나거나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나를 볼 때마다 엄마 정말 검은색 머리 예쁘다, 예쁘다를 연발했다. 마치, 버튼을 눌러놓은 마냥..
계속 그러니 어느 순간은 뭐지 싶었지만 솔직히 너무 좋았다
정답은 아들,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