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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대옆버스 Oct 27. 2023

버리고 빌리는 것들에 대한 단상

공유경제와 소유욕 그 사이(2021)

 모처럼 긴 연휴, 내 방 곳곳에 포진된 책들에 시선이 갔다. 내가 얘네를 다시 읽을까? 글쎄. 오늘 알라딘이 문을 여나? 추석 당일만 쉬네. 새로 사고 싶은 책이 있나? 김혼비 작가 글! 그렇게 두둑해진 에코백의 손잡이를 엄마와 나눠 잡고 밤산책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는 번 돈으로 바로 산 모시송편 14개와 작은 책이 들렸고, 나는 몇 번이고 '책을 빌렸다'라고 말해 놀림을 받았다. 


 이번 김혼비 씨의 책은 분명 내가 산 게 맞지만, 어려서부터 책을 도서관이나 아이북랜드를 통해 빌려 보는 게 익숙하더랬다. 그리고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빌려서 영위하는 것들이 더욱 많게 느껴진다. 앨범 시디를 사서 듣지 않은지 오래, 흘러가는 스트리밍에 귀를 얹는다. 넷플릭스 콘텐츠도 비슷하고, 심지어 원하는 가정집도 에어비앤비로 뚝딱 구할 수 있는 시대다. 문득 사무실 한켠 내 자리도 얼마든지 반납 가능하다는 데까지 생각에까지 도달해 버렸다.


 뚜렷하게 내 것이라 할 수 있는 옷들도 최근에 많이 버렸다. 옷이 많아도 결국 입는 몇 벌에만 손이 간다. 성한 것들은 당근마켓에 쏠쏠히 팔기도 했다.


 예전에 그랬듯, 나에게도 다시 무언가를 열성적으로 모으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또한 언젠가는 쉽사리 떠나보내지 않을까 싶다. 공유 플랫폼들의 사고가 나에게 전이된 걸까. 아 하지만 음식만큼은 초연하기 어렵다. 먹는 행위도 빌린다는 개념과 연관 지어 바라볼 수 있을까? 음식 리뷰나 먹방을 통한 대리만족이 그즈음이려나. 보다 필요한 이들에게 자원이 순환되는 행위 자체는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다만, 빌림이 선택이 아닌 필연이라면 조금 서글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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