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시선. 고양이 마을 호우통(猴硐). Day 14(2)
어느덧 2시. 이 속도로는 아무래도 가려고 했던 네 개의 역을 다 못 갈 것 같다. 아들이 가고 싶다고 했던 역은 징통, 호우통, 핑시역 순이었기 때문에 다음으로는 종점인 징통으로 간다.
“시간 관계상 다른 역은 못 갈 것 같아.”
"나는 고양이 마을이 더 가고 싶은데"
메야? 자기는 호우통이 더 가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가 잘 못 알아들은 거랍니다. 다시 엉키는 동선.
기차 시간표를 보면서 일정을 조율한다. 징통에서 호우통을 갔다가, 뤠이팡으로 가서 다시 지우펀으로 가면 시간이 너무 늦어진다. 음… 징통에서는 20분만 있다가 다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호우통으로 가자고 했더니 아들 녀석 얼굴이 활짝 핀다. 꽁한 엄마는 끝내 한마디를 덧붙이지.
“고양이도 별로 안 좋아하면서!”
20분만이라도 알차게 보려고 했는데 아들은 자꾸 빨리 타자고 내 손을 잡아 끈다. 저 위에 보이는 멋진 건물이 내가 가려고 했었던 커피숍이구나. 안녕. 다음 기회에 꼭 갈게.
어쩌다 보니 기차의 맨 앞칸에 타게 되었는데 창밖으로 우리가 가고 있는 철길이 보인다. 그 길을 보고 있으려니 놀이기구를 탄 것 같기도 하고 기차를 운전하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앞에 의자에 앉아 계시던 차장님이 우리를 보더니 가까이 와서 보라며 자리를 양보해 주신다.
“아니에요! 여기서 봐도 충분해요!”
이렇게 친절한 차장님. 두 분이 있는데 한 분은 운전하고, 한 분은 역에 도착하면 직접 내려서 사람들을 승하차를 체크하고 다시 탑승한다. 정겨운 수동 시스템이다.
이렇게 칙칙폭폭 드디어 고양이 마을 호우통에 도착한다. 호우통에서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그런데 시우가 기차 티켓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한다. 아…놔. 대충 쓱 내리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출구에서 딱 걸렸다. 혹시 티켓을 찾게 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친절한 멘트도 잊지 않으신다.
고양이 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역사에서부터 고양이들이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돌아다닌다.
“왔냥?”
이런 느낌이랄까? 역에서 이어지는 홍등이 달린 신비로운 실내 통로를 지나면 고양이 마을이 나온다.
실제 고양이가 있을 뿐 아니라 벽화부터, 온 마을이 다 고양이 캐릭터 천지라서 고양이 마을이라는 것이 실감 난다. 고양이 먹이를 챙겨 온 사람들도 있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서 고양이들과 놀아 주고 있다. 아니, 고양이가 놀아주는 건가? 나는 멀리서 고양이와 그런 사람들을 신기하게 구경한다. 시우는 점점 고양이에게 다가가더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데까지 성공한다.
그 와중에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념품 가게에서 양말을 사는 것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쨍쨍하던 날씨가 바람이 세차게 부는 흐린 날씨로 바뀌어 있었다. 양말도 젖어서 가방에 걸어 말리는 중이었는데 맨발로 다니기에는 너무 춥다.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지 싶어 양말을 갈아 신고서야 본격적으로 돌아다녔다.
개성 만점인 커피숍도 많은데 지나가기 느무 느무 아쉽구나.
고양이 마을 반대편에는 석탄 박물관과 기념품 샵, 음식을 파는 가게가 있다. 호우통의 기념품가게에는 펑리수도 고양이 모양, 고양이 발모양이다. 박물관에도 고양이들이 느긋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이 마냥 신기하다. 날씨가 좋은 날 한두 시간 정도 여유 있게 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시간이 많지 않아 시우가 많이 아쉬워했다. 산책을 할 때면 건너편에서 오는 작은 개도 피하는 아들이라서 호우통을 좋아한 것은 정말 의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