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난 시내. 관차이반. Day 7(1)
“관차이반을 못 먹어봐서 아쉬워.”
시우가 어제 자기 전에 한 말이 계속 귀에서 맴돈다.
그래? 타이난에서 떠나기 전에 한번 더 달려볼까? 어제 찾아 봤었던 츠칸로우 근처의 식당을 가보자. 숙소에서 15분 거리? 훗, 이제 일도 아니지.
어제 너무 무리해서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나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아침 7시 30분 부터 눈이 떠진다. 눈이 떠진 김에 일어나서 짐을 새로 산 가방에 옮기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호텔은 공장 작업실 분위기가 연출된다. 아들은 엄마가 옆에서 이 난리를 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곤히 잔다.
“시우야. 관차이반 먹으러 가자!”
소곤소곤 말했는데도 부스스 일어나서 옷을 입고 가방을 맨다.
그리고 함께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거리를 걸어간다.
이렇게 기를 쓰고 먹으려는 관차이반이란 어떤 음식인가? 우선 채소, 해산물, 고기 등의 각종 재료를 삶아 걸죽하게 스프처럼 만든다. 다음으로 토스트를 바삭하게 구워 그 속을 파고, 그 안에 아까 만든 스프를 넣고 다시 뚜껑을 덮으면 완성!
한 고고학 교수가 이 음식을 보고 석관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런 살벌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뭐든 자기 관심 분야로 보이는 게지. 보통사람이 봤으면 음식에 석관이라는 이름을 붙일 생각이나 했겠어? 그런데 이 이름이 붙은 후로 관차이판은 더욱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호랑이 머리 식당(虎頭風味小吃). 호랑이 그림이 예쁘게 그려진 깔끔한 노점이다. 우리는 각자 관차이반 하나씩 그리고 계란 전병을 시켰다. 드디어 감동적인 관차이반 영접의 순간. 겉은 바삭하고 안의 스프는 촉촉해서 잘 어우러진다. 맛있지만 하나 더 먹으면 좀 느끼할 것 같다. 계란 전병도 숙주와 채소가 들어간 건강한 맛으로 오늘 아침도 만족스럽다.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아들. 오늘도 얼굴은 부었지만 흡족한 표정에 엄마도 마냥 뿌듯하다.
약간의 느끼함은 숙소로 가는 길에 포스가 느껴지는 빵집에서 블랙커피로 잡아주니 딱 좋다(Donuts-多那之台南西門門市). 오늘은 이동을 해야 하는 날이니, 빵도 사서 쟁여 놓자.
"어, 여기 어제 사람 진짜 많았는데!"
어제 줄이 너무너무 길었던 길거리 떡집에 사람이 별로 없다. 할머니가 직접 반죽을 해서 떡을 만들고, 직접 고물까지 묻혀서 준다. 안 먹을 수 없지. 고민 없이 줄을 섰다. 우리는 배가 부르니까 하나씩 세가지 맛을 사보자.
나는 줄을 서고 시우는 할머니 바로 앞에서 떡 만드는 것을 빤히 쳐다본다.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데 할머니가 말없이 시우에게 떡을 하나 건네주신다. 받아도 되는지 나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 아들. 할머니의 정이 느껴진다.
"'쎼쎼' 하고 받아."
우리 차례가 되자 외국인이라서 였을까, 또 하나씩 맛보라고 주신다. 저… 세 개 살건데요…
“돈은 저기에 넣어”
돈은 그릇에서 내고 알아서 거슬러가는 착한 가게 시스템. 세 개 샀는데 세 개를 서비스로 받아버렸다. 떡이 쫄깃하고 고소한게 다른 떡보다도 더 맛있게 느껴진다. 많이 파세요, 할머니!
엄마만 커피를 마신다고 투덜거리는 아들에게 과일 주스를 사주려고 하다보니 어제의 망고 빙수 집이 나온다. 아, 여기 과일 주스도 팔았지.
“저희 또 왔어요!”
주인 아줌마도 알아보고 어제 구경 잘 했냐며 반갑게 맞아주신다. 과일주스를 사겠다는 말에 이 계절에는 구아바가 맛있다며 우리에게 다소 낯선 구아바 주스를 강력 추천한다. 그럼 그거 살게요. 시원시원하게 바로 과일을 갈아서 주시는데 나에게도 주스가 담긴 작은 컵을 내민다.
“주스를 갈고 좀 남았는데 엄마도 맛봐요.”
나까지 이렇게 살뜰히 챙겨 주시다니, 정말 감동이다.
거봐, 내가 처음에 그랬잖아.
타이베이 이전의 오랜 시간 수도였던 곳. 사진으로 본 고풍스러운 건물, 아기자기한 골목, 맛있는 과일, 따뜻한 이웃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기차역으로 다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