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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대옆버스 Oct 17. 2023

월요일만은 운동을 가야 한다(2)

요가 '사바아사나'

3. 사바아사나(Shava-asana)

 요가 동작 중 가장 뿌듯한 자세를 꼽자면 '쟁기자세'이나, 가장 인상적인 자세는 '사바아사나'다. 수업 구성에 맞게 한 시간 가량 선생님을 따라 하는 동작은 요일마다 다르지만, 마지막 20분은 항상 이 동작으로 끝난다. 송골 맺힌 땀방울과 함께 숨을 고르고 있자면, 요가 선생님께서 "자 이제 요가매트 위에 천장을 바라보고 '사바아사나'로 눕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조명을 한 단계 어둡게 낮춘다.


"송장자세라고도 부르는 사바아사나는 심신을 안정시켜 몸을 쉬게 해주는 자세입니다. 두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팔을 몸에서 떨어뜨립니다. 손등은 바닥에 닿은 채로 온몸에 긴장을 풉니다. 몸의 중심부터 바깥쪽으로 서서히 힘을 빼서 천천히 호흡합니다."


 선생님은 요가를 하셔서 목소리도 차분하고 나긋하신 걸까. 아니면 본래 그러한 성정이셔서 요가 선생님이 되신 걸까. 매 수업 비슷한 속도로 비슷한 내용을 읊어주시는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스르르 눈이 감긴다. 몸을 쉬게 해주는 자세라고 하는데, 고백하자면 항상 쉬고 있진 않다. 몸에 힘을 빼다가 아예 잠들어버린 적도, 생각을 비워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뇌를 점령한 적도 있다.  


3-1. 위기

 위기는 후자의 상황에서 찾아왔다. 몸은 요가원에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회사에 있던 어느 날이었다. 하루를 복기하며 끊임없이 물음표가 생겨났다. 'E는 왜 그런 걸까? 내가 정말 인계를 잘 못해서 벌어진 일일까? 그냥 나 몰라라 해도 되는 일인가, 그런데 왜 억울하지.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끊어내지 못할까?' 이렇게 잡념이 많을 때는 신기하리만큼 외적으로 균형 잡기가 어렵다. 가령, 한 다리만으로 몸을 지탱해야 하거나 배만 바닥에 둔 채 팔다리 네 쪽 모두 공중에 들고 있어야 할 때 심하게 부들거린다. 땀에 젖기보다는 식은땀 마냥 입은 옷이 서늘하게 느껴진다.  


 어느새 사바아사나 차례가 돌아왔고, 나는 선생님 말씀과 다르게 눈을 뜨고 천장만 바라봤다. '오늘 수업 80분 내내 요가에 집중하지 못하네. 집중을 못하더라도 이곳에 나와있는 게 장한 걸까. 아니면 무엇을 해도 버거운 상황이었으니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게 나았을까.' 그동안 요가를 다니는 게 즐거웠던 이유는, 이곳에 들어서 있는 시간에는 고요에 탑승할 수 있어서였다. 내일, 때로는 퇴근 후 집에 가서까지 해야 할 일들을 뒤로하고 나의 건강에 투자하는 순간이었다. 나른함과 올곧음이 공존하는 이 공간에서 나는 잠깐이나마 일시정지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 해낸 것은 아니었지만, 앞서 몸을 움직인 것에 대한 적당한 피로감으로 '사바아사나' 때만큼은 다른 생각에서 서서히 벗어났다. 


그런데 사바아사나가 지탱하고 있던 외부와 단절된 벽이 와자작 깨져버리고 말았다. 눈을 꿈뻑일 때마다 정신은 또렷해지고 바깥에 두고 오려했던 고민들이 더더욱 선명해졌다. 이런, 이곳에서 과연 나는 계속해서 뿌듯함과 평화로움을 간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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