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툭 던진
본인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대해서 후회한 적이 있습니까?
아마 후회되는 일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생각할수록 부끄러워지는 말과 행동들을 하며 살아왔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언제나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세상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만 흘러가주질 않는다. 그러기에 내가 무심코 던진 쓰레기가 내 예상 밖에서 화를 부르는 경우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한 번씩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않고, 굳이 버릴 필요가 없는 것들을 버리곤 한다. 순간에 분을 참지 못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서, 어린아이 같이 응석을 부리기도 하고,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이 습관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도통 고치기 쉽지 않은 일인 것만 같다. 아무래도 인간은 나이를 먹고, 그렇게 세월이 지나도, 자신의 미성숙함은 끝까지 들고 가나보다.
만약 자신이 부모가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부모가 된 본인은 아이와 싸우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정말 어른답게 자식의 잘못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고, 훈육 차원에서 감정을 접어두고 바람직한 교육만을 이룰 수 있겠는가? 말은 쉬워 보여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물론 나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린 자신의 미성숙함에 기반하여, 본인도 모르게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살아간다. 심지어 인지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실수도, 그렇게 놓친 쓰레기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 또한 마찬가지로 타인도 나에게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타인이 던진 쓰레기에 상처를 입기도,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하다. 이렇듯 우린 언제만큼이나 쓰레기를 받아줄 여유로운 공간을 지니고 있진 않다.
대화와 소통이란 쌍방향적 관계에 기반을 둔다. 일방적으로 한 쪽에서 던지는 것이 아닌, 한 쪽에서 던져주면 그에 맞게 다른 쪽애서 되돌려주는 과정의 반복이다. 그러니 소통이란 동등하게 상호작용함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어리석은 누군가는 때때로 본인의 감정만을 일방적으로 내던진다. 그럼 당연히 상대방은 받아줄 공간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쓰레기통이 꽉 찼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안에 있던 쓰레기를 비워줘야 다음에 쓰레기를 받아줄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연락에 집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일방적으로문자 보내거나 전화를 걸었다고 해서 왜 꼭 상대방이 그걸 받아줘야만 하는가? 대게는 누군가가 문자를 보냈으면, 그것에 대해 최대한 빨리 답장해 주는 것이 예의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근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애초에 서로 간의 소통에 대한 합의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한 쪽에서 문자를 보냈다고 하여 다른 쪽에서 무조건 답장을 해야만 할 이유가 없다. 그건 일방적이다. 그러니 문자를 받은 사람이 소통할 준비가 되었을 시, 그때 답장을 하면 그만인 문제다.(물론 급하다거나, 중요한 일이라거나 하는 예외적인 상황은 당연히 있다.)
사람은 쓰레기통이 아니다. 쓰레기통은 소통이 되지 않으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든지 무심코 뱉은 말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실수가 반복되면 상대방은 더 이상 마음속 공간을 열어주지 않게 될 것이다. 소통의 전제가 부서지게 될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대화를 한다면 결국 관계의 끝을 보게 된다. 내가 그에게 쓰레기를 던지면, 그는 나에게 더 커다란 쓰레기를 들이부을 것이다. 혹은 나는 그에게 호소하고 있지만, 그는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서로 간의 렐리가 끊기게 되고, 플레이어 한 쪽은 코트 밖으로 떠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쉽게 일어나곤 한다. 감정이 고조되어 상대방과 말싸움을 하고 사이가 틀어지는 일은, 언제나 겪을 수 있는 아주 흔한 일이다. 심지어 나이를 불문하고, 세상 살아가는 어느 누구든지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시각으로 다가오게 되는 날이 있다.
'내가 너무 심했나?'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욘 없었는데...'
맞다.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 없었다. 그런데 이미 서로 쓰레기를 주고받으며 감정의 응어리는 결국 터져버렸다. 조금만 더 생각해 봤으면 해결될 문제도, 충분히 건전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인간사는 늘 그래왔다. 누군가가 무심코 툭 던진 말 한마디가 갈등과 분열을 일으켜왔고 선동과 날조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해결할 방법은 간단하다. 말하기 전 '생각'부터 한 번 거치고 던지는 것. 물론 간단한 방법에 비해 은근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쓰레기를 무의식 적으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통은 동등하게 상호작용함을 전제로 한다. 나의 감정만을 중요시하며, 상대방을 감정 쓰레기통을 여기지 말아야 한다. 또한 상대방이 나를 그런 식으로 대한다면 차라리 만나지를 말자. 한두 번의 경고에도 똑같은 태도를 취한다면, 그이는 나를 전혀 존중해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는 더욱더 신중함을 기하자.
굳이 내뱉을 필요가 없는 말들은, 정말 뱉을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