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때 왜 그랬을까?
막 한참 서로를 알아가기 한창이던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난리 났던 그때 말이야
나중에 어떤 감정으로, 어떠한 상황들로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치도 못하고 함부로 입을 가볍게 위아래로 뻥긋거렸던 것이냔 말이야.
물론, 나보단 당신이 사골 국물 우려먹듯 팔팔 끓여
탈탈탈 털리고 있지만, 그만큼 당신의 이야기가 더 깊고
센 건 인정해야지?
더 기가 막힌 건 어떤 상황이었는지까지 생각이 정확히 나.
거긴 당신 방이었고 서로 좋아 죽고 못살던 아주 연애 초기
눈빛만 바라봐도 좋다며 절로 미소가 지어지던 그런 때-
아무렇게 방바닥에 마주 앉아 맥주 하나씩 사이에 두고 최대한 밀착해 있던 상태였고 그렇게 우린 쉬지 않고 별별 이야기를 나눠나갔지.
서로 어릴 적부터 시작해서 있는 거 없는 거,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눴고 그러다 보니 전여자 친구, 전 남자 친구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던 거야.
순진하다면 순진하게도 우린 A부터 Z까지 털어놓았고
서로의 아픔을 진심으로 토닥여주고 위로해 주며 우리의
생각을 더 깊게 공유한다고 생각했지.
지금 드는 생각은 왜? 그때는 진심으로 질투가 나지 않았을까? 당신이 힘들었다는 말에 마음이 아프고 위로해 주고만
싶었지 전혀 질투가 나거나 화가 나거나 하는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던 게 아닌데.
어쨌든 그때의 추억?이라고 해야 하나? 그날의 기억이 지금 우리의 상황에서 내가 아주 우려먹고 있으니 괴롭지?
당신은 그만 말하라고 하지만 나는 자꾸만 생각이 나는걸?
왜냐하면 당신이 자꾸 생각나게 만들니까.
전여자친구는 간호사였다 그랬잖아? 그리고 나는 간호조무사고. 내가 새롭게 수액 연습하고 그럴 때 당신 뭐라고 했어?
아 그거 이렇게 하고 이렇게 하던데. 하던데?????????
그러니 내가 전여자친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겠어???
그리고 또, 간호사라는 직업이 미디어에 나오면 일단 당신 되게 아는 게 많아지고 간호사라는 직업을 되게 좋아하는 당신이 은근히 얄미워 내가 더욱 바글바글 우려 대는 거라는 생각 해보지 않겠어?!
거기다 당신이 알다시피 나 원래 간호사라는 직업에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잖아. 그래 나 솔직히 공부도 못하기도 했지만 원래 나의 고등학교 목표는 대학이 아니라 그 집에서 독립이었기에 독립을 하려면 직업을 가져야 하고 그럼 가장 빨리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간호사 직업에 가까이하는 일 찾다가 조무사 쪽으로 정해서 빠진 거였잖아.
그래서 알게 모르게 은근히 자격지심을 가지며 살게 되었는데 당신이 은근히 나를 자극하니 나는 심하게 당신을 자극하는 거야. 질투심과 열받음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말하면서 당신의 반응을 보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부정하는 당신이 다행이다가도 어느 날은 더 털어놓는 순간은..
아, 그러다 당신과 술을 잔뜩 먹은 그날은 내가 말실수를 하게 된 거야. 우리 집 옆동, 내 첫사랑이 살았던 곳이고 지금도 살고 있다고 말이야. 그 후부터 나의 사골이 당신이 사골이 되어 내가 우려먹을 때 당신도 같이 우려먹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네? 어매, 참
당신 말처럼 나 만나기 전이고 다 지난 일이고 아무 상관없는 일인데 나는 왜 그러는 걸까?! 자꾸 당신을 자극하고 당신에게 몰아치고 아~~~ 하면서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어 가고 싶은 걸까. 지나고 생각하고 생각해 봐도 딱 정답은 나오지 않지만 가장 비슷한 느낌은 그냥 질투인 거 같아.
당신이 나 말고 다른 여자를 얼마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고 그 여자로 인해 얼마나 행복했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지금 내가 아닌 그 여자였다면 당신이 덜 힘들게 살진 않았을까? 하는 확신 없는 마음이 날 자꾸 건드리나 봐
그래서 역시 전 남자 친구, 전여자 친구 이야기는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는 게 맞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때 내가 많이 말하기보단 당신의 전. 여. 친. 이야기를 많이 경. 청. 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
이번 글을 빌어서 딱 말할게
앞으로도 그렇게 안 하겠다고 확실히는 말 못 하겠어
아니, 분명히 아~~~ 하면서 또 하게 될게 뻔하지만
그래도 안 하도록 노력은 해나갈게.
나도 그렇게 말하고 나면 당신이 전 여자친구를 다시 한번
떠올리는 계기를 만드는 거 같아서 사실은 싫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