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시작
누구도 힘들지 않을 수 없던 시기였던 만큼 우리 가정에도
그 힘듦과 불행이 피해 가지 못했던 코로나19는 여전히 고통의 순간들로 깊게 박혀있는 서글픈 순간으로 남아있지.
처음 뉴스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어쩐다 그럴 때 사실 말이 안 된다는 생각? 이러다 바로 지나가겠지? 그렇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고 아주 대수롭지 않게 가볍게 여겼거든.
그때 했던 생각들이 얼마나 위험했던 것이었는지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던 건지 곧 얼마 안 가 몸소 제대로
체험하게 되었네
나는 다행히 그때 근무하던 곳이 안과였고, 규칙대로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제에 의지하며 하루하루 어찌 버텨갔지만
운동 시설 자영업을 운영하는 당신으로썬 매일같이 변하는 정부의 수칙으로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고
그러다간 집도 일터도 폭삭 주저앉을 거라는 판단이 든 당신은 투잡을 알아보기 시작했어
사실 처음엔 그냥 알아만 보겠거니 했어.
아무리 그래도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이 새벽부터 나가서 일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야
근데 정말 당신은 신문이며 구인광고며 가리지 않고 매일같이 찾아보더니만 집 근처에 있는 도시락 업체 주방자리에
바로 취직했고 그렇게 새벽부터 낮까지 일하고 낮부터 밤까지 또다시 일하는 그렇게 하루에 채 2시간도 편히 못 자고
쪽잠으로 때우는 영혼을 갈아 넣는 세월을 2년 가까이 혼자 감당했지
그때 그렇게 밤낮으로 일만 하는 당신이 안쓰럽고 그랬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서 말리지 못했어 그게 그렇게 미안하더라고. 내가 더 돈을 잘 벌었다면, 내 능력이 더 있었다면 하면서 말이야. 코로나가 어느 정도 끝나가고 우리의 모습들도 다시 회복되어 갈 즈음에도 주변에 만류에도 당신은 멈추지 않으려 했어. 불안했던 거 같아.
누구도 못 말리던 그런 당신을 하늘이 말려주기라도 하듯
새벽에 일하러 나간 당신이 얼마 안 가 바로 집으로 돌아온 거야? 깜짝 놀라 자물쇠 채워놓은 문을 열어 서있는 당신을 보니 패딩이며 바지며 다 찢어져 있었고 손바닥과 무릎에 피가 흐르는 사이에 상처가 보였지
들어보니 역주행으로 차량이 올라오는 걸 본 당신은 부딪히면 큰 사고가 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해 미리 타고 있던 오토바이랑 같이 피하려다 붕~ 날아갔다고 했어
그렇게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를 쓰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온 거라고 말이야. 다친 상태라 당연히 일을 할 수 없었고 그 후로 자연스레 당신은 새벽 투잡일을 그만두게 되었지
투잡으로 돈은 벌어 집도 일터도 무너지는 건 막아놨지만 돌아보니 당신의 몸은 많이 무너져있었지
그 몸이 아직도 온전치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만큼,
회복하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는데 너무 다행이고 너무 고생 많았어요. 다신 투잡은 절대 하지 못해. 아니 이젠 해야 한다면 당신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차례지.
원래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고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굳건히 강하게 버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건 우리가 가장 힘들었던 그 순간 알게 되었던 거 같아.
지나고 나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겠지만 꼭 나쁜 일만은 아니구나 싶기도 하지만 절대 다신 느끼고 싶지도 않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은 모두를 고통의 절벽으로 몰아놨던 그 시절.
만약 그때 당신인 그대로 끝으로 무너져 내렸다면 우린 모두가 절벽으로 떨어졌을 거예요. 정말 당신으로 인해 우리는
버텼고 우리는 또 한 번 넘겼고 우리는 절망 가운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