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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돼?(14)

by 베를리너

강의실에 들어가 아무 자리에 멍하니 앉았다.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뒤에서 쪽지 하나가 툭 날아왔다.

“넌 슬플 때 더 예뻐.”

뒤를 보니 니나가 날 보며 웃고 있다.

“쟤는 도대체 미스터리야. 통 자기 얘길 안 하니.”

안나가 니나를 보고 말했다.

니나는 공동 기숙사에 외국인 네 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 남부 독일에서 온 니나는 난생처음 부모님과 떨어져 베를린에 유학을 왔다.

“한국? 정말 멋지다! 우리 집에 놀러 올래?”

니나는 수줍게 말했다.

독일인의 집에 초대된 건 처음이었다.

니나는 기숙사 공동 주방에서 정성껏 요리한 스파게티와 와인을 냈다. 니나가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하도 진지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까먹을 정도였다.

날 처음 집으로 초대한 독일 친구가 니나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니나가 요새 배우고 있는 ‘탱고’부터 시작해, 유년 시절 추억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도시에서 베를린으로 공부하러 온 게 내겐 큰 도전이었어. 그래서 네가 한국에서 독일까지 유학 온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니나는 내가 이룬 작은 일에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무슨 이유인지, 집안 사정을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다고 했다.

니나는 수수께끼 같은 친구가 아니었다. 자신의 속마음을 비칠 사람을 신중히 선택하는 친구였다.

니나가 탱고를 추다 만난 모로코 출신 남자친구와 사귄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난 니나 에게 물었다. 니나는 밝게 웃으며 옆에선 무니르를 소개했다.

그는 눈이 퀭한 채, 지친 듯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왠지 니나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려 깊고 똑똑한 니나를 짝사랑하는 독일 남학생들이 많았으니까.

“왜, 안돼?”

니나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무니르도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킥’하고 웃었다.

그녀는 오히려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나를 다독였다.

“인샬라(신의 뜻대로).”

이슬람교인 무니르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대로 나를 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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