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온천 꽌즈링, 항아리 닭 윙깡지. Day 7(4)
물놀이 후에는 배가 고프다. 온천도 마찬가지다.
방에 후다닥 뛰어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으니 급격히 배가 고파진다.
여기는 식당도 편의점도 우리가 올라왔던 길로 한참 내려가야 했다. 이미 깜깜해지고 사람이 없는 시골길이라 예쁜 호텔 조명이 있음에도 쫄보 엄마는 조금 무서웠다. 그래도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삐걱대며 걸어가다 보니 식당들이 조명을 밝히고 영업을 하고 있었고 조금 더 내려가니 편의점도 있었다. 그 아래는 어둠. 이 구간만 번화가로군.
불 켜진 식당 중에 가장 사람이 많고 화려한 곳으로 들어간다(竹香園 죽향원).
이 지역의 명물은 항아리에 닭을 넣고 구웠다는 웡깡지(甕缸雞), ‘항아리닭’으로, 거의 대부분의 식당에서 항아리 닭을 팔고 있다. 입구에 2인 세트 780위엔이라고 가격이 쓰여 있다. 타이난에서 맨날 둘이 90원, 150원 이렇게 먹다가 엄청나게 비싼 음식을 먹는 느낌이다.
이 동네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단 말이야?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었던 것뿐인가? 거의 만석이다.
우물쭈물 하나 남은 자리에 앉으니 스케치북 사이즈의 대형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2인 세트가 편하기는 한데 아무리 봐도 두 명 먹기에 닭 반마리, 새우튀김, 샐러드, 버섯 탕, 밥은 너무 많을 것 같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직원들 중에 친절해 보이는 언니를 불러서 물어본다.
“아이랑 먹는 건데 이거 세트 메뉴 둘이 먹기에는 너무 많지 않을까요?”
예상대로 친절한 직원이 앞장의 단품을 시켜도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세트 말고, 닭 반 마리를 시켜도 탕이 나온다는 고급 정보를 알려 준다.
“앗! 그러면(세트 구성에서 버섯탕과 새우튀김 빼고) 닭 반 마리에, 샐러드, 밥 이렇게 시킬게요.”
닭은 언제나 옳지.
잠시 후 음식이 나온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닭, 샐러드, 탕, 메뉴에 없던 고구마튀김까지.
닭기름도 별도로 나오는데 '닭기름은 밥에 비벼 드세요'라는 문구가 친절하게 적혀 있다.
오랜만에 먹는 닭이로구나! 껍질도 바삭하고 맛있다!
닭을 먹다 보니 아래쪽에 검은색 닭 발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보통 이것도 먹는 걸까? 둘이 젓가락으로 뒤적뒤적 관찰하다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냥 다른 반찬으로 덮어놓는다. 샐러드는 둘이 먹고도 남을 양이었고, 밥은 시키는 대로 닭기름에 비벼서 입이 반들반들 해 질 때까지 먹었다. 탕은 좀 싱거운 맹맛?
마지막에 닭기름을 테이블에 쏟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둘이서 너무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다. 잘 먹는 성인 둘이 가면 세트 메뉴를 시키거나, 닭 한 마리를 시키고 채소류 반찬 추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냥 들어왔는데 여기 맛집이었나 봐. 텔레비전에도 나왔는지 영상이 계속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데스크에 있는 언니도 나온다, 봐봐!
“우리 여기 가방 끌고 왔었잖아. 정말 무거웠는데”
“맞아, 근데 엄마, 내일은 내려가는 길이라서 다행이다.”
“오. 그러네”
나는 힘들었던 과거를 생각했는데 너는 더 한결 편안해질 내일을 떠올렸구나.
맞다. 맞다. 힘들었던 시간이 있으면 또 그만큼 편안한 시간도 오겠지. 또 이렇게 너에게 한수 배운다.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이 길이 참 좋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깜깜해서 무서웠던 길이 이제는 호텔에서 켜 놓은 은은한 조명으로 참 예쁘게 느껴진다. 주변이 고요해서 꼭 세상에 우리만 남겨져 있는 것 같다.
매직타임 끝!
숙소에 돌아오는 동시에 엄마는 신데렐라처럼 일을 시작한다. 아까 밥 먹으러 가느라고 대충 던져둔 수영복을 빨고, 또 말려야 한다. 남편이 결코 쓸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했던 한국에서 가져온 빨랫줄을 설치한다. 내가 쓴다고 했잖아. 양쪽에 뽁뽁이가 달려서 유리, 타일에 붙일 수도 있고 고리가 있어 걸 수도 있는, 없는 게 없이 다 있는 그곳에서 구입한 빨랫줄이다. 엄청 유용하잖아? 한쪽은 창문에 붙이고 한쪽은 고리에 걸어서 수영복들을 걸어 뒀다. 과연 내일까지 마르려나.
그동안 아들은 욕탕에 물을 받는다. 우와! 회색의 온천수가 욕탕에 가득 찬다.
저녁 온천 시간. 둘이 들어가도 넉넉한 크기다. 아들은 아까 아쉬워했던 물안경까지 착용하고 물속을 들여다보며 무척이나 신나 한다.
“엄마 손으로 숫자를 만들어봐. 내가 볼게… 푸. 안 보이네”
다른 장난감이 없으니 머리에 쓰는 비닐 샤워캡에 물을 채워가며 한참을 논다. 역시 없으면 없는 대로 즐겁게 노는 아이.
옆에서 뭘 하든 말든 이렇게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그동안 여행하며 쌓인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다.
꽌쯔링 온천 이틀 잡아 둘 걸.
그래도 중간 즈음에 온천 일정 넣어 놓은 과거의 나. 너무너무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