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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국어인쌤 Sep 09. 2023

'구족문화'보다 '놀이공원'.

구족문화촌(九族文化村 지우주원화춘). 훠구어. Day 11(2)

 놀이공원이 가까워지자 이제는 거의 뛰어가는 아들. 


 아들의 꽁무니를 따라 놀이공원 파트에 진입하니 사람들이 다 우비에 신발 방수 커버까지 신고 있다. 이렇게까지 갖춰 입고 해야 하는 건가? 비 오는 날 쓰려고 한국에서 우비랑 신발 방수커버 꾸역꾸역 챙겨왔는데 오늘 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고수님들은 우비를 챙겨 오셨구나. 


 50위엔이나 하는 우비와 신발을 두 개 사서 각자 장착하고 ‘후룸라이드’ 류의 물에서 떨어지는 놀이 기구에 도전한다. 완전히 푹 뒤집어써야 하는데 가방을 안고 탔더니 우비가 들려서 허벅지 부분은 커버가 안된다. ‘에이~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위에서 아래로 두 번을 하강하고, 끝났나 싶었는데 물폭탄이 세 번이나 터지면서 청바지가 쫄딱 젖어 버렸다. 

 나는 동영상을 찍어 주겠다는 핑계로 한번 더 타고 싶다는 아들을 혼자 보냈다. 놀이기구는 한 번이면 족하단다, 아들아. 가뜩이나 날이 쌀쌀한데 바지가 젖어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춥다. 언제 내려올 줄 몰라서 찍었다 지우고 찍었다 지우고, 몇 번을 반복한 후에 겨우 아드님 동영상을 찍어드렸다. 그 와중에 맨 앞에 타고 있네. 나와서 영상을 보고는 매우 흡족해하신다.


 흥분한 아이를 앉혀서 밥을 맥여야 하는데 실내의 식당은 이미 만석이다. 저기에 자리를 맡고 긴 줄을 서서 주문을 하고 음식을 챙겨 와 앉아야 하는 그 과정이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그냥 풀밭 옆에 대충 걸터앉아 도시락을 먹기로 한다. 

 대충 앉아서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둘 다 “와~”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촘촘히 나눠진 아홉 칸에 각기 다른 알록달록한 색깔의 음식이 들어있는 예쁜 도시락이다. 맛은 뭐 눈이 즐거운 도시락 맛. 맛이 중요한가. 마음이 급한 아들은 두 번의 놀이기구 탑승으로 머리가 젖은 상태로 후다닥 대충 먹더니 다시 가자고 한다. 감기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먹자마자 아침에 케이블카를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봤던 자이로드롭을 타고, 롤러코스터도 지도를 보면서 잘도 찾아간다. 역시 동기만 있으면 자기 주도 여행도 가능하구나. 

 실내에서 줄을 서야 하는 롤러코스터는 혼자 못 기다리겠는지 애교 섞인 목소리를 마구 발사한다. 

 “엄마 같이 타주면 안 돼요?” 

 한번 못 타겠냐 싶어서 긴 줄을 함께 섰는데 막상 눈앞에서 철컥철컥 올라가는 놀이기구를 보니 역시… 아니다 싶다. 

 “시우야, 엄마가 웬만하면 타려고 했는데, 이게 탈 수 있는 사람이 타야지. 무리해서 타면 안 될 것 같아. 이해해 줘. 저기 봐! 노약자는 타지 말래. 엄마는… 약자잖아.” 

 함께 기다렸다가 차례가 되어서 나는 출구로 쓱 빠져나왔다. 처음 롯데월드 갔을 때는 경사가 조금만 있어도 아이가 놀라지 않을지 몇 번이나 얼굴을 살폈는데. 몇 년 만에 상황이 완전 역전이다. 다 타고 와서 심지어 이런 말도 한다. 

 “엄마 이거 내가 타기에도 무서웠는데 엄마가 안 타기를 잘한 것 같아” 흥!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뭐 재미있는 건가 해서 봤더니 음식 파는 줄이었을 정도로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마지막으로 긴 줄을 기다려 물을 (또!) 튀기며 배를 타고 우리는 버스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왔다. 입구 쪽에는 꼬꼬마 어린이들이 탈 만한 놀이기구가 있었지만 코웃음을 치며 아쉬워하지 않는 우리 큰 어린이. 


구족문화촌 한국어 홈페이지 

https://www.nine.com.tw/kr/index.aspx





 버스정류장에는 사람 대신 가방들이 줄을 서있다. 너무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난다. 

 우리도! 가방으로 줄을 세워놓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직원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일월담에서 출발하는 버스라서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단다. 거짓말. 앞에 가방이 여섯 개쯤 있는데 괜찮겠지. 있을 거야. 있어야 해. 

 3시 25분 버스를 타고 가서 5시쯤 타이중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는데 모든 일이 내 맘 같지 않다. 버스가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다. 알고 보니 연휴, 주말, 벚꽃 축제까지 겹쳐서 차가 밀려 버스가 진입 자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택시 아저씨들이 와서 호객행위를 한다. 1인당 5백 위엔으로 네 명을 모으고 있다. 줄 서 있던 몇몇 사람이 빠져나가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우리는 천 위엔을 내고 택시 타야 하나? 어린이 할인은 없겠지? 좀 더 기다려볼까? 우리 오늘 안에 집에 갈 수는 있겠지? 4시에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줄은 더 길어진다.


 예정시간 보다 근 한 시간이 넘어서야 버스가 들어온다. 감사하게도 텅 빈 버스다! 정상적으로 배차가 안되니까 대체 버스를 보냈지 싶다. 이 상황에서 2시간 동안 서서 가야 한다면… 아우. 끔찍하다. 시우가 이번에는 능숙하게 돈을 내고 자리에 앉는다. 구족문화촌 입구에 들어오고 나가는 일 차선 도로에 차가 꽉 들어차서 느리게 느리게 움직인다. 그동안은 버스를 타도 긴장해서 잘 못 잤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추운 날씨에 야외활동을 해서 인지 둘 다 기절모드로 한 시간이 넘게 잤다. 결국 6시가 넘어서 타이중에 도착했다. 딱 식당 피크 시간! 

 훠궈 식당에 세 번째 도전. 오늘도 30팀이 대기 중이다. 계획 미스. 그래도 오늘은 가보자. 굳은 결심을 하고 대기표를 뽑는다. 맛이 없기만 해 봐라.

 시간도 보낼 겸, 어제 미끄럼틀 타고 받은 코인도 쓸 겸 10층 오락실에 갔다. 코인 하나가 5위엔이니 미끄럼 타고 10위엔을 받은 셈이다.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고 딱 10위엔만 쓰려고 했는데,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바구니에 코인을 가득 넣고 신나게 게임을 하고 있는데 원래 게임에 약한 2인은 금방 게임이 끝나니 결국은 돈을 더 바꾸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게임은 농구게임, 플라스틱 공 치기 게임 같은 몸 쓰는 게임이다.

 


 다시 식당 앞. 겨우 차례가 되어 들어갔는데… 전자 주문 시스템. 라인 메신저로  매장을 추가하고 거기서 주문까지 하라고 한다. 키오스크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핸드폰 주문이라니. 울렁울렁. 기계를 잘 못쓰는 어르신이 된 것 같다. 우선 직원이 도와줘서 라인 앱에서 스얼구어(石二锅) 타이중 지점을 추가하고 메뉴 선택으로 들어간다. 한자만 봐서는 뭐가 맛있을지 잘 모르겠다. 스얼구어는 혼자가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며? 괜한 원망을 하며 정신을 다 잡는다.

 1단계 육수 고르기부터 막힌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하얀색, 빨간색이 섞인 원앙탕… 은 없었다. 진한 육수, 샤브샤브 육수. 신선한 버섯 채소 육수. 매운 육수 등등. 과연 어떤 것이 맛있을까? 아침부터 혹사당한 핸드폰 배터리는 이제 14% 남았다. 배터리 없어서 주문도 못할 판이다. 직원에게 부탁해서 종이로 된 메뉴판을 받으니 한결 마음이 편한 옛날사람이로구나.  

 우리는 4명이 앉는 바 형식의 테이블로 안내받았는데, 마침 옆에는 중학생쯤 된 아들을 데리고 온 아줌마가 앉아있다. 현지인에게 물어보자.  


 “저… 죄송한데요. 뭐 주문하셨어요?” 

 너무나도 친절한 분으로 아들에게도 의견을 물어가며 알려주신다. 자기네는 보통 진한 육수로 먹는다고 한다. 다음으로 고기 종류만 고르면 채소는 모둠으로 다양하게 나온다. 그래서 혼자 가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인가보다. 이건 참 좋네! 밥과 국수 중에 선택하고, 고기 위주로 할 것인지, 채소 위주로 할 것인지를 정하면 끝! 당연히 우리는 고기 위주. 그 외에 고기나 채소들은 추가로 주문할 수가 있다. 우선 이것만 먹어 보기로 한다. 폼 안 나게 종이를 덜렁덜렁 들고 가서 주문을 하고 온다. 인당 280위엔 정도.

 한바탕 주문을 끝내자 주변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좋은 점은 음료수와 슬러시를 무료로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료수는 동과 레몬(冬瓜檸檬)이라고 하는데 달지 않고 레몬향이 나는 것이 깔끔해서 내 취향이다. 나중에 시장에서도 이 음료를 많이 사 먹었다. 차례를 기다리고 주문하는 엄마를 기다리느라 지쳤던 아들은 슬러시 무제한에 갑자기 행복해졌다. 소스와 각종 수저, 국자 등의 도구는 셀프로 챙겨와야 한다. 준비를 끝내고 슬쩍 옆에 도움을 주신 아주머니께 말을 건넨다.


 “아우. 주문하는 게 일이네요. 여긴 항상 이렇게 사람이 많아요? 어제도 대기가 엄청나던데” 

 “원래 이정도로 많지는 않은데 연휴라서 더 많아요.” 

 아이와 둘이 여행중이라고 하니 엄지 척을 해 주신다. 국경을 넘어 공감해주는 엄마들. 

 원래 타이중이 이렇게 춥지 않은데, 며칠전부터 추워졌다고. 여행은 어디 갔었는지,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오랜만에 어른과 일상의 대화를 나누니 참 좋았다. 


 맛있고, 사랑하는 면도 먹었고, 따뜻하고, 슬러시도 있고 시우와 나 모두 대 만족이다! 사람이 참 단순하지. 배도 부르고 따뜻하니 눕고 싶다. 일찍 오면 발마사지라도 받을까 하고 몇 군데 찾아 뒀었는데 좋아하는 발마사지도 못받을 정도로 쉬고 싶어진다. 벌써 타이중에서도 마지막 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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