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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국어인쌤 Aug 26. 2023

왕의 정원에 입성하다.

꽌즈링(關子嶺)숙소, 진흙 온천 즐기기. Day 7(3)

 땀을 뻘뻘 흘리며 체크인 수속을 했다.

 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대온천탕, 성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온천탕, 조식 이렇게 3종 쿠폰을 준다.  


 숙소 입실은 1시간 후부터 가능하고, 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온천탕은 바로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흠. 여기서 캐리어를 열고 수영복을 찾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 온천을 하러 간다? 아웅. 그냥 1시간 기다리자. 그동안 주변을 좀 둘러보기로 한다.  


 역시 이런 외진 곳에 올 때는 먹을거리를 사 오는 게 필수. 호텔 내부에서 파는 것은 비싸기만 하고 먹을 것이 마땅치 않고, 편의점을 가려면 아까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한다. 나는 그럴 줄 알고 아침에 빵을 사 왔지! 나의 선견지명에 흡족해하며 식당 구석 자리에서 빵을 뜯어먹는다.   

 

 이곳이 '왕의 정원' 인가!

 2층의 단층 건물에 정원이 널찍하다. 산책길을 참 좋다. 산책길에 아들이 좋아하는 돌지압길도 있어서 조심조심 밟아 보기도 한다. 뒤뜰 새장의 새들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한 시간이 금세 흐른다.  

 엘리베이터가 없다고요? 우리 방은 2층인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데스크의 청년이 웃으면서 2층까지 짐을 옮겨준다. 우리가 못 미더웠는지 열쇠키로 문을 잘 여는지 확인하고서야 내려갔다. 나중에 나가려다 열쇠를 한참 찾았는데 들어올 때 꽂아놓고 그대로 왔다는 걸 발견했다. 계속 못 미더운 엄마와 아들. 


 방 이름은 이곳에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는 ‘앨리스’ 룸이다. 

 방은... 길다. 냉장고가 있는 넓은 현관이 있고, 신발을 벗고 올라가면 침대가 있다. 침대를 지나 문을 열면 화장실, 그리고 ‘돌 욕조’가 나온다. 큰 욕조와 작은 욕조 두 개가 있는데, 큰 욕조의 물을 틀면 기대했던 회색의 머드 물이 나오고 작은 욕조에서는 맑고 차가운 물이 나온다. 

 왜 굳이 이렇게 이렇게 나눠 놓았을까? 아들은 뜨거운 탕에 들어갔다 더우면 차가운 탕에 들어가라고 두 개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 했다. 내 생각에는 너무 뜨거우면 받아 놓은 차가운 물로 부어서 온도 조절하라고 하는 것 같은데 뭐가 되었든 자기가 편한 방식으로 쓰면 되지 뭐. 나중에는 작은 욕조는 잘 안 쓰게 되더라. 


 창문은 들어오는 문 쪽에 하나, 욕조 쪽에 하나가 있다. 문 쪽의 창문은 사람들이 다니는 복도를 향해 있어서 커튼을 쳐 놓을 수가 없고, 욕조 쪽은 불투명 창문으로 오픈 자체가 안된다. 창문이 있지만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다소 아쉽고, 지은 지 오래된 호텔이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반질반질 할머니의 손때가 묻은 시골집처럼, 세련되지는 않지만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는 느낌을 받았다.

   

 방에만 있어도 좋을 것 같지만 온천 욕장을 가보자. 숙박은 하지 않고 온천만 이용할 수도 있다. 투숙객 모드로 수영복 위에 긴 옷만 걸치고 살랑살랑 간다. 짐 놓을 곳이 없을까 봐 짐을 최소화해서 가지고 갔는데 내부에 라커가 많네? 게다가 모두 무료이다. 


 냉탕, 온탕, 고온탕, 그리고 머드탕, 한방탕, 미인탕 같은 이벤트 탕이 있었다. 일부 탕에서는 약한 전자파 같은 것이 나와서 안마를 해주는데 시우는 찌릿찌릿한 그 느낌이 너무 싫다고 애매하게 욕탕의 중간에 앉아있거나 전자파가 없는 이벤트탕을 주로 이용했다.


 바스 풀과 야외 수영장은 물이 너무 차가워서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날씨가 더워지면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놀고 어른들은 온천욕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온천탕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얼굴에 팩을 하고 돌아다니는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여기는 뭐 하는 곳 이래? 세면대 위에 팩이 준비되어 있고 자유롭게 이용 가능했다. 그 옆에는 누워서 다리를 올려놓으면 좌우로 흔들어 풀어주는 안마기계도 있다. 


 “너도 팩 한번 해볼래? 피부가 좋아져.” 

 사실 팩이 필요 없는 (진짜) 아가 피부이지만 잠시 고민을 하더니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한번 경험해보겠다고 한다. 한참을 고민해서 신중하게 애플 팩을 고르더니 조심조심 얼굴에 바른다. 팩이 마르는 동안 둘이 누워서 안마 기계에 다리를 올려놓고 쉰다. 조금 쉴 만하면 질문 폭탄. 

 “엄마 이게 다 마른 거야?” “엄마 이제 말랐나?” “10분 지났나?” 

 아 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아들이 제일 좋아했던 곳은 내가 느끼기에는 다소 미지근한 넓은 탕이다. 거기서… 수영을 한다. 이래도 되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거기서 만난 대만 남매들도… 수영을 한다. 서로 신경 안 쓰는 듯 놀면서 괜히 그쪽으로 가서 부딪치고 은근슬쩍 같이 물 튀기고 풍덩거리기 시작한다. 

 처음엔 아들과 이렇게 돌아다니면 대만 어린이들을 많이 만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린이들을 많이 못 만났다. 아무래도 대만은 방학이 아니다 보니까 여행지에 사람 자체가 많지 않고 어린이들은 더 없는 것 같다. 너네들은… 재량 휴업이니? 신나게 노는데 말 시키지 말자. 

 

“엄마. 물안경 가져올 걸 그랬어.” 아니.


 나가는 길목에는 닥터피시 체험장이 있다. 놀랍게도 무료. 한국 닥터피시보다 다소 커서 처음에는 관상용 물고기인가 했다.

 아들은 숨을 크게 한번 쉬고 발을 넣더니, 발에 닿는 느낌이 너무 간지러운지 웃느라고 정신이 없다. 엄마가 도와줄게. 내가 발을 넣었더니 

 “엄마! 애들이 다 엄마한테 가고 나한테는 안 와. 야! 야! 이리 와!”

 하며 소리 지른다. 

 “니 발에 뭐 먹을 게 있겠니. 엄마 발이 들어가면 얘네 파티다” 

 뭘 상상하는 건지 혼자 빵 터져 깔깔 거린다. 


 아이에게는 재미있던 경험이었는지 그날 일기에도 이렇게 썼더라. 

 “물고기들이 나한테는 안 오고 엄마한테만 갔다.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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