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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국어인쌤 Aug 23. 2023

진흙 온천 꽌즈링, 꼭 가보고 싶습니다!

꽌즈링(關子嶺) 온천 가는 길. 대만 기차 타기.  Day 7(2)

 여기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소 외진 곳에 있는, 교통이 불편한 꽌즈링 온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려고 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정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온천을 좋아하기도 하고 꽌즈링 온천은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진흙 온천이라고 한다. (완전 찐득찐득한 진흙은 아니고 진흙 입자를 함유하고 있는 회색의 온천수다.)


 고민도 많이 하고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또 찾아봤다. 

 우선 타이난에서 기차를 타고 찌아이로 가고, 찌아이에서 꽌즈링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그런데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만 있다는 애매한 정보 밖에 없다. 버스가 일찍 끊기면? 어디서 타지? 배차 간격이 한 시간 간격인 것은 정확한 것인가? 

 그러다 이런 버스 노선도, 시간표를 찾고 얼마나 뿌듯하던지. 어둠 속에 한줄기 빛이 내린 느낌!


 성별이 다른 아이와 온천을 가면 선택지가 두 가지뿐이다. 수영복을 입고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곳을 가거나 우리만 들어가는 개인 룸을 빌려서 시간당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내가 찾은 징따호텔(景大渡假莊園 경대두가장원 The king’s garden Hotel)은 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온천 리조트 시설을 투숙기간 내 1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객실 룸에도 머드 온천수가 나와 내가 원하는 온도로 마음껏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조식까지 포함해서 14만 원 정도. 여긴 가야 해! 영문명 King’s garden- 왕의 정원이라니 이름이 좀 부담스럽지만. 

 단점은 체크인이 5시라는 것이다. 5시에 들어가서 언제 놀고 언제 밥 먹고 하니... 3시 정도에는 대충 들어가게 해주지 않을까? 내 맘대로 시간 정해서 그냥 출발. 찌아이 역에서 대략 2시 버스를 타보자. 


 지금까지 함께 한 캐리어는 숙소에 버리고 막 구입한 신상 캐리어를 끌고 나간다. 너도 잘해라. 우리 막 버리고 간다잉?

 

 자연스럽게 요요우 카드를 찍고 찌아이(嘉義)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출발! 하는데 뭔가 느낌이 싸하다. 사람들이 기차표를 들고 표에 지정된 자리에 앉고 있었다. 어? 기차표를 샀어야 하는 건가? 나란히 붙어 있는 자리가 없어 눈치를 보며 시우와 앞뒤로 앉았다. 

 “시우야. 우리 표 샀어야 하나 봐.” 

 바른 청년 김시우는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아. 괜히 말했어. 나도 모르는데 자꾸 뒤돌아보며 물어본다.

 “엄마! 그럼 우리 무임승차야? 어떻게 해야 해?” 

 이럴 때는 현지인에게 물어보는 게 빠르다. 

 “죄송한데요, 제가 표를 안 샀거든요…”  

 옆에 앉은 아줌마가 차장이 올 거라고 직접 물어보자고 한다. 

 잠시 후, 지나가는 차장님을 붙잡고 아줌마가 자초지종을 우리 대신 설명해 주신다. 

 “요요우 카드 찍었어요?"

 "네"

 "그럼 됐어. 내릴 때 또 찍으면 돼요.” 

 “아~ 그럼 어디 앉아요?” 

 그냥 빈자리에 앉으면 되는데, 그 대신 자리 주인이 오면 비켜줘야 한단다. 가격은 같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표를 구입해야겠다.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는 앉아 있어도 된다. 하도 뒤를 쳐다보느라 목 돌아갈 지경인 아들에서 설명을 해주고 평안을 되찾았다. 

 아.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기차니까 어린이는 반값 할인을 받았어야 하는데! 아들의 요요우 카드는 일반용인데, 알아서 할인을 해주진 않았을 것 아냐? 에잇. 이제라도 다시 어린이용을 구입해야 하나?  이제 여행이 거의 반이 지났는데 기차표는 따로 사고 버틸까? 게으른 엄마는 고민만 하다가 결국 끝나는 날까지 아들은 일반 요요우 카드를 사용하게 된다.


 한차례 법석은 있었지만 찌아이역에 무사히 도착.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꽌즈링 가는 버스 정류장 위치를 물어봤더니 질문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준비된 지도를 바로 꺼내서 보여준다. 지도가 직관적이어서 알아보기 너무 편하다. 알려준 대로 횡단보도를 건넜더니 바로 정류장이 보인다. 역에서 헤맬까 봐 걱정했는데, 1시 버스 시간에 딱 맞췄다. 너무 순조로워 오히려 신기하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어디 가냐고 묻는다. 

 “꽌쯔링.”(호갱이 되지 않으려고 짧게 말한다)

 “버스 타고 가면 오래 걸려. 택시 타고 가. 400위엔이면 금방 가” 

 금방 버스가 올 예정이라 고개를 저었더니 그냥 별 말없이 다른 곳으로 가신다. 이번 여행 대만에서 만났던 택시 기사 아저씨들은 호객에 그리 집요하지 않아서 좋다. 시간이 별로 없다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아껴 두 사람이 400위엔 정도 내고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버스 노선도를 살펴보고 있으니 내가 대답하는 것을 들었는지 옆에 있던 아줌마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웃지도 않고 꽌즈링 노선을 말없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무심히 챙겨주는 이런 투박한 친절함이 나는 더 좋더라. 정류장을 향해 다가오는 버스를 향해 구애의 춤을 추는 나비처럼 아들은 또다시 춤을 춘다. 이제는 뭐. 

 낑낑대며 캐리어를 올리려고 하니 기사 아저씨가 친히 내려서 캐리어를 올려 준다. 감동 서비스다. 아들은 팔랑팔랑 자기가 좋아하는 맨 뒷자리로 가버리고 나도 뒤따라가서 가방을 손에 꼬옥 쥐고 앉는다. 팔이 점점 저려오네. 나중에는 소중하든 말든 그냥 의자와 의자 사이에 힘줘서 쑤셔 넣는다. 

 버스가 한 시간 정도 아찔한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 간다. 종점이라서 맘 놓고 자도 되는데 긴장 모드 활성화 되어있는 엄마는 잠을 못 자고, 아이는 미끄러지고 바닥에 떨어지면서도 깼다 다시 잠들기를 반복한다.  

 종점은 그 이름도 경쾌한 링딩 공원(嶺頂公園). 고도가 높아서 인지 공기 자체가 상쾌하다! 공기도 좋고 날씨도 좋고, 하늘 빛깔이 너무나 푸르른 그런 날이다. 공원 내의 곳곳에는 귀여운 조형물들이 우리의 눈길을 끌지만 우선 숙소인 징따호텔로 향한다. 


 자 가볼까. 

 길 위에 서니 억 소리가 절로 난다. 

 “저 오르막길이 정녕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니? 거짓말이라고 해줘!” 

 정말 무시무시한 오르막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들은 자기가 가방을 끌고 가겠다고 했지만 자칫 놓치면 가방이 주르륵 아래로 내려가 버릴 것 같아 경사진 곳에서는 내가 끌고, 평평한 곳에서는 아들이 끌기로 합의를 본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서 ‘드르륵 드르륵’ 가방이 굴러가는 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진다. 양손으로 밀어 올리면서 씩씩거리면서 간다. 

 꽌즈링 온천 안 좋기만 해 봐. 호텔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 오르막. 

포기하고 싶어질 무렵 드디어 드디어 도착이다! 


 2시 30분. 꽌즈링 숙소 도착. 드디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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