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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국어인쌤 Sep 18. 2023

좋은 에너지의 여행자 되기.

타이베이시티투어 2층버스, 생애 첫 안마, Day 12(3)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러 갈까 했는데, 이런저런 소동으로 지체되었다. 이제 나가면 6시 40분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겠다. 


 숙소에서 조금 걸어 나가면 투어 버스 정류장이 있다. 20분 전쯤 도착했는데도 이미 줄이 길게 서있다. 시티 투어가 인기가 많았었구나. 확실히 타이베이에 오니 한국 사람들이 많다. 오랜만에 한국 사람들을 만난 아들은 괜히 평소보다 더 큰소리로 말하고... 춤도 추고 신이 났다. 안 부끄럽다고요!

 

 2층으로 올라가니 버스의 맨 뒷자리만 남아있다. 선택의 여지없이 앉고 보니 맨 뒷자리에만 천장이 있어서 위쪽이 막혀있고(비가 오면 좋겠지만), 버스 랩핑 때문에 창문 밖이 잘 안 보인다. 기대를 많이 하고 탔던 터라 최적의 상태로 즐기게 해주고 싶었는데 다소 아쉬웠다. 


 이렇게 아쉬울 뻔했던 버스 투어가 다행히 좋은 이웃들로 좀 더 밝아지고 유쾌해졌다. 옆자리에 앉은 인도네시아 친구들은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리고 버스가 지나가는 곳마다 감탄 연발이다. 우리 사진도 찍어주고, 넘어지지 않게 아이를 잡아주고, 심지어 우리 셀카 찍는데 옆에서 함께 포즈까지 취해준다. 역시 긍정적이고 좋은 기운은 주위사람도 행복하게 하는구나. 여행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참으로 큰 행운이지. 우리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여행자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기분 좋게 웃으며 시먼, 101 타워, 국부기념관 등의 타이베이 주요 관광지의 야경을 눈에 담는다. 이어폰을 꽂으면 한국어로도 가이드가 나온다. 



  

 사건이 많았던 하루를 발마사지로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로 한다.

 구글맵을 뒤져 유명한 곳을 찾아 두었는데 숙소 바로 앞의 마사지 샵을 발견했다. 

 ‘가까운 데가 최고지. 같은 동네이니 비슷비슷하겠지?’ 

 대만에 와서 13일 만에 받는 첫 마사지를 받을 생각을 하니 너무 기분이 좋다. 반면, 생애 첫 마사지를 경험하게 될 시우는 초 긴장 상태이다.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긴장되고 설레지요.   

 

 “엄마, 나 할 수 있겠지? 도전!” 

 번화가 3층에 있는 항주마사지(夯足足體養生會館 항주족체양생회관).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들어가는 입구와 엘리베이터가 허름해서 왠지 여기로 가도 괜찮을지 망설이게 된다. 내리고 보니 매장은 무척이나 깔끔하다. 대만에는 건물은 허름한데 막상 들어가 보면 괜찮은 곳이 많으니 외관에 속지 말지어다.

 직원 언니가 사람이 많으니 조금 기다리라고 하고 어딘가로 전화를 돌리시는 걸 보면 정직원 몇 명에, 사람이 많으면 마사지사를 부르는 시스템 인가 보다. 시우는 계속 흥분 상태이고 나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 녀석 중간에 못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나머지를 더 받을 수 있으려나.

 

 한국사람이 많은 타이베이 답게 한국어로도 가격이 큼직하게 쓰여 있다. 제일 심플한 499위엔에 50분 ‘발마사지+머리, 어깨, 목+ 족탕’을 선택하고 향기로운 물에 발을 담그고 차를 마시며 차례를 기다린다. 

 잠시 후 급히 한 아저씨가 들어오고 나부터 먼저 마사지를 받는다. 동남아, 중국 지역의 마사지 샵에는 젊은 여자 마사지사가 많았던 것 같은데 여기는 나이가 좀 있는 아저씨 마사지사들이 많네? 내가 순간순간 찡그리며 마사지를 받고 있으려니 아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엄마 아파?” 

 “조~금 아픈데 시원해. 원래 이런 맛에 받는 거야.”

 “아. 아플 것 같아. 나 할 때는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꼭 말해줘야 해.”(그래도 안 받겠다는 말은 안 한다.)


 너무나 인상이 좋으신 할아버지가 시우에게 다가온다. 처음이라 긴장했다는 나의 말에 

 “너의 첫 안마를 내가 하게 되어서 영광이구나.”

 다정하게 아이에게 말을 걸며 시작한다. 우리 어린이는? 

 “우아~~~ 깔깔깔깔! 아이고 나 죽네, 깔깔깔!” 

 오픈 형이라서 다들 뭔 일인지 목을 죽 빼고 쳐다본다.  

 “엄마 너무 간지러워. 그런데 아파.” 

 할아버지가 아이들은 처음 안마를 받을 때 민감해서 그렇다고 한다. 데굴데굴 난리가 났다. 

 “아프다는데요?” 

 자기는 만지기만 하고 있다고,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 상태라고. ‘아… 그럼 안마의 의미가 없잖아?’ 그 순간 본전 생각나는 엄마다. 할아버지와 손주가 장난하는 모습 같이 보여서 재미있기도 하다. 한 10분 정도 지나니까 그래도 적응이 되었는지 이를 악물고 소리는 내지 않고 참는다. 그렇게까지 할 일이냐고. 

 발마사지 체험 무사히 완료.


 할아버지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와서 배웅까지 해준다. 할아버지 아니었으면 끝까지 못 받았을 것 같아요.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감사해요.

 아들의 첫 마사지 반응은? 

 “글쎄요, 다음에는? 음….” 

 ‘다신 안 할 거야’ 정도는 아니었던 듯. 그래도 다음에는 나만 받아야지.


 격렬한 발마사지 체험으로 강렬했던 타이베이 첫날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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