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엄마와 함께하는 점심 식사였다.
오전부터 다녀올 곳이 있어 빠르게 갔다가
나오는 길에 엄마랑 시간을 맞추고
동네 근처에
새로 생긴 샤브샤브 매장 앞에서 만났다
나는 전날 먹은 술의 해장이 필요했고
엄마는 배가 상당히 고팠으니....
자리를 잡자마자 부지런히 퍼다 나르고
먹기 시작했다
국물은 속을 달래주는데 최고였고
고기랑 야채, 건더기들을 먹으니
입맛이 돋아닸고 이제 본격적으로
먹으려고 하는데....
엄마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
엄마랑 같이 사는 남편에게 걸려온 것이었는데
일이 있다면서 빨리 오라고 한 것이다
결국 우린 먹다 말고..
정말 먹. 다. 말. 고 계산을 후다닥 마치고
나와야 했다.
모처럼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었는데
언제까지 나에게 방해꾼이 될는지...
어쩌다 신는 구두를 신은 탓에
새끼발가락이 눌려 너무 아팠지만
걷고 싶은 마음에 오기로 집까지 걸어왔다
전날 남편과 신경전을 벌인 탓에
이 속상한 마음을 말하지도 못한 채
집안일을 하며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었는데
일이 해결됐다며 엄마에게 전화가 왔고
다시 집에서 나와 엄마가 좋아하는
카페로 갔다.
달달한 커피와 카야를 먹으며
이제야 좀 제대로 즐기나 싶던 그때
정말 어이없게도 유리창 밖으로
직장 상사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고
설마 하던 그 순간
내가 있는 카페로 들어온 것이다
등지는 자리에 앉았기에 눈 마주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주문을 마친 후 조금 떨어진 자리지만
나를 마주 보는 곳으로 앉는 것이다.
망.했.다
마음이 확 긴장되면서 머리가 새하얘졌고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도망치듯 카페에서 나왔다.
하, 점심도 그렇고 카페도 그렇고
이상하게 펼쳐지는 일들로 인해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를 봤을까, 못 봤을까 하는
걱정으로 불편한 마음이 있지만
봐도 상관없다는 깡으로
나는 내일 다시 출근할 것이다.
밥도, 커피도 먹다 말고 끝난 하루
그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던 하루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