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감정
주말의 이야기.
남편과 나 사이가 약간 껄끄러웠다.
서로 안 좋은 마음을 나눈 뒤였으니...
그러나 우리 곁엔 지켜보는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우린 여느 때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을 했고
평상시와 같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외식을 나섰다.
보통 때 같으면 어디로 갈까?
엄청난 토론이 이어질 테지만
우리는 (좋지 않은) 그런 상태였으니
남편은 발 닿는 길, 우리가 자주 가는 고깃집으로
가자고 말했다.
둘, 둘 거리를 유지하며 걸으며 도착!
그러곤 마주 앉아 고기를 구워댔다.
잘 익은 고기를 나눠먹었다.
우리 사이가 어떻든 고기는 역시 언제나 옳다.
소맥도 나눠 먹지만
짠은 하지 않는다.
(그런 사이는 아니니)
그러다 남편 옆에 앉은 아들이
내가 앉은 곳에서 보이는 티브이를 보고 싶다며
엄마 옆에 앉은 동생과 실랑이를 하는 것이다.
(야구 중계중이었다)
바꾸려는 자와, 절대 바꾸지 않겠다는 자.
결국 내가 아들과 자리를 바꿔주었다.
그러고 나니 남편과 나,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나란히 붙어 앉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후에도 멈추지 않은 먹부림
어라? 은근히 나란히 옆에 붙어 앉아 먹다 보니
점점 오묘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싫지 않고 가까이 앉으니 진짜
가까워진 느낌 (몸도, 마음도)
서먹했던, 좋지 않아 좋은 척! 하고 있던 마음이
다 풀어지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자리 선정이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었나?
냉면까지 다 먹은 아이들은 핸드폰 세상으로-
술도 한잔 먹었겠다 용기 있게?
쿨한 척 내가 먼저 남편에게 말했다.
- 자리를 이렇게 앉으니까 뭔가 느낌이 다르고 좋은데?
남편도 그렇다고 동의했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우리.
기분이 풀린 남편-
여느 때처럼 볶음밥을 열심히 만들기 시작.
언제나처럼 맛있는 볶음밥으로 우리는
배도, 마음도 든든해졌다.
어느 날인가 음식점에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앉고
부부는 부부끼리 나란히 앉은 걸 본 기억이 떠올랐고
그 부부는 이런 감정을 알고 있었다는 것에 부러웠고
앞으로는 나도 이렇게 앉아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