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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국어인쌤 Sep 19. 2023

대만 과자, 펑리수를 만들어보자!

곽원익 펑리수박물관(郭元益糕餅博物館), Day 13(1)

 일정을 보내다가 체험시간에 맞춰서 가는 게 번거로워 보통 오전 타임에 체험을 예약하는데 어쩌다 보니 이틀 연속 아침 체험. 10시 예약이니 너무 서두르지는 않아도 되겠다. 


 창문이 없으니 시간 감각이 없어진다. 눈을 뜨자마자 후다닥 밖에 뛰어나가 오늘 날씨를 확인하고 온다. 다행히 오늘도 맑음. 조금 답답하기는 하지만… 숙소에 있는 시간도 별로 없고, 에어컨 켜 놓으면 습한 것도 금방 빠지긴 한다. 잠은 잘 잤으니까 뭐. 이미 일어난 상황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 보자고.


 “시우야. 펑리수 만들러 가자!” 

 "기대된다" 

 배시시 웃으며 일어난다. 


 타이베이 역에서 체험장이 있는 스린 역까지 한 번에 간다. 이동이 많을 때 역시 타이베이 역 근처 숙소가 최고다! 

 들어가려는데 시우가 갑자기 요요우 카드가 없다고 한다. 현금으로 구입하면 되는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나갈 때 네 카드는 네가 좀 잘 챙겨.” 

 꼭 한마디 붙여서 아침부터 아이를 시무룩하게 만들고 또 금방 후회한다. 

 아. 쫌. 엄마 말 좀 예쁘게 하자.


 스린역까지 가는 지하철 단수이 라인은 실외로 다니기 때문에 바깥 풍경을 보면서 가기에 좋다. 대만 여행 둘째 날, 이 노선으로 베이토우 온천에 갔었지. 그때는 둘 다 어리바리했는데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기차를 타고 내린다. 대만 십사일 차의 위엄이다. 하하! 

 9시가 넘은 스린역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여기 아침부터 사람이 왜 이리 많은 거야? 

 “엄마, 혹시 다들 펑리수 체험 하러 가나?” 

 설마. 

 나중에 식당에서 물어보니 스린역이 양명산, 타이베이 시립 어린이 대공원 같은 곳으로 이동하기 편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휴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한다.

 사람이 많은 역이니 밖으로 나오면 식당이 양쪽으로 쫙 늘어서 있다. 아직 닫혀 있는 가게도 있지만 조식을 파는 곳도 많다. 아침부터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앗! 총좌빙이닷! 대만에 오면 꼭 먹어보고 싶었던 길거리 음식 중에 하나인데 여기서 만나는구나. 주인아줌마가 파를 듬뿍 넣은, 총좌빙을 지글지글 부친다음 들고 먹을 수 있게 종이에 담아서 준다. 방금 기름에 지진 이 따끈따끈한 음식이 어찌 맛없을 수 있겠어! 총좌빙과 만두, 밀크티를 먹고 기분 좋게 펑리수를 만들러 간다. 오늘도 가는 길이 아주 그냥 예술이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우리를 맞아주는 귀여운 건물이 오늘 우리가 갈 곽원익 펑리수박물관(郭元益糕餅博物館)이다. 3층으로 올라가 출석 체크를 하면, 1층 기념품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0위엔 쿠폰을 주고 대기실로 안내해 준다. 대기실에서는 구슬 맞추기, 링 던지기 같은 간단한 놀이를 할 수 있고, 귀여운 포토존도 있어 아이와 대기하며 심심하지 않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들어오는 순간 아들은 놀이 존으로 자연스럽게 ‘스며’ 들어가서 논다. 

 이제 본격적으로 만들기 체험을 하는 시간. 한국 어린이 가족, 한국 여행자 친구들, 대만 가족, 혼자 온 성인 체험자들, 약 20명 정도가 함께 체험을 한다. 남자 셰프님이 펑리수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그 외의 네 분의 직원들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만드는 것을 도와준다. 셰프님의 머리 위에는 거울이 달려있어서 반사된 모습으로 멀리서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단계가 지나면 전 단계에서 썼던 도구들을 바로바로 치우면서 정리를 하는데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매끄러운 진행이다. 


 이번 체험은 가족 체험으로 등록을 해서 시우가 혼자 만들고, 나는 옆에서 사진을 찍어주거나 좀 진행이 느린 부분에서는 도와주고 할 수 있어서 한결 여유로웠다. 갈색의 에이프런을 두르고 요리를 하는 아이들이 너무너무 귀엽다.

 우리는 홍콩 아줌마, 대만 아줌마와 같은 테이블을 사용하게 되었다. 진행팀에서 우리의 국적을 확인하고 대만, 홍콩, 한국의 작은 국기를 테이블에 올려놓아 준다. 세심하고 귀여운 이벤트까지.

 우선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열심히’ 저어서 반죽을 만든다. 그리고 반죽을 10개로 나눠서 틀에다 넣고 꾹 눌러 네모난 모양을 잡아 준다. 마지막으로 반죽 위에 모양을 만들고 오븐 트레이에 올려놓으면 된다. 같은 테이블 사람들은 같은 트레이를 쓰기 때문에 혹시라도 섞일 수가 있으니 미리 모양에 대한 협의를 하는 게 좋다. 우리 테이블에서 대만 아줌마는 아무 표시도 하지 않겠다고 했고, 홍콩 아줌마는 끝 쪽에 칼자국을 내겠다고 했다. 시우는 곰 모양 틀을 쓰거나 ‘시’ 자를 쓰기로 했다. 이렇게 모두 트레이에 담으면 선생님들이 가져가 오븐에 넣는다. 

 펑리수가 구워지는 동안 우리는 4층 펑리수 박물관으로 간다. 구워지는 동안 시간 때우기 용이겠거니 생각하고 별 기대가 없었는데 생각보다 알차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면서 대만의 문화를 설명해 주신다. 박물관을 가지 않을 예정이라 참 좋은 기회다 싶었지만 듣지도 않고 막 혼자 돌아다니는 저 아이는 뉘신고? 학교 생활이 눈에 보인다. 


 대만에서도 아이가 태어나 일 년이 되면 우리처럼 돌잔치를 하고, 돌잡이도 한다. 닭, 악기, 책, 파 같은 것을 놓고 돌잡이를 한다고 한다. 이와 연계되어 미래를 알려주는 게임판이 있다. 버튼을 누르면 불빛이 돌아가다 사업가, 부자, 교사 등이 적힌 칸 중 하나에서 멈춘다. 나는 ‘부자’에서 멈췄는데… 언제쯤 부자가 되려나? 다음 생을 기약해 봅니다.


 점을 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제대로 배웠다. 이전에 용산사에 갔을 때 통에 있는 숫자를 뽑고, 해당 숫자가 적힌 서랍을 열어 쪽지를 꺼내서 나의 운세를 봤는데 그전에 하늘의 뜻을 물어봤어야 했다. 반달 모양의 빨간색 나무 조각 두 개를 던져서 서로 다른 면이 나와야 신이 그 숫자를 허락한 것이고, 서로 같은 면이 나오면 신에게 거부된 것이라 다시 숫자를 뽑아야 했다. 원하는 친구들은 직접 나와서 체험해 보도록 했는데 돌아다니던 아들도 뛰어와서는 자기도 해보겠다며 손을 든다. 너 우리 뭐 하고 있었는지는 알기는 하는 거니? 수업하다 보면 이런 친구들 꼭 있다. 설명할 때는 안 듣고 활동할 때 되면 무작정 손부터 들고, 막상 시켜주면 “뭐 해요?” 하고 되묻는… 오늘 자꾸 너의 학교생활이 눈에 보이는구나. 아무튼 던지고 신나서 들어온다. 


 귀족 아가씨가 높은 단 위에 올라가서 수놓은 빨간 천을 던지면 그것을 받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는 재미있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복불복 결혼이구먼. 물론 아무에게나 던지지는 않았겠지. 빨간 천을 던져보고 싶은 여자 친구가 단상 위에 올라가서 사람들에게 던졌더니 아들이 몸을 날려 받는다.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아들도 같이 단상 위에 올라가서 모자를 쓰고 결혼… 을 하는 해피엔딩. 여자아이 엄마와 어색한 웃음을 주고받는다. 나중에

 “저 여자친구가 맘에 들어?” 

 물어봤더니 던지길래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받았다고 한다. 단순한 초딩 남아.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전통 의상 체험을 한다.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옷 고르는 것도 도와주고 그 옷은 어떤 사람이 입는 거라는 설명까지 해준다. 입기 쉬울 것 같아서 내가 골랐던 옷은 나라일 하는 똑똑한 사람이 입는 옷이라고 한다. 똑똑한 사람. 맘에 드는군. 어쩐지 끌리더라. 모자를 쓰기 싫어하는 녀석에게 모자까지 씌우고 둘이 다시 박물관을 돌아다닌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하던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더 신났다. 그렇게 놀고 있으면 선생님이 이제 내려갈 시간이라고 알려준다. 


 “와! 맛있는 냄새난다”  

 온 건물에 향긋한 빵 냄새가 가득하다. 우리가 만든 펑리수가 벌써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역시 매끄러운 진행. 이제 해야 할 일은 펑리수 아홉 개를 하나하나 포장하는 것. 종이로 싸서 박스에 넣으면 하나가 남는다. 하나는 우리 맛보기 용. 파인애플 과육이 씹히는 내가 만든 갓 구운 펑리수- 너무너무 맛있다. 둘이서 사이좋게 반씩 나눠 먹고, 만든 건 아빠에게 선물로 주기로 한다. 예쁜 종이 가방에 담으면 오늘의 체험 활동 끝. 

 

 입장하면서 받은 펑리수 쿠폰도 잊지 말자. 1층의 기념품 매장에서 딱 오늘 우리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두 가지 맛 펑리수를 샀다. 120위엔, 쿠폰 빼고 20위엔만 결재한다. 2만 원 조금 넘는 체험인데 정말 알차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한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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