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핫한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에 있었다. 그라피티의 기괴한 그림들 속 눈은 부릅뜨고 있었다. 거리엔 외국인들과 현지인들이 비슷한 비율로 활기차게 걷고 있었다.
오라니엔 거리 끝에 다다르자, 카페가 보인다.
‘TALA’
카페에 들어가, 늘 마시던 밀크커피가 아닌 라테 마키아토를 시켰다. 가격표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벤에게 궁상떠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일찍 왔네!”
벤이 명랑하게 말을 건넨다. 벤이 보낸 카드 뒷면에 일요일/ 11시라고 작게 적혀있었다.
“여긴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난 온통 오래된 물건들이 꽉 찬 카페를 둘러보며 물었다.
“내 친구가 하는 물물교환 카페야. 좀 이따 소개해 줄게. 아침 안 먹었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따라오라며 안쪽으로 들어간다.
뷔페식으로 독일식 아침 식사가 테이블 위에 차려져 있다. 난 반숙 달걀과 햄, 토마토와 빵을 접시에 담고 자리로 돌아왔다.
“둘이 만나는 건 처음이네.”
벤이 빵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생일파티에 와줘 고마웠어.”
즐거웠던 파티를 상기시키고 싶어 말했다.
“노래 잘하더라. 한국에선 자주 갔었지?”
“노래방 워낙 좋아해. 베를린에서 찾으니까 반갑더라고.”
또다시 정적.
“자유시간에 뭐 해?”
“놀러 온 것도 아니고. 심심하게 지내. 공원 가고, 친구 만나거나. 거의 기숙사에서.”
“정말 재미없네! 하하.”
그럼 내가 너희처럼 맨날 파티만 하는 줄 알았냐? 즐기는 게 익숙한 독일 애와 별반 차이 없어 보이는 벤을 보며, 이질감을 느꼈다.
“다음 주말엔 뭐 해?”
“글쎄. 별건 없어.”
벤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더니, 흥미진진한 눈동자로 날 빤히 봤다.
뭐, 이게 바로 독일식 애프터인가?
“베를린시에서 하는 친환경 제품 주말 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너도 올래?”
데이트 신청이 아니라, 알바 구해주는 키다리 아저씨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