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두고 간 남자는 당신이 처음이었다고 했던 말 기억해? 정말이야. 잘난 척? 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이야.
내가 당신 말고 다른 남자랑도 연애를 했을 거 아니야? 그러면서 상대방과 지지고 볶고 싸우긴 했겠지 당연히.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나를 두고 간 남자는 없었거든
아무리 내가 가! 가라고! 가라고 외쳤다 한들-
근데 당신은 말이야, 그때부터 달랐어.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인가? 나랑도 아예 다른 사람이구나-
정말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당신은 나의 가라는 외침에 한두 번, 참더니 간다? 그래 가!라고 하는 나의 마지막 외침 후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갔어. 물론, 그 후에도 연락조차 나에게 하지 않았고 말이야.
(오빠는 가라고 하면 진짜 가!라고 했던 그 말이 더 싫었던 거 모르지?!)
그때 너무 당황스럽고 너무 이상한 사람 하다 생각했지
왜냐하면 내가 그 후의 일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으니깐
나를 두고 간 사람도 없었으니 그 후의 과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몰랐던 거야. (나도 이상하지만)
바로 올 줄 알았던 연락이 아무리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길래 점점 불안해졌고 안 되겠다 싶어 자존심을 무릅쓰고 먼저 연락을 했지 그때 내가 제대로 당신에게 잡힌 건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어. 당신과 싸우면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는 거. 하루를 망치는 듯한 짜증 나는 그 마음과 저릿한 통증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어. 그러니 나를 위해서라도 어느 순간부턴 나를 위해서 당신과 싸우지 않기 위해 노력해 나가기 시작했던 거야.
연애 때부터 이어 결혼을 하고 부부관계를 이어나가면서도 그래왔지. 그럼에도 전혀 다른 남과 남이 만났는데 아예 한 번도 안 싸우기는 불가능 아닐까? (적어도 우리는)
주변 조금만 둘러봐도 대부분 신혼초반엔 박 터지게 싸웠다고 하더라고. 근데 난 그 부분에선 억울해 박이 터지려면 둘이 박이 마주쳐야 하잖아? 근데 내 입장에선 항상 당신의 박이 나에게 달려오는 느낌이었거든.
말싸움을 할 때도 처음엔 내가 말을 시작하긴 하지만 중간쯤 되면 당신의 정 떨어지는 말투가 내 말문을 막히게 만들었고 문자로 싸울 때도 몇 번 주고받으면 당신의 장문의 문자가 같이 살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모를 정도의 말들을 해대니 중간에 멈추게 만들었지.
몇 날며칠 말을 하지 않고 한 공간에 있다가도 당신은 쉽게 나가버리고 연락도 안 하는 그런 모든 상황이 싸우면 역시
나에게만 불리하다고 느껴졌어. 그래서 싸우고 싶지 않아
졌어. 더욱 강렬하게 말이야
다행인 건 당신도 나와 싸우면 하루의 기분이 안 좋다고 그랬어. 그래서 싸우기 싫다고 그래서 우린 티 나게 아주 보이게 서로를 배려하며 싸우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배려했지 그런 행동들이 반복되니 정말 확연하게 싸움을 줄더라고. 그렇지?
근데, 그렇게 살아가면서 내가 중요한 우리 부부만의 패턴을 발견해 냈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라는 부부는 있잖아 사이가 뭔가 좋지 않다고 느껴질 때 특징이 있더라고
그럴 때는 말이야, 부부관계를 오래 하지 않았을 때더라고
아니, 나도 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문득 생각이 그런 식으로 머리가 돌아가더라?
근데 어느 날인가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을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나, 그래서 정말 깜짝 놀랐잖아.
나만 그렇게 느끼던 게 아니구나 당신도 같은 마음이었구나
물론, 내가 당신과의 합을 맞추는 걸 상당히 중요시 여기기도 하지만-
이런 특징을 느끼고 궁금해지더라? 주변 부부들은 어떤지-
근데 이런 이야기는 조금 예민한 이야기이니 아무한테나 함부로 물어볼 수 없잖아?! 그래서 정말 자주 술자리를 함께하던 부부들 몇 명이랑 자연스레 이야기를 해보니 우리랑 아주 극과 극인 부부도 있었고 비슷하지만 다른 결의 느낌인 부부들도 있다는 걸 알았잖아
아, 사람 사는 건 정말 다 다르구나.
그래도 우리가 지금까지도 서로만을 위하고 바라보며 노력하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다행히 속궁합도 겉궁합도 조합이 고루 잘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런 거구나 싶고 그러니 싸우지만 서로 계속해서 조율해 나가려 노력하며 맞춰 살고 있구나 싶더라고
그래 맞아, 우린 참 잘 겉과 속이 말이야 그렇지?
그래서 나는 당신이 참 좋아. 아무 척을 하지 않아도 되니깐
착한 척, 얌전한 척, 밝히지 않는 척
적어도 당신 앞에선 있는 그대로 솔직해도 되고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해 주니 말이야. 그냥 계속 지금처럼 솔직히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