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데이트도 하고, 돈도 벌고. 친하게 지낸 한인 교포 2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로운, 독일에선 항상 실용적으로 생각해!!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게 우선이야!”
벤은 알고 있었던 거다. 내가 한가롭게 공원에 앉아서 종일 멍 잡고 있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릴 형편이 아니란 것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의사표시를 하기 전에 그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나를 생각해서 이런 결정을 한 것인지.
“하하하. 자리가 하나 비어서.”
생각보다 단순한 그의 대답. 기대한 답은 아니지만, 어쨌든 학교 밖에서 그를 만나는 기회는 소중하다.
“그래. 좋아. 너도 오는 거지?”
“당연하지.”
다음 주 내내 즐거울 것 같다. 어린 왕자와의 약속을 기다린 여우처럼.
잠에 푹 빠져있는 토요일 아침.
“삐삐”
책상 위에 둔 핸드폰 진동 소리가 요란하다.
“엄마.”
눈곱을 떼며 영상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잘 잤니?”
“어. 그런데 엄마 지금 어디야? 병원?”
엄마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걱정할까 봐 이야기 안 했는데,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어.”
가슴이 쿵 내려앉아, 표정 관리를 할 수 없었다.
“뭐라고? 사고가? 어디 다쳤어?”
난 놀라, 화난 사람처럼 엄마에게 따지듯 물었다.
“뺑소니 차에 치였어. 쓰러져 꼼짝 못 하고 있는데, 전도사님이 발견해서 119 불러줬어. 허리 수술해서, 병원에 더 있어야 할 거 같아.”
내가 한국에 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뭐라고? 뺑소니 차는 잡았어?”
“경찰에 신고했어. 밤이라 CCTV에 차 번호가 안 보인데. 시간이 걸릴 거 같아.”
“나쁜 인간!! 꼭 잡힐 거야. 엄마는 마음 편히 하고, 치료 잘 받아. 기도할게.”
“그래, 고마워. 엄마 신경 쓰지 말고, 밥 잘 챙겨 먹고, 공부 열심히 해.”
“그럼, 엄마! 방 구해서, 잘 지내고 있어. 걱정하지 마.”
엄마와 난 서로의 걱정을 덜어내듯, 전화를 끊었다.
기숙사 방 안 적막이 무겁게 느껴졌다. 정오가 되어 겨우 아침 식사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